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끝난 '금강경 읽기 동안거'를 주최한 전북 남원 실상사 화림원의 원감인 재연 스님을 만났다. 각묵 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의 '금강경 역해'를 교재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총 열 차례 진행된 경전읽기는 참선수행만을 진정한 수행으로 여겼던 불교계에서는 하나의 '사건' 으로 여겨졌다.
특히 불제자들 뿐 아니라 일반대중들도 참석해 묻고 답하며 진행된 이번 경전읽기의 '열린 논강' 방식은 불교계 안팎에서 매우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과연 경전읽기도 불교수행의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수행이라면 으레 선방 중심의 좌선을 떠올리지만 교학적인 바탕이 없이는 안될 일입니다. 도덕적 바탕과 지혜가 함께 가야 합니다. 금강경의 눈을 통해 교단과 수행자의 문제를 재점검하려 했습니다"
재연 스님은 "불교의 최종 근거는 무아와 연기로 이 둘은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주변의 정황에 의해 생성.변화한다는 개념"이라며 "무아와 연기를 빼면 불교는 없다"고 주장했다.
금강경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뗏목의 가르침을 비유로 자신의 가르침에도 얽매이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절대성의 강렬한 부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인식의 방해물로 여겨지는 상(相)과 견해를 무조건 버리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상과 견해를 '바로보라'는 것으로 재연 스님은 해석했다.
스님은 수행에 대해서도 "'수행'은 '변화'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했다. "무아와 연기에 근거해 어차피 변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며 능동적인 '수행관'을 피력했다.
"그러나 교리를 모르면 수행이 불가능해지고 신비주의.기복주의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불교가 그렇습니다. 경전 공부를 안해서 많은 폐단이 생기고 있습니다" 재연 스님의 이같은 주장은 경전 공부가 진짜 수행이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지리산 아래 작은 사찰에서 새로운 불교의 기운이 싹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