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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5 함께 꿈꾸는 시 3월 넷째 주의 시인 (윤일현)
김남이 추천 0 조회 240 23.03.24 00:37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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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3.03.24 00:46

    첫댓글 윤일현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나비


    나비의 삶은 곡선이다

    장독대 옆에 앉아 있던 참새가
    길 건너 전깃줄까지
    직선으로 몇 번 왕복할 동안
    나비는 갈지자 날갯짓으로
    샐비어와 분꽃 사이를 맴돈다

    아버지는 바람같이 대처를 돌아다녔고
    엄마는 뒷산 손바닥만 한 콩밭과
    앞들 한 마지기 논 사이를
    나비처럼 오가며 살았다

    나비의 궤적을 곧게 펴
    새가 오간 길 위에 펼쳐본다
    놀라워라 그 여린 날개로
    새보다 더 먼 거리를 날았구나

    엄마가 오갔던 그 길
    굴곡의 멀고 긴 아픔이었구나

    ㅡ계간 『시와 반시』(2022. 가을)

  • 23.03.24 21:36

    둥근돌은 둥근돌대로
    모난돌은 모난돌대로
    적기 적소에 쓰임 받기 위해 조물주는 만들어 두었겠지요?
    과거가 똑 같은 사람이 없듯이
    가는 길도 다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모난 돌 나는 굴을 수는 없어도
    서산에 걸린 노을, 긴 방죽, 모래사장, 미루나무가 있는
    내내 쓸쓸했고 가난했던 강 언덕.
    그곳이 가장 성숙하기 좋은 영혼의 안식처였는지 모를일입니다

    해와 달과 별, 그 많은 철새. 떠돌이 구름들
    방향을 잃은 둥근 돌들의 길잡이고
    이정표가 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귀하고 큰 일입니까?
    구르고 굴러 다시 길을 묻는 지친 이가 있거든
    동서남북 팔 벌리고 우뚝 선 이정표로
    맡은 소임을 다 하소서
    귀한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 23.04.03 11:04

    모난 돌이 정을 맞는 법이지만 모가 나서 정점도 이룬다. 사물의 선과 선, 면과 면이 만나 이루는 이 점은 새로운 완성-절정이다. 모가 난 사물과 사람은 대지의 운명과 형식이다. 세상 잡것들과 몸 섞으며 떠돌이로 붙박이로 살아온 나角는, 모난方 돌은 한때 온전한 원圓이었다. (헤세의『싯다르타』에 나오는 사공의 말처럼) 강은 오로지 현재만 있다. 시간과 자아를 표상하는 강안江岸에는 물고기처럼 늘 깨어있는 사람이 있다. 모난 돌이 있다. 그 돌로, 도道로 해와 달, 그리고 저 철새들이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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