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주 선물/써니
오늘 아침 내 일터 소장에게 귀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노봉방주(말벌주)다. 소장은 방재실(防災室) 책임자다.
내 일터는 남한산성 자락 성남 중원구에 있는 산속 마을이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새로운 인구가 많이 유입되어 생겨난 모 중학교다. 이 학교에 와 학생 안전지킴이로 일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무실 이름이 방재실이다. 예전엔 서무실에서 학교 행정과 건물 관리를 했다. 요즘에는 기능의 역할과 임무는 같지만 명칭이 바뀌었다. 마치 ‘주민 센터’를 ‘행정복지센터’라 부르듯이 학교도 서무실 대신 행정실로 개칭하고, 부속실로 방재실을 별도로 두어 학교 관리를 한다. 방재실은 기능면에서 예전에 비해 관리의 영역이 더 늘었다. 소방 설비 수신기 방송 앰프 티브이 증폭 설비 CCTV 및 DVR 설비 따위를 설치하여 재해를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얼마 전 소장이 차나 마시고 가자해 그의 방재실에 따라 들어갔다. 그는 내게 산딸기 진액으로 만든 차를 손수 끓여 내어놓았다. 입안이 시큼하면서 달달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 끝에 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사실 그는 내가 양봉을 시작한 걸 알고 있었다. 서로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나의 양봉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내가 양봉을 시작한 것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것이다. 아우뻘 고향 친척에게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이라 해 널리 회자되는 ‘버킷 리스트’를 꼭 한 번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모 교육청 관리 과장을 끝으로 은퇴한 분이었는데 어찌나 부지런하셨던지 양봉도 틈틈이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아우였기에 어느 날 한 승용차에 동승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중 선산의 땅에 양봉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해 나도 즉석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함께 하자고 말해버렸다.
그 일 이후 두 사람은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팀장으로부터 지역 양봉자를 소개 받아 함께 양봉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올 4월 23일에 벌통 10개를 고향 선산에 가져와 본격적으로 양봉을 시작했다. 우리 둘은 부지런히 벌통 관리를 했다. 양봉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아카시 꿀을 딸 수 있었다. 원통채밀기의 원심분리기에서 빠져나오는 꿀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벌통 10 개에서 2.4리터 병으로 스물네 병을 따고, 여분으로 세 병을 더 수확했다.
얼마 전 다시 사무실에서 차 마실 때 소장이 나의 양봉이 궁금했던지 자연스레 "양봉은 잘되어 가는지, 꿀은 얼마나 땄는지, 등을" 묻기에, 예상 밖 대박을 쳤고, 친척 동생과 함께 수확한 꿀이기에 24병중 내 몫의 12병은 다 팔았다고 덧붙여 답해주었다.
그는 꿀에 대해서도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고향이 청주인데 여전히 처가 쪽 일가와 연을 대고 있었는데 처남은 산에서 약초를 따다 파는 약초꾼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말벌주 이야기로 급진전 되었다. 집에 오래 된 말벌주가 있다는 것이다. 언제 가져다준다더니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내 사무실에 들러 검은 비닐봉지에 싼 기름병 하나 크기의 갈색 말벌주를 한 병 주고 간다.
노봉방주는 말벌이 아니라 말벌집(노봉방)을 술에 담가 만든 술을 가리킨다. 말벌 자체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맛이 부드럽고 독성도 적다. 그런데 노봉방(말벌집)에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어 관절이나 혈액 순환에 좋다고 예전부터 민간요법에서 즐겨 애용해왔다.
말벌주는 말벌을 술에 담가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전통적인 약술이어서 건강을 위해 마신다. 생명력이 강한 곤충이라 기력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몸에 좋으니 사모님과 함께 드셔 보세요. 많이는 말고 주무시기 전에 소주잔 한 개 정도로 드시면 잠이 잘 올 겁니다.”
체구가 크지 않아 날렵한 날다람쥐처럼 부지런한 소장의 미소가 말벌주보다 더 약이 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