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래전 본당에서 전례를 담당했던 막내수녀님과 만나 삼청동에 가서 수제비를 먹었다. 수녀원 들어오기 전에 먹었던 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갔는데 여전히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이 서 있는 뒤쪽으로 가서 섰다. 한참을 기다려 먹는데 나 역시 꽤 오랜만인데도
시장이 반찬을 더해주었는지 여전히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와 인사동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었다.
그러더니 “언니, 오늘 복음 생각나시죠? 간음하다 들킨 여자를 예수님께 끌고 와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했을 때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나세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고 하지 않으셨나?.”
수녀님 왈,“그런데 잠시 뒤에 사람들은 하나씩 떠나갔는데 갑자기 주먹보다 더 큰 돌이
날아와 그 간음한 여자의 머리를 맞추자 그 자리에서 쓰러졌는데, 깜짝 놀란 예수님이 돌을 던진 사람을 보고 놀라며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글쎄요....”
“예수님께서 크게 놀라시며 ‘아! 어머니, 왜 그러세요?’”
우리는 길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한 몇 달 동안 곁눈 팔 여유도 없이 바빴다. 지난 주 아파트 현관 앞에 피어있는 산수유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저녁 때 헬스장엘 다니며 보았을 텐데 보지 못했다니...
금요일 저녁에 오랜만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자매 둘이 우리 집에 와서 차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산에는 꽃들이 만개하여 정말로 보기가 좋다는 이야기 끝에 꽃구경을 못했다는 나를
위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서대문구청 뒤에 있는 안산에 핀 벚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
밤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었다. 일제 때 심었다는
나무는 평소에 보던 나무보다 2, 3배는 키가 커서 목을 뒤로 젖혀야만 나무 꼭대기에 핀 꽃을 볼 수가 있었다. 벚꽃나무 사이로 초승달도 보인다. 이곳이 산이라 그런지 산 밑에 있는 꽃들은 시들어 가는데 비해 만개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주변이 환하지가 않아 완전히 볼 수가 없어 성이 차지 않았다.
내일 새벽미사 끝나고 다시 오겠다고 하는 내 말에 함께 갔던 언니도 같이 오자고 했다.
토요일 새벽에 미사를 마친 후 다슬기 해장국집에 들러 아침도 먹고 어제 그 곳으로
다시 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어제 보았던 그 기분과는
또 다른 느낌에 전율했다. “아, 정말 좋다 ”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벚꽃 사이 살짝살짝 드러내는 청사초롱도 멀리서 보니 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벚꽃의
빛깔이 참 다양하다. 흰색, 분홍색, 파스텔톤의 연분홍색, 수양버들처럼 늘어지며
피는 꽃도 있다.
올해는 다른 때와는 달리 시간차를 달리하여 피던 꽃들이 한꺼번에 피우며 꽃향기나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 같다. 매화, 개나리, 벚꽃, 산수유, 조팝, 진달래와 철쭉은
이제 피려는 듯 입을 벌리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를 벚꽃이 핀 길과
산책로를 걸으며 이 아침에 그동안 시간이 없어 꽃을 보지 못했다는 내 아쉬움을 또
이렇게 채워주셨음을 알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해 주심에 행복합니다....
첫댓글 언니 오랫동안 글이 안올라와서 무슨일이 있으신가 궁금했어요.
핸폰을 잃어버려 전화번호도 모르고...
한번 전화주세요 참 저모니카예요.
모니카, 오랫만... 말 안해도 알지요. 닉네임으로. 무슨일이 있은건 아니고, 그렇지만 작년 11월부터 몸과 마음이
아주 많이 바빴어요. 그래서 사실은 카페에도 거의 들어오지 못하고요.... 전화할께요.
편안한마음으로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계셨지요? 오랫만에 마음의 영성에 들어오니 이번에는 제주도 순례길을 빨리 시작하셨네요.
작년 생각이 새록새록나요. 참 많은 일들이 생겼던것 같은데, 물론 형제님에게도...
자매님 오랫만입니다. 건강하신지요? 부산은 벚꽃이 지고 있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네. 잘 계셨지요? 서울도 왠만한 곳은 벚꽃이 거의 졌는데 그래도 북한산이나 안산쪽은 주말쯤에는 거의 질 것 같아요. 형제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꽃구경 잘 했습니다. 정말 올해는 꽃들이 한꺼번에 다투어 피어 저희 눈을 더 즐겁게 해 주네요. 감사합니다~^^*
맞아요. 좋은 건지 아닌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순차적으로 피던 꽃들이 단체로 수학여행을 왔나봐요.
오전에 잠간 뒷산(그래도 우리나라의 명산중의 하나인 북한산이에요)엘 다녀왔는데 소나무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예쁘게 피어서 잠기 즐기고 내려왔습니다.
이봄을 정신없이 보내느라 제대로 꽃구경도 못하고 보내고 있었네요.
지난주 2박3일 약혼자주말을 다녀와서 벚꽃이 지고있다고 아쉬워하는 저를 사비노가 아파트 뒤 공원길로 데려가 벚꽃나무 밑에 세워 놓고 나무를 흔들어 꽃비를 맞게 해 주었어요. 새벽 2시에~^^
저의 남편 사비노 멋지지요..♥
사비노 형제님 정말 멋지세요!!! 새벽 두시에 꽃비라니... 오드리님과 함께 동행하는 어울리는 분 같아요.
요즘에도 길상사엘 오셨는지요? 저도 최근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들리지를 못했는데 부활절 맞기 전에 한번 다녀오려고 하는데 모르겠네요. 그런데 약혼자주말이 무슨의미에요? 피정인가요...
@namaria 언제 길상사에서 뵈요..
대추차 대접해드릴께요.^^*
3월부터 화요일마다 한성대 근처로 기도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지난주에 강의마치고 일부러 그쪽길로 오며 잠시 들렀어요.
오색 연등과 흰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광을 바라보며 있다가왔어요. 그곳에 가면 마리아님이 떠오르곤 하지요^^
약혼자주말은 교구 가정사목부에서 하는 혼인 준비 프로그램이예요. 혼인을 준비중이거나 혼인1년 미만의 커플이 대상이예요. 저희는 시니어부부 봉사를 하고있어요.
아, 한성대근처면 길상사하고 가깝게 있는 곳이네요. 멋진 형제님과 함께 오시나요? 저만 바쁘게 지냈는지 알았는데 오드리님도 바쁘게 지내셨군요. 부활과 초파일 지나서 한번 뵈어요. 이 곳에 오시는 전날 전화주시면 저도 시간에 맞추어서 길상사로 갈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