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3일
발칸 9개국 여행 19일차
코토르에서의 이틀째.
오전 중에 페라스트에 다녀오려던 계획이었으나
철인3종경기로 인한 교통통제 때문에
부득이 오후로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는 오전시간은 코토르 성 안을 구경.
코토르에는 이렇게 예쁜 가게들이 많습니다.
아기자기한 골목들에
아기자기한 가게들.
성의 북문도 괜히 한 번 기웃거려 보고,
늘어지게 낮잠 자는 고양이 사진도 찍어 보고
꽃으로 가득한 골목도 들어가 봤습니다.
페라스트로 가는 차량을
숙소주인에게 예약한 건 오후 2시.
그런데 12시쯤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맑아야 더 예쁜 페라스트를 볼텐데.
바람불어 배가 다니지 않을까도 걱정이고.
그런데 한시간여 무섭게 쏟아지던 비는
거짓말처럼 뚝 그치고
다시 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페라스트를 향해 출발했더니
또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괜히 출발했나 후회를 했지만
페라스트에 도착하니 다시 날이 개었습니다.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던 날씨는
이제 계속 우리편이었습니다.
쨍한 햇살 아래, 자스민 꽃향기 가득한
어느 대문 앞에서
여자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길래
우리도 순서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주인은 알고 있을까.
자기 집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간다는 걸.
배삯을 흥정해
레이디 오브 락, 인공섬으로 들어갔습니다.
배가 출발하자 바다에서 보이는 페라스트를
카메라에 담느라 모두들 분주합니다.
내가 흥정하는걸 보던 우리 숙소 주인이
너처럼 흥정 잘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합니다.
내 성에 차진 않았지만,
1분만에, 기분 좋게,
처음 부른 가격의 4분의3으로 깎았으니.
배로 5분이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인공섬에 도착합니다.
나무가 많은 이 섬은 자연섬.
성 조지 섬에는
자신이 쏜 무기에 사랑하는 여인이 죽게되자
수도사가 되어 이 섬안에서 평생살았다는,
프랑스병사와 예쁜 처녀의
아픈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것은 자연섬이 아닌
사람은 손으로 만들어 놓은 인공섬.
이 섬은 암초 위에서 성화가 발견되고
그 후로 어부들이 돌을 던져 만들어진 섬입니다.
지금은 성당이 지어져있고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서 은판을 바쳐
예배당 내부는 은판으로 가득합니다.
제대 역시 멋지게 만들어져 있고
그때 발견된 성화가 모셔져 있습니다.
이 성당에서 결혼하면 잘 산다는 이야기에
몬테네그로 뿐 아니라
온 유럽에서 결혼식을 올리러 온다고 합니다.
식을 마친 신부가 성모님께 선물하고 간 부케가
제대 옆 문 위에 걸려있습니다.
2층은 박물관처럼 꾸며져있습니다.
성모님께 소원을 빈 사람들이 가져온 선물들입니다.
그림과 시계, 무기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고
멧돌도 놓여있었습니다.
전시된 것들 중 단연 이것.
너무 정교해서 그림처럼 보이지만
수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남편을 기다리며 25년에 걸쳐 수를 놓은 것으로
1제곱센티에 600개의 수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천사들의 머리카락은
실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처음 수를 놓던 아래쪽 천사의 머리는 갈색이지만
여인이 나이들어감에 따라,
위쪽 천사의 머리는 점점 흰 색으로 바뀝니다.
거짓말처럼 맑아준 날씨에 감사하며
기념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다시 배를 타고 페라스트로 나오는 길.
바다 안에 홀로 남계진 섬이 쓸쓸해 보입니다.
멀리 두 개의 작은 섬들이
함께 있는 듯, 따로 떨어진 듯
보일듯 말듯 서 있습니다.
다시 코토르로 돌아오니
철인3종경기 시상식이 한창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만찬.
바닷가에 왔으니 또다시 해산물 파티입니다.
홍합탕에 쭈꾸미 무침, 정어리튀김.
상추 겉절이와 마늘대 볶음, 마른새우 볶음.
데친 브로콜리에 양배추초절임, 콩자반까지.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다같이 모여 요리할 시간이 없을 듯하여
또다시 즐거운 파티를 벌였습니다.
여행하며 이렇게 잘 먹고 다니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예쁜 코토르를 떠나 내일은 알바니아로 갑니다.
예쁜 마을에, 좋은 사람들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