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제4권
69. 그 조상을 본받아 음식을 빨리 먹은 비유
옛날 어떤 사람이 북천축(北天竺)에서 남천축으로 갔다.
거기로 옮겨와 오래 사는 동안에 그곳의 여자를 맞이하여 부부가 되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을 위해 음식을 차렸는데, 남편은 급하게 먹는 바람에 뜨거운 것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아내는 이상하게 여겨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사람을 겁탈할 도둑도 없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그처럼 바삐 서두르며 천천히 드시지 못합니까?”
남편이 아내에게 대답하였다.
“비밀스런 좋은 일이 있는데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특별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간절히 물었다.
남편은 한참만에야 대답하였다.
“우리 조부 때부터 항상 빨리 음식을 먹는 법이 있소.
나도 지금 그것을 본받았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것이라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아서,
바른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여 선과 악을 알지 못하므로 온갖 그릇된 일을 행하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조부 때부터 이런 법을 행했다고 하며 죽을 때까지 받들어 행하면서 끝내 그것을 버리지 못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빨리 먹는 습관을 좋은 법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