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의 절개 /황 주석 인제는 여름의 절정기이다 작년 이맘때쯤 생각이 떠오른다 쭉정이에, 알이 차면서 무게를 지탱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을 곧게 세우기 힘들어 수그러지고 말았지 그렇게 살 수밖에 정들었던 소꿉친구들 얼굴 마주하기 점점 더 힘들어지더니 기어이 석고붕대를 해놓은 것처럼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중력이 가는 길 따라 구부러지고 말았다. 그때 이후로는 고개를 펴 본 적이 없다 장마철이 지나고 나니 하늘도 야속했지 자식새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나에게 해도 해도 너무했다 태양은 하늘을 펄펄 끓여 바다를 만들 태세다 희귀한 광석을 아낌없이 지피며 들쑤셔 볕은 온 누리로 철철 흘러내렸다 겨우 숨 쉴 수 있게 목만 축일 수 있게 오! 하늘이시여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나요 다 타버리고 재가되면 어쩌나요? 저만치 풋과일이 익으며 내뱉는 시큼한 바람에 겨우 숨 적실 수 있는 끝내는 벼 베어져 눕게 된 희미한 그늘 그때를 기다렸습니다.
첫댓글황주석 시인의 **‹볏짚의 절개›**는 여름의 지독한 무더위와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한 그루 벼의 생명력을 의인화하여, 자식을 향한 어버이의 헌신과 숭고한 침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가슴 깊이 남는 감상을 몇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정리해 봅니다.
인내와 희생의 무게
시 속의 벼는 알곡이 차오를수록 고개를 숙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의 이치를 넘어, '자식새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어버이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상징합니다.
'석고붕대를 해놓은 것처럼' 고개가 구부러진 모습은 세월과 헌신의 흔적이 몸에 완전히 배어버린 우리네 부모님의 굽은 등과 닮아 있어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치열한 생명력과 경건한 기다림
펄펄 끓어오르는 한여름의 폭염과 들쑤시는 볕 속에서도 벼는 절망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나요'라는 탄식은 포기가 아닌, 삶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한 간절한 기도입니다. 풋과일이 내뱉는 시큼한 바람 한 모금에 숨을 적시며 버티는 모습에서 숭고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첫댓글 황주석 시인의 **‹볏짚의 절개›**는 여름의 지독한 무더위와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한 그루 벼의 생명력을 의인화하여, 자식을 향한 어버이의 헌신과 숭고한 침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가슴 깊이 남는 감상을 몇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정리해 봅니다.
인내와 희생의 무게
시 속의 벼는 알곡이 차오를수록 고개를 숙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의 이치를 넘어, '자식새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어버이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상징합니다.
'석고붕대를 해놓은 것처럼' 고개가 구부러진 모습은 세월과 헌신의 흔적이 몸에 완전히 배어버린 우리네 부모님의 굽은 등과 닮아 있어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치열한 생명력과 경건한 기다림
펄펄 끓어오르는 한여름의 폭염과 들쑤시는 볕 속에서도 벼는 절망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나요'라는 탄식은 포기가 아닌, 삶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한 간절한 기도입니다. 풋과일이 내뱉는 시큼한 바람 한 모금에 숨을 적시며 버티는 모습에서 숭고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절개'가 지닌 진정한 의미
시인이 말하는 '절개'는 곧게 서서 타인에게 위세를 부리는 곧음이 아닙니다.
자식을 위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짓누르는 중력과 무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마침내 벼가 베어져 누울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겸손한 인내와 묵묵한 헌신'**이야말로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절개일 것입니다.
벼 베어진 희미한 그늘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태워 열매를 맺어내는 볏짚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을 대하는 경건함과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