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본디 먹을 것이 없는 형편인데다가
흉년에 물난리까지 겹쳐서
살기가 얼마나 힘이 들면 원수처럼 여기는
이명박의 대한민국을 향해 손을 벌리며,
“좀 도와줘요”하는 겁니다.
북한을 편들 수밖에 없는
오늘의 러시아도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참사임을 시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으나,
김정일의 인민공화국은 계속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이쯤 됐으니 쌀 좀 보내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구걸하기는 싫다는 뜻으로 풀이가 됩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적십자’의 표지를 달고
쌀은 바리바리 실려 북으로 갑니다.
수해복구를 위한 자재나 기구도 압록강변을 향해 갑니다.
천안함 참사 이후
“전쟁도 피하지는 않겠다”던
대통령의 굳은 의지도 이제는
초가을의 햇볕에 엿가락처럼 녹아서
그 강경자세는 자취를 감추고
개성공단에도 때 아닌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금강산관광도 재개하는 날이 멀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북정책에 관한한 대한민국에는
기본 원칙이 없습니다.
태도가 유연한 것이라고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북의 ‘적화통일’이라는
일관된 자세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원칙은 고작 ‘평화공존’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때려눕히려는 놈과
“함께 잘 살아 보자”는 놈이 붙으면
누가 이길 것인가, 그 결과는 뻔합니다.
남북관계가 되어가는 꼴을 보니
천안함과 함께 수장된 46명의 청춘이
너무 가엽게 느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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