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1. 간단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3년의 수험생활 끝에 서울 중등 영어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2. 합격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
“다행이다” 라는 생각과 “드디어 진짜 끝난 건가?”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나기도 했고 오랜 기간 공부하다 보니 다시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 한동안 들었습니다.
개인적 측면
1.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
(1) 운의 영향이 크고 불합격률이 높은 시험이라는 것 때문에 지금 나의 노력이 의미있을 것인지 의심하게 되었던 시간들
(2) 주변에서 먼저 합격하거나 취업한 친구들이 놀러다니는 것을 볼 때의 박탈감과 자괴감
(3) 부모님의 걱정과 이제 공부를 그만두거나 다른 지역에 지원하라는 친척들의 오지랖 섞인 걱정
(4) 이론 하나에, 모의고사 문제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나약한 마음
(5) 과거 불합격 창이 일년 내내 머리에 둥둥 떠다니면서 또 저 페이지를 보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2. 합격의 공신
(1) 우선 함께 공부하고,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부메이트 친구가 있어서 저의 수험생활이 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2년 가까이 함께 공부하면서 오히려 가족들보다도 더 솔직하게 서로의 힘듦을 털어놓고 서로 격려해줄 수 있었던 존재가 되어주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습니다.
(2) 제가 희소에서 공부하는 동안 무한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신 조셉신 선생님께도 무한 감사를 전합니다. 무작위로 나열되어 있던 영어교육학 개념들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게 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시험을 앞두고 흐트러진 멘탈을 바로잡을 수 있게 저를 믿어주시고 늘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선생님을 믿고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학습 측면
1. 일반영어
제 생각에 일반영어는 단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영어교육론이나 영어학은 특정 개념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마스터한다면 해당 개념을 출제한 문제를 맞출 수 있겠지만, 일반영어는 본인이 가진 영어실력이 탄탄한 베이스로 갖추어진 이후에 키워드 위주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TEPS 독해 책을 보거나, 수능 영어 독해 문제집을 풀기도 하는데, 이처럼 영어를 자주 읽고 접하면서 기본적인 영어실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책으로 공부할 의지가 안 생겨서 읽기 대신에 듣기라도 하려고 노량진이나 도서관을 오가는 지하철에서 TED 앱을 이용하여 하루에 하나씩 영어 스피치 영상을 봤습니다. 일반영어에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영어에의 노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네요. 읽기로는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케빈신 선생님의 문제를 활용했는데, 올해 뿐만 아니라 작년, 재작년에 출제하셨던 문제를 활용해서 하루에 두세 지문은 꼭 읽고 꾸준히 답안을 작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단어 공부를 위해서 많은 수험생들이 스터디하는 영단어 책도 있는데, 저는 이런 식으로 단어를 외우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앱을 이용했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을 쓸 때는 ‘외움 : FindnLock’ 이라는 앱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이 앱은 잠금화면을 한번 해제하기 위해서 단어 하나씩을 공부하는 형식으로 작동되는데, TOEIC, TEPS 시험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장이 수준별로 구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단어장을 만들 수도 있어서 제가 지문을 읽으면서 몰랐던 단어들을 추가해서 잠금화면을 통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몇 개 안되지만, 습관적으로 꾸준히 나름 학습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아이폰으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어쩔 수 없이 아날로그 단어장을 이용해서 모르는 단어와 뜻을 직접 쓰고 가지고 다니면서 외웠습니다.
일반영어가 영어실력을 요구한다고 해서 막막하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임용시험은 키워드 위주의 채점을 하기 때문에 본문에 제시된 키워드만 잘 활용해서 간단하고 효율적인 답안 작성 포맷으로 답을 작성한다면 점수를 어느정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일반영어의 답안 작성 포맷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 스터디는 초수 때 스터디원 세 명이서 했던 일반영어/문학 스터디였는데, 케빈신 선생님의 문제를 각자 풀고, 서로의 답을 돌려가면서 채점해 보고, 유효한 키워드가 무엇인지 표시해서 비교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저의 답이 얼마나 efficient한지, 또 다른 사람들이 제 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문제에 대해서 답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 수 있어 답안 개선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영어교육론
영어교육론은 겉보기에는 제일 간단하고 쉬워보여도, 파면 팔수록 역사가 깊고 양이 방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교육론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는 목차와 기출인 것 같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 저는 영어교육학의 개념들을 Glossary 형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나니 Negotiation of Meaning이 무엇인지, Intensive reading이 무엇인지 등의 1:1 definition은 내릴 수 있었지만, 그 개념이 어떠한 역사적 흐름에서 출발한 것인지, 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기출 분석을 (남들이 다 한다기에) 하면서도 그냥 문제를 푸는 데만 급급했었습니다. 하지만 16년 3월 첫 원서 강의에서 조셉신 선생님께서 Language Acquisition에 대한 목차를 칠판에 그려주시면서 설명하시는 순간, 머릿속에 뒹굴고 있던 개념들과 이론들이 일사분란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각각의 개념이 어떻게 관련이 되어 있는지, 어떻게 기존의 개념과 차이를 두며 등장한 것인지를 알게 되니 영어교육론이라는 과목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처럼 느껴졌고, 암기가 아닌 기승전결의 파악처럼 여겨져서 더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조셉신 교수님의 기본서를 바탕으로 나만의 영어교육학 틀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1. Language Acquisition (Behaviorism, Nativists, Cognitivists...), 2. Language Analysis(Discourse Analysis, Error Analysis...), 3. Learner Variables 등등 처럼 번호를 매겨 나만의 영어교육학 목차를 세우고, 그 안에 속한 개념들의 흐름과 분류를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백지를 놓고 내가 아는 개념들을 정리하고 분류해보는 것도 목차의 좋은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목차와 개념의 틀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면, 기출분석을 하는 것도 본인이 가진 틀을 적용하고 점검하는 과정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합격했던 학교 선배가 기출 분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는데, 조셉신 선생님의 기출분석 강의로 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서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출문제를 여러 번 분석하면서 매번 다른 접근과 관점으로 문제를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 첫 번째, 그냥 문제 풀어보기
● 두 번째, 왜 내가 고른 답이 답이 되는지 정답의 근거 찾기
● 세 번째, 제시문과 보기에 차용된 표현이나 단어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을 옆에 나열하며 적어 보기
● 네 번째, 왜 그 표현이나 단어가 쓰였을지 생각해보기. 출제위원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출제하면서 단어 하나 허투루 쓰지 않기 때문에, 왜 그 단어를 썼는지 생각해본다.
● 다섯 번째, 출제위원이 이 문제를 통해 수험자의 어떤 지식을 요구한 것인지 생각해보기
● 여섯 번째, 객관식 문제일 경우, 이 문제가 서술형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바뀔 수 있을 것인지, 주관식 문제일 경우, 이 문제가 다시 출제된다면 어떻게 변형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고 답을 작성할 때 유효한 키워드는 어떤 단어나 표현이 들어가야 할지 생각해보본다.
등의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비슷한 개념을 출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한 본인이 가진 영어교육론 개념의 틀을 점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셉신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것처럼, 영어교육론의 범위는 제한적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서 출제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하다보면 어느정도 영어교육론에 대한 개념이 잡힐 것입니다.
모의고사 시즌이 오면 내가 보지 않은 문제에서 출제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초수 때는 노량진에 있는 모든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야지 하는 욕심과 불안이 앞섰지만, 재수할 때부터는 제대로 기출 분석을 시작하면서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개념을 출제하는 문제들은 거르는 안목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조셉신 선생님의 모의고사 문제를 제 머릿속 영어교육학 목차에 맞추어 분류하고 분석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3. 영어학
저는 몇 년간 공부하면서, 영어학은 수험기간 동안에는 기본이 되는 개념을 알아두고, 모의고사를 통해서 적용하는 연습을 한 뒤, 시험장에서 제시문 [A]에 주어진 개념을 숙지한 후에 제시문 [B]에 적용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출 역시도 어떤 개념이 어떠한 깊이로 출제되는지만 알아두는 용도로 분석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시험은 조금 예외라고 느껴졌는데, 영어학이 이렇게나 변수로 작용했던 기출시험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고, 정말 학문적으로 영어학을 공부한 사람들이거나 영어학에 흥미를 느끼는 수학적 머리를 가진 수험생들이어야 거뜬히 풀 수 있을 문제들이 많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제가 만약 영어학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면, 원서 위주로 공부할 것 같습니다. 보통은 통사론은 무난하게 나오고 음운론에서 변별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음운론은 원서를 많이 보는 반면, 통사론은 그렇게까지 깊이 공부하지는 않는 추세였습니다. 하지만 통사론은 깊이 공부하고자 하면 끝없이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학문이기 때문에, Syntax and Argumentation이나 Transformational Grammar과 같은 원서를 스터디를 통해서 상반기에 읽고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할 것 같습니다. (통사론, 문법 강의는 앤드류 채 강추!)
저도 올해 상반기에 영어학 원서 스터디를 통해 공부했었는데, 두 달 동안 Teacher’s Grammar와 Applied English Phonology를 읽고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Key term을 설명해보고, 연습문제를 만들어와서 풀고 해설하는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삼수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잡히지 않을 때였는데, 스터디 준비를 할 게 너무 많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래 그 후에 다른 원서도 스터디하려고 했었는데 스터디원들이 시간이 안 되어서 두 권에 그쳤지만, 이런 방식으로 다른 원서들도 스터디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2차 준비
저는 작년 시험에서 2차 시험으로 인해 불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올해 2차 시험은 후회없이 쏟아부으려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우선 작년에 수업실연을 망쳤기 때문에, 수업실연을 연습하려고 2월부터 중학교에 시간강사로 근무하면서 주 1회 학교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를 통해서 제가 작년 수업실연에서 어떤 것이 부족했는지를 알게 되었고, 저만의 수업 방식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또한 수업의 안목이 조금은 생겼는지 스터디에서 피드백을 줄 때에도 작년에 비해서 다른 스터디원들의 수업에 대해서 더 비판적이고 세부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 2차 준비 방법은 조셉신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만 따랐습니다. 1차 합격 직후 다른 지역을 지원한 영어 스터디원들과의 수업실연+면접 스터디, 그리고 서울을 지원한 다른 과목 스터디원들과의 면접 스터디를 꾸려 바쁘지만 알차게 스터디 두 개를 진행했습니다. 서울 스터디에서는 서울 시책을 바탕으로 연습문제를 출제해와서 모의면접을 진행했는데, 정작 시책은 출제되지 않았으나, 면접 연습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거나 EBS 영상을 보고 싶었음에도 정작 1차 합격 후에는 볼 시간이 나질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험생들에게는 1차 시험이 끝나고 의욕이 안 들때는 책을 읽거나 EBS 영상을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마감 글 : 시험을 준비하는 분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
3년 동안 공부하면서, 저에게도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막막하고 어려운 길이었습니다. 저는 원래도 멘탈이 강하지 못했기에 두 번의 실패 경험은 저를 자꾸 옭아매고, 의욕을 상실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울 때마다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라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지금 내가 힘들고 자꾸 포기하고 싶어질수록 더욱더 합격에 가까워졌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고, 지금 이 시간들을 통해서 제가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습니다. 실패와 좌절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해가면서, 합격에 한뼘 더 다가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가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면, 일년 후 당당하게 영어 교사로서 교단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자신이 이때까지 열심히 해 온 시간들을 믿고 끝까지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샘~ 합격 축하드려요 ~ 공부시작한지 두달째인데 다시 마음 잡을 수 있는 글이네요~ 감사해요
네 선생님 화이팅 하십시오^^!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에 위로가 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