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69. 바사닉왕, 네 종류의 사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바사닉왕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라문의 종족은 항상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고, 찰리(刹利)의 종족은 항상 찰리의 집에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은 그와 같은 말씀을 하지 말아야 하오.
왜냐 하면 네 종류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첫째는 밝은 데서 밝은 데로 들어감이요,
둘째는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감이요,
셋째는 어두운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감이요,
넷째는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사람이오.
무엇을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감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중생은 하천하고 빈궁한 곳에 태어나고, 혹은 불량배ㆍ백정ㆍ광대의 집에 태어나며,
혹은 몸이 파리하고 수척해서 그 형상이 몹시 검고, 귀먹고 눈멀며 벙어리가 되어서 모든 감관을 갖추지 못하여 남의 심부름 노릇만 하고 자유를 얻지 못하나니,
그와 같은 사람은 몸으로 나쁜 업을 행하기도 하고, 입으로 나쁜 짓을 하기도 하고, 마음으로 나쁜 짓을 생각하기도 해서 목숨을 마치면 지옥에 떨어지는데,
이를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감이라고 말하오.
뒷간에서 나와 다시 다른 뒷간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이런 사람을 나는 어두운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오.
[무엇을 어두운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가?]
가령 어떤 사람이 하천한 데에 태어나거나 불량배ㆍ백정ㆍ광대로 태어나고, 혹은 신체가 파리하고 수척해서 그 형상이 몹시 검고, 귀먹고 눈멀며 벙어리가 되어서 모든 감관을 갖추지 못하여 남의 심부름만 하고 자유를 얻지 못하면 이를 어둠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만약 이런 사람이 몸으로 능히 착한 일을 행하고, 입으로 능히 착한 일을 행하며, 뜻으로 능히 착한 일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니,
이런 사람은 땅에서 일어나 평상에 오르고, 평상에서 일어나 수레에 오르며, 수레에서 일어나 말에 오르고 말에서 일어나 코끼리에 오르며, 코끼리에서 일어나 궁전에 오르는 것과 같나니,
이 때문에 나는 어두운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하오.
무엇을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가?
가령 어떤 사람이 찰리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다시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큰 장자(長者)의 집에 태어나기도 해서 재물과 보물이 많은 거부로서 한량없이 재물과 보물이 창고에 가득 차 있으며, 종들과 시종이 많고 돕는 이와 대신과 친우와 권속이 또한 매우 많으며, 몸과 얼굴이 단정하고 큰 위력이 있으면, 이런 사람을 밝음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만약 이런 사람이 몸으로 나쁜 업을 행하고, 입으로 나쁜 업을 행하고, 뜻으로 나쁜 업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지옥에 떨어지리니,
마치 어떤 사람이 궁전에서 내려와 코끼리 위에 떨어지고, 코끼리에서 내려와 말에 오르고, 말에서 내려와 수레에 오르고, 수레에서 내려와 평상에 앉고, 평상에서 내려와 땅에 떨어지고, 땅에서 떨어져 똥구덩이에 떨어지는 것과 같나니,
나는 이런 사람을 밝은 데에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무엇을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하는가?
가령 어떤 사람이 찰리의 집과 큰 바라문의 집에 태어나기도 하고, 장자로 태어나기도 해서 재물과 보물이 많은 거부로서 한량없이 재물과 보물이 창고에 가득 차 있으며, 종들과 시종이 많고 돕는 이와 대신과 친우와 권속이 또한 매우 많으며, 몸과 얼굴이 단정하고 큰 위력이 있으면, 이를 밝음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만약 이런 사람이 몸으로 착한 업을 행하며, 입으로 착한 업을 행하며, 뜻으로 착한 업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는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니,
마치 한 궁전에서 다른 궁전에 이르며, 코끼리에서 코끼리에 이르며, 말에서 말에 이르며, 수레에서 수레에 이르며, 평상에서 평상에 이른 것과 같으니,
이런 사람을 나는 밝은 데에서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알아야 하오.
빈궁하고 법을 믿지 않는 이는
성내고 질투하는 생각만 품고서
항상 나쁜 소견과 생각을 일으키며
사문과 바라문에 대해서도
삿된 소견으로 공경 아니하며
계행을 지니고 지식 많은 이를 보아도
이내 꾸짖고 욕을 퍼부으며
설령 조그마한 재물 있더라도
받들거나 보시할 마음이 없고
오히려 보시하는 이를 헐뜯고 꾸짖나니
그와 같은 업의 인연으로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니
그 업이 지옥에 떨어지기 때문에
어두운 데서 어두운 데로 들어간다고 하네.
대왕이여! 지금 당장 알아야 하오.
빈궁하나 보시하기 좋아하는 이는
믿는 마음 있고 성내는 일 없으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 사문과 바라문에게도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계행 지니고 지식 많은 이에게
공경히 예배하고 문안을 드리고
늘 바르고 착한 행을 행함으로써
스스로 보시하고 남의 보시도 칭찬하니
받는 이도 또한 칭찬한다네.
이렇게 해서 후생에 가서는
삼십삼천에 태어나나니
이것을 어두운 데에서 시작하여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한다네.
대왕이여! 또한 반드시 알아야 하오.
크게 부자이면서도 믿지 않고
항상 성내는 마음만 품고 있으며
항상 탐욕과 질투심을 일으키고
사문ㆍ바라문에 대해서도
삿된 소견으로 공경하지 아니하며
계행 지니고 지식 많은 이를 보면
이내 꾸짖고 욕을 퍼부으며
받들거나 보시할 마음이 없으니
이러다가 목숨을 마치면
나쁜 지옥에 떨어지나니
이를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간다고 하오.
대왕이여! 반드시 알아야 하오.
크게 부자이면서 믿는 마음까지 갖추고
성냄도 없고 부끄러움도 구족해서
사문과 바라문에 대해서도
크게 인색한 마음 버리며
계행 지니고 지식 많은 이에게도
공경하는 마음으로 문안하며
항상 바르고 착한 일만 행함으로써
스스로 보시하고 남의 보시도 칭찬하니
받는 이도 또한 칭찬하는 바이네.
그리하여 목숨을 버린 후에는
그러한 과보로 말미암아
삼십삼천에 태어나리니
이를 밝은 데에서 시작하여
밝은 데로 들어간다고 말하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