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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9 서은문학관 꿈 날개
황 영 준
봄 햇살 보랏빛 개불알꽃 키우는 풀밭 혼자 누워 두 날개에 세상 업고 동남풍 바람타고 천국을 난다
눈 시리게 맑은 날씨 흰구름 흐르고 겨울 철새들 다 돌아간 춘삼월 빈 하늘로 비행기도 안 가는 미리내 찾아간다
눈 돌려 발 딛고 일어나 95번 버스에 오른다 손 전화 통화 중인 바쁜 세상 세상에 지친 성난 사람들 눈이라도 마주치면 안 되는 걸까
104동 1104호 문틈으로 마중 나온 된장국 냄새 두 노인네 테레비 끄고 꿈 날개 펴면 고향산천 돌아보고 그리운 얼굴들 만나는 행복나라 열린다
■문병란-화려한 꿈이나 상상력이아니라도 봄이 되면 개불알꽃일망정 자기 분수에 맞추어 안분자족의 삶을 누리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도입하였다. 그러나 2연에 가서는 우주적 스케일을 펼쳐 문명이 미치지 않는 은하수 미리내를 찾아가는 꿈의 날개를 펼친다. 이왕에 꿈을 꿀 바에야 이런 파격도 시적으로 흥취를 돋굴 수 있다. 1과 2연은 대조적이며 비약이 있다. 다시 땅위의 현실 95번 시내버스 승강장/ 생각도 다르고 남을 사랑할 여유나 여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잘못 건들면 큰 일 날 것 같은 그리고 매우 바쁘고 조금은 서난 사람 같은 두려운 표정들. 눈으로 미소로 무언가 전하고 나누고 싶은데, 눈이 마주치면 번쩍! 적의가 날아온다. (온통 세상이 무섭고 여유도 나눔도 배려도 없다.)
옛말에도 ‘요순시대의 백성은 요순을 닮고 걸주시대의 백성은 걸주를 닮는다.’하지 않은가. 그래도 나의 집, 어찌어찌해 마련한 아파트 104동 1104호‘ 노처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가 버스 간 길거리 성난 군중 속의 고독을 얼마쯤 해소시켜 준다. 아이들 커서 썰물 빠져나가듯 모두 자기 둥지 차려 나가버리고 달랑 두 내외 남은 황혼기의 고적한 삶, 그래도 안빈낙도 꿈날개 펴면 은하 가에 있는지 모를 먼 고의 인인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 과한 꿈이기에 고향산천 어릴적 그리운 얼굴들 만나는 행복나라 열리는 행운이 아니 올까(온다는 강조). 욕심 부리지 않고 마음을 비우면 그래도 인생은 아직 행복 쪽이다. 꿈 날개는 공상이나 환상 속의 허황된 그런 분에 넘치는 세계가 아니라. 된장국에 보리밥 팔베개 오두막에 눕더라도 낙이 거기 있다. 옳지 아니하고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고자 하는 것은 나에게 하늘의 뜬구름 같다고 했는데 이 시적 화자는 아예 그런 분에 넘치는 부귀영화에는 전혀 가까이 할 생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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