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6권
4.7. 수번뇌심소(3)
[실념(失念)심소]
무엇이 ‘실념(失念)심소’288)인가?
모든 인식대상에 대해서 분명하게 기억할 수 없음을 체성으로 삼는다.
능히 바른 기억[正念]을 장애하여 산란의 의지처가 됨을 업으로 삼는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이 산란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89)
실념(失念)은 염(念)심소의 일부분에 포함된다. 이것이 번뇌와 상응하는 염(念)심소라고 말하기290)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91)
실념(失念)은 치(癡)심소의 일부분에 포함된다. 『유가사지론』에서 이것이 치심소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기292) 때문이다.
치심소가 기억하는 것을 잃게 하기 때문에 실념이라고 이름한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93)
실념은 두 가지[俱]의294) 일부분에 포함된다. 앞에서 인용한 두 문장에 그림자처럼 생략해서 말한 것에 의하기 때문이고, 논서에서 다시 이것이 잡염심에 두루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산란심소]
무엇이 ‘산란심소’295)인가?
모든 인식대상에 대해서 심왕을 방탕하게 흐르게 함을 체성으로 삼는다.
능히 바른 정(定)심소를 장애하여 악혜(惡慧)의 의지처가 됨을 업으로 삼는다.
산란한 사람은 악혜(惡慧)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96)
산란은 치심소의 일부분에 포함된다. 『유가사지론』에서 이것이 치심소의 부분이라고 말하기297)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298)
산란은 탐ㆍ진ㆍ치 심소에 포함된다.
『집론』 등에서 이것이 세 가지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기299) 때문이다.
치심소의 일부분이라고만 말한 것은 잡염심에 두루하기 때문이다.300)
탐ㆍ진ㆍ치 심소가 심왕을 방탕하게 흐르게 하는 것이 다른 법301)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산란이라고 말한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302)
산란은 별도로 자체가 있다. 세 가지의 일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이것이 그것의 등류이기 때문이고, 무참(無慚) 등처럼 곧 그것303)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304)
다른 것의 인식활동에 따라서 세속유라고 이름한다.
산란의 개별적인 인식활동은 조급하고 어지러운 것을 말한다.
함께 일어나는 법으로 하여금 모두 방탕하게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세 가지에서 떠나서 별도의 자체가 없다고 말하면, 별도로 삼마지(三摩地)305)를 장애한다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도거와 산란의 둘의 작용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것(도거)은 이해[解]를 바뀌게 하고, 이것(산란)은 연(緣)을 바뀌게 한다. 한 찰나에는 이해와 연(緣)을 바뀌게 하는 일이 없지만, 그러나 상속함에 있어서는 바꾸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염오심의 시기에는 도거와 산란의 세력에 의해서 항상 생각마다 이해를 바꾸고 연(緣)을 바꾸어야 한다.
혹은 염(念)심소 등의 세력에 의해서 억제되고 조복되는 것이 마치 원숭이를 묶어 놓은 것과 같아서 잠시 안주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도거와 산란 심소는 함께 잡염심에 두루한다.
[부정지(不正知)심소]
무엇이 ‘부정지(不正知)심소’306)인가?
관찰되는 대상에 대해서 그릇되게 이해함을 체성으로 삼는다.
능히 바르게 아는 것[正知]을 장애하여 계율 등을 훼범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바르게 알지 못하는 사람은 훼범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307)
부정지는 혜(慧)심소의 일부분에 포함된다. 이것이 번뇌와 상응하는 혜(慧)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308)
부정지는 치심소의 일부분에 포함된다. 『유가사지론』에서 이것은 치심소의 부분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바르지 않게 하는 것을 부정지(不正知)라고 이름한다.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309)
부정지는 두 가지[俱]310)의 일부분에 포함되다.
앞에서 인용한 두 문장에서 그림자처럼 생략해서 말했기 때문이다.
논서에서 다시 이것이 잡염심에 두루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삼십송』의 제13ㆍ제14 게송에서) ‘와[與]’, ‘아울러[幷]’, ‘및[及]’이라는 말311)은 수번뇌심소가 오직 스무 가지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잡사경(雜事經)』 등312)에서 탐 등 많은 종류의 수번뇌를 말하기 때문이다.
수번뇌라는 명칭은 역시 번뇌도 포함한다. 이것은 앞의 번뇌심소의 등류의 성질이기 때문이다.
(『유가사지론』 제62권에서) 번뇌와 같은 종류인 다른 염오법은 다만 수번뇌라고 이름한다. 번뇌심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스무 가지 수번뇌뿐으로 말한 것313)은, 번뇌심소가 아니고, 오직 잡염이며,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것에서 나머지 잡염법은 이것의 분위기이거나 혹은 이것의 등류이므로,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그 종류의 차이에 따라서 논리에 맞게 알아야 한다.
287)
무탐(無貪)ㆍ무진(無瞋)ㆍ무치(無癡) 심소이다.
288)
실념(失念, muṣitasṁṛtitā)심소는 기억하지 못하는 심리작용으로서, 단순한 망각이 아니라 기분이 산만하여 선법을 지속적으로 상기하지 못한다. 이것은 염(念)과 치(癡)심소의 일부분이다.
289)
제1사(第一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290)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1권(『고려대장경』 16, p.287中:『대정장』 31, p.699中).
291)
제2사(第二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292)
『유가사지론』 제55권(『고려대장경』 15, p.938下:『대정장』 30, p.604中).
293)
호법의 정의이다.
294)
염(念)ㆍ치(癡) 심소를 가리킨다.
295)
산란(散亂, vikṣepa)심소는 심왕을 갖가지 대상으로 치달리게 하고 흩뜨려서, 정정(正定)을 장애하고 악혜(惡慧)를 일으킨다.
296)
제1사(第一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297)
『유가사지론』 제55권(『고려대장경』 15, p.938下:『대정장』 30, p.604中).
298)
제2사(第二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299)
『대승아비달마집론』 제1권(『고려대장경』 16, p.214中:『대정장』 31, p.665中), 『대승광오온론』(『고려대장경』 17, p.669中:『대정장』 31, p.665中).
300)
『유가사지론』 제55권에서 말한 내용을 회통한다.
301)
만(慢)심소 등을 가리킨다.
302)
호법의 정의이다.
303)
탐ㆍ진ㆍ치 심소를 가리킨다.
304)
앞에서 인용한 『대승아비달마집론』 제1권 등의 내용을 회통한다.
305)
삼마지(三摩地, samdhi)는 등지(等持)로 번역한다. 선정을 닦아서 마음을 한 대상에 안주하여 움직임이 없는 것을 말한다.
306)
부정지(不正知, asamprajñānya)심소는 대상을 잘못 이해하는 심리작용으로서 정지(正知)를 장애한다. 혜(慧)와 치(癡)심소의 일부분이다.
307)
제1사(第一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308)
제2사(第二師)의 견해를 서술한다.
309)
호법의 정의이다.
310)
혜(慧)와 어리석음[癡]의 심소를 말한다.
311)
다음에 『유식삼십송』의 제13ㆍ제14 게송에서의 ‘와[與]’, ‘아울러[幷]’, ‘및[及]’의 글자의 의미를 해석한다.
312)
『아비달마법온족론(阿毘達磨法蘊足論)』 8권 등이다.
313)
다음에 삿된 욕구[邪欲] 등 나머지를 수번뇌심소에 포함시키지 않고 폐지(廢止)한 근거를 밝힌다.
오직 스무 가지를 수번뇌심소로 말한 것은, 이 스무 가지가 번뇌심소[本惑]가 아니고, 오직 잡염이며, 두드러짐의 세 가지 뜻에 의해서 수번뇌심소로 말한다.
이 스무 가지 이외의 삿된 욕구[邪欲] 등은 모두 이 스무 가지의 분위(分位)이고 등류성이므로, 스무 가지 수번뇌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