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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LA 에인절스 리뷰 - 선발투수편 (tistory.com)
MLB는 끝나지 않았지만, 에인절스의 시즌은 끝났습니다.
지난 1년간 화도 나고, 신나기도 했고, 짜릿하기도 했던 에인절스의 야구는 올해에도 웃는날보다 슬픈 날들이 더 많았네요.
올해 포스트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에 에인절스의 리뷰를 내야수편/외야수+포수편/선발투수편/불펜투수편/팀 총평으로 나눠 리뷰를 해보려 합니다. 유틸리티 선수들을 모두 내야수로 포함시킨다면 대충 한편당 8~9명의 선수들을 리뷰하는 셈입니다. (오타니는 타자(외야수편)/선발투수로 나눠 따로 리뷰하겠습니다.)
타자들은 100타석 이상, 투수들은 30이닝 이상으로 기준을 잡아냈지만.. 몇몇 이야기를 적고 싶은 선수들은 특별하게 추가하겠습니다.
선수들은 이닝순으로 리뷰하겠습니다.
오타니 쇼헤이(Ohtani Shohei)
23경기 23선발 130.1이닝 9승 2패
ERA 3.18 FIP 3.51 K/9 10.77 BB/9 3.04
fWAR 3.0 bWAR 4.1
올시즌 최고의 타자이자 최고의 투수 오타니입니다. 최고의 타자와 최고의 투수가 동일인물이 될수 있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일단 올시즌 오타니는 제일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번시즌 오타니의 놀라운 점이라면 시즌 중에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투수로 등판했다 보기 어려운 2020시즌을 감안하면 토미존 수술이후 거의 3년만에 다시 선발로 복귀한 오타니인데, 오타니의 첫 한달은 전형적인 '쓰로워'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100마일까지 찍을 수 있는 구위와 묵직한 회전수, 그리고 리그 최고의 마구 중 하나인 스플리터를 사용했지만 완급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고, 제구력도 좋지 않아 이닝당 투구수가 20구에 육박했습니다. 그 덕에 구위는 좋지만 5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휴스턴전부터 오타니는 완급조절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대가로 공의 구속은 92~94마일을 기록했고 삼진율도 낮아졌지만 완급조절을 통해 체력을 아꼈고, 제구에 초점을 두며 이닝당 투구수를 아끼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전 0.2이닝 7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를 펼친 이후 오타니는 또다시 진화했습니다. 완급조절을 하며 적절한 제구를 하는건 마찬가지였는데.. 구속이 다시 95~96마일을 충분히 찍을정도로 돌아왔습니다. 위기상황때는 무려 100마일까지 던지며 완급조절의 팁을 완벽히 익힌것으로 보입니다. 후반기 이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닝도 많이 먹어준 오타니였습니다. 시즌 초반 타율이 3할도 아닌 3푼에 육박했던 스플리터는 손가락 물집때문에 자주 쓰지 못했는데, 대신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가, 마지막 두경기에서는 다시 스플리터의 비중을 높이는데도 성공했습니다.
결국 아쉬운점은 결국 투타겸업의 최종 목표였던 10승을 달성하지 못한점. 4월에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고, 팔 통증 이후 돌아온 오클랜드-시애틀과의 경기에서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4득점도 하지 못한 타선때문에 ND를 기록한것도 아쉽습니다. 이와중에 볼티모어전에서는 부진하며 본인이 승리의 기회를 날린것도 있고, 타선이 간만에 터진 시즌최종전에 불참한건 본인의 탓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경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10승을 할 기회는 많았지만 제대로 살리질 못한게 아깝네요.
내년엔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오타니는 시즌 내내 내년이 정말 투수로서 본격적인 시즌이라고 하고 있는데, 시즌 막판 오클랜드-시애틀에서 보여준, 완전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오타니의 도전은 성공이라고 봅니다. 시즌이 지나며 볼넷까지 줄어들었으니.. 내년에 에인절스가 투수들을 영입한다 해도 오타니가 2021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3선발은 물론이고, 잘하면 2선발까지 올라설 수 있습니다.
호세 수아레즈 (Jose Suarez)
23경기 14선발 98.1이닝 8승 8패
ERA 3.75 FIP 4.09 K/9 7.78 BB/9 3.29
fWAR 1.3 bWAR 1.9
신체사이즈는 작지만 제구력이 상당히 좋은, 바깥쪽 승부에 강점이 있는 리틀 류현진 호세 수아레즈입니다. 키는 178cm로 KBO 기준으로도 작은 키지만 에인절스에서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년까지 냉정하게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고, 올해에도 6인 선발진에 당연히 포함되지 않으면서, 산도발,바리아와 함께 선발 예비군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롱맨으로 등장해서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조기강판이 반복되던 번디나 퀸타나가 떠나면 그 자리를 틀어막아줬습니다.
그러나 6월 말 열사병 증세로 구토를 하며 강판된 번디 대신 등판에 5.1이닝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고, 그때의 호투가 매든에게 각인이 된것인지 7월부터 번디를 불펜으로 밀어내고 선발로 출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선발투수로 출장한 이후 4점대까지 ERA가 오를 정도로 살짝 주춤했지만, 9월 들어 괜찮은 활약을 펼쳐줬고, 급기야 텍사스전에서는 올해 구단 최초이자 유일한 완투승을 거두기에 이릅니다. 시즌 최종 평균자책점은 3점대 후반으로 마무리. FIP나 xFIP,xERA는 4점대 초반이지만 다음시즌 4점대 초반을 찍는다해도 에인절스에겐 감지덕지일듯 싶습니다.
바깥쪽 직구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냉정하게 평균구속이 메이저리그 하위권에 속하는 수아레스이기에 쉽게 몸쪽 승부를 시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때문에 심판의 콜에 따라 성적이 꽤 달라졌습니다. 존을 정확하게 통과하지 못하고 존보다 살짝 벗어난 공이었기 때문에 심판의 성향을 기도할수밖에 없었던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올시즌 건강에 대해선 이상이 없었던 몇 안되는 선수입니다. 수아레스의 호투로 감명을 받은 에인절스 역시 내년 선발진에 수아레즈를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불과 8월 말까진 선발 로테이션은 문제고, 불펜진을 돌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9월들어 2.9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이후 내년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되었습니다. 2년 전부터 콜업된 선수이기 때문에 간과할수있는 사실이지만, 수아레스는 아직 만23세, 유망주인 조 아델과 불과 1년밖에 차이나지 않는 선수입니다. 플로어가 높은 유형이라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유형의 선수이지만, 성적은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앤드류 히니 (Andrew Heaney)
18경기 18선발 94.0이닝 6승 7패
ERA 5.27 FIP 4.06 K/9 10.82 BB/9 2.97
fWAR 1.5 bWAR 0.8
결국 에인절스는 히니의 포텐을 터뜨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하위 켄드릭의 트레이드때 넘어온 히니는 디포토가 데려온 작품이긴 하지만 빌리 에플러 단장이 강조했던 K/9과 스탯캐스트의 사랑을 받는 선수였습니다. 포심의 평균구속은 92마일, 좌완임을 생각해도 빠르다 볼수 없지만 리그 상위권의 회전수와 최정상급의 K/9을 가지고 커리어 내내 ERA보다 낮았던 FIP까지. 반등가능성이 있다 느끼는 전형적인 투수였습니다.
하지만 서비스타임동안 히니의 포텐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드된 직후인 2015년에는 3.49의 평균자책점을 찍으며 히니의 전성기가 찾아오나 했으나 토미존 수술 이후 도저히 높아지긴 커녕 떨어지던 패스트볼 구속이 독이 된듯 싶습니다.
올시즌 시범경기에서부터 불안감을 노출했던 히니는 결국 좋지 못했습니다. 살아나나 싶다가도 다시 부침을 반복하고, 다시 6월에 들어서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죠. 결국 에인절스는 마지막시즌 히니를 포기하고 양키스로 넘겼습니다. 이때 넘어온 선수는 20~30위권 유망주 제이슨 정크와 엘비스 페게로. 나쁘지 않은 대가를 얻었으니 해피엔딩일까요. 양키스로 넘어온 히니는 타자친화구장과 맞물려 최악의 활약을 펼쳤다지만.. 양키스에서의 이야기는 길게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FIP가 낮다고 무조건 잘할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었던 투수였습니다. 히니는 커리어 내내 경기내적 멘탈 문제를 노출했고 주자가 있을시 급격히 흔들렸는데, ERA와 FIP의 괴리가 생기는 전형적인 투수의 문제입니다. 히니의 BB/9은 예상외로 2점대 후반을 꾸준히 마크할만큼 괜찮았고, K/9은 10을 가뿐히 넘는 투수였지만 피안타가 많았습니다. 과연 히니는 불운했던 투수일까요? 수술 복귀 이후 4년간 그런 모습을 보여준걸 생각하면 자신의 탓도 있던거 같습니다.
시즌 전에는 번디나 히니 중 한명과 무난히 재계약이 예상되었는데.. 결국 두명은 모두 2021년을 끝으로 에인절스에서 볼 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올시즌 히니의 성적은 냉정하게 KBO나 NPB의 문을 두드려야 하지만, 마지막까지 히니의 세이버스탯과 스탯캐스트 성적은 좋았습니다. 어떻게든 계약은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그간 수고했습니다. 히니만큼 몇년이나 선발진에 포함되있던 선수조차 최근 에인절스에겐 없었기에..
알렉스 콥 (Alex Cobb)
18경기 18선발 93.1이닝 8승 3패
ERA 3.76 FIP 2.92 K/9 9.45 BB/9 3.18
fWAR 2.5 bWAR 1.7
볼티모어산 투수와 에인절스가 맞는 걸까요? 그렇다면 가우스먼과 에인절스는 가장 잘맞는 조합일까요? 콥 바로 아래 설명할 투수를 생각하면 1년만 써야 하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우스먼은 다년계약을 맺어야 하는 투수고요.
볼티모어에서는 태업 논란이 붉어졌을만큼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부상으로 보인적도 드물다 에인절스로 뜬금없이 트레이드되었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는 거의 없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퀸타나보다 더 기대가 없었습니다. 에인절스의 시즌 전 뎁스차트에서도 번디-히니-캐닝-퀸타나에 이은 5선발로 예상되었습니다. 그 뒤에 오타니가 있었지만 당시 오타니는 2년간 전무한 투수 활약때문에 많은 구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가장 기대가 없었던 투수였습니다.
하지만 콥은 그 5명의 투수들 중에서 제일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투심을 완벽하게 갈고 돌아온 콥은 땅볼유도로 타자들을 능숙하게 요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K/9도 9.45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평균구속이 92.7마일이라지만 그것이 투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복귀 이후 콥의 투심 무브먼트는 상당했습니다. 오히려 FIP나 xFIP로 봤을때는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고 평가받았고, 실제로 땅볼형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진이 리그 최악의 수비를 자랑하던 렌던과 이글레시아스였던 점을 감안하면 맞는 말입니다.
알렉스 콥은 에인절스에서 생활에 엄청난 만족을 드러내며 시즌 중에도 라이젤 이글레시아스와 함께 잔류에 대한 어필을 수시로 했지만.. 이글레시아스와 달리 콥에 대한 구단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어쩌면 떠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올시즌 콥의 약점이었던 건강문제가 꽤나 심각했습니다. 위의 성적에서도 봤듯이 18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점은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여름에 물집부상으로 이탈했다가 손목신경 문제로 추가로 이탈한 점이 치명타입니다. 시즌 중간에 나간 히니보다 덜 던진건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에인절스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팀을 이끌 에이스 투수를 영입하고, 남은 돈으로 2선발을 사야 하는 처지고, 콥은 그 2선발들의 영입 후보중 하나입니다. 콥의 볼티모어 시절 AAV는 14.3m이고, 나이가 있다지만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FA 계약을 2년으로 맺는다 해도 11~12m은 무난하게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푸홀스가 빠졌지만 (사치세 한도를 넘지 않는 사정상) 생각보다 빠듯한 에인절스의 페이롤이기 때문에 콥이 좋은 성적을 기록해줘야 할텐데, 콥이 올해처럼 자주 빠진다면 잘던지는 투수가 부족한 에인절스로서는 치명타입니다.
뭐 그렇다 해도 그정도 aav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투수들이 부진하는 에인절스에서 검증되었단 사실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뭐가 맞는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콥의 미래는 어찌 될까요? 생각보다 다른 구단과의 염문이 안퍼지는데, 예상보다 싸게 남을 수 있을까요? 일단 이 전제가 일어나려면 1선발 에이스를 데려와야 되는데, 전제부터 실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딜런 번디 (Dylan Bundy)
23경기 19선발 90.2이닝 2승 9패
ERA 6.06 FIP 5.51 K/9 8.34 BB/9 3.38
fWAR 0.0 bWAR -0.3
올시즌 가장 큰 배신감을 안겨준 번디입니다. 4점대는 해주겠지라는 예상을 가볍게 빗나가며 6점대를 기록했습니다. 얘 때문에 콥의 다음시즌도 불안해졌습니다.
지난시즌 단축시즌이지만 3점대 초반의 ERA와 2점대 후반의 FIP, 커리어하이 활약을 펼치며 다음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어쩌면 무난한 재계약이 예상되던 번디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처참한 배신으로 다가왔습니다. ERA뿐만 아니라 FIP도 고무줄마냥 이리갔다 저리갔다 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번디입니다.
화이트삭스와의 개막전 등판은 괜찮았고, 분명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각이 상당히 괜찮았는데.. 5월들어 월간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하며 완벽한 배팅볼 기계로 전락했습니다. 6월 말 열사병 교체 이후 수아레즈의 호투가 나오자 결국 1선발에서 불펜으로 강등당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이후 에인절스의 선발진이 붕괴되자 선발로 나왔지만, 결과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후엔 어깨 부상으로 빠르게 시즌아웃. 건강면으로도 불합격 점수를 줘야 할듯 싶습니다.
사실 2020시즌에도 몇몇 전문가들이 전혀 투구 메카니즘의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했는데.. 좀 더 잘 새겨들었으면 좋았을걸 생각합니다. 평균 90마일은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에 달하는 구속입니다. 우완임을 감안하면 정말 낮은 구속입니다. 토미존 수술과 롱토스의 영향으로 구속이 낮다는 비판을 듣는 번디인데, 그 소리를 듣던 2~3년전보다도 평균구속이 2마일이 떨어졌습니다. 시즌이 지나며 볼넷허용률도 높아지고, 정말 아무런 장점이 없는 투수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패스트볼 회전수는 리그 상위 11%로 높지만 구속이 낮고 타구의 결과도 좋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공굴리기 기계일 뿐입니다.
그나마 히니는 행선지를 은근히 찾을 수 있을거라 보지만.. 번디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닝용 투수로 데려오기에도 경기당 이닝이 좋지 못하고 마지막에 어깨부상으로 이탈했을 만큼 건강면에서도 좋은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워낙 올해 성적이 안좋아서 팀을 쉽게 찾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눈을 살짝 낮추면 번디의 행선지는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KBO로 온다면 번디는 자신이 원하던 강속구투수로 군림하며 많은 지지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패트릭 산도발 (Patrick Sandoval)
17경기 14선발 87.0이닝 3승 6패
ERA 3.62 FIP 4.03 K/9 9.72 BB/9 3.72
fWAR 1.5 bWAR 2.1
올시즌 오타니 다음으로 제일 높은 bWAR을 기록한 산도발입니다.
산도발 역시 수아레즈처럼 불펜등판을 거치다 선발진의 대거이탈 시기때 기회를 잡았는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해줬습니다. 심지어 미네소타전까지는 9회 1사까지 노히트를 기록하며 대형사고를 칠뻔 했는데.. 안타를 맞고 결국 무실점도 노히트도 완투도 못한채 마운드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투구를 보여줬던 산도발입니다. 비록 8월 중순 허리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하는 악재를 맞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의미있던 성적임은 분명했습니다. 구단에서는 내년 산도발을 선발 로테이션에 넣겠다 계획했고, 산도발도 스프링캠프 복귀를 목표로 열심히 재활중입니다.
올시즌 산도발은 평균타구속도 상위 3%로 타구속도 억제에 아주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BB%는 좋지 못했지만 그 스탯을 제외한 대부분 스탯캐스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우려되는건 높은 체인지업 의존도. 직구의 구속도 좋지 못한데 회전수마저 좋지 못한 산도발은 그것을 뛰어난 회전수를 보여준 변화구로 메꿔야 했는데,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30%에 육박, 패스트볼보다 더 많이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산도발의 체인지업은 유망주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지만, 너무 자주 구사하는건 분명 투수로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데.. 허리부상도 우려됩니다. 투수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인 허리를 크게 다친 모양인지 최소 3개월간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게 내년 어떻게 돌아올지..
하지만 산도발을 올시즌 오타니 다음으로 좋은 활약을 해줬고, 구단에서도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산도발의 나이도 이제 만 25살입니다. 성적을 내야할 시기인데, 2020년까지 좋지 못한 모습을 지우고 본인의 잠재력을 수아레즈와 함께 펼쳤으면 좋겠네요.
그리핀 캐닝 (Griffin Canning)
14경기 13선발 62.2이닝 5승 4패
ERA 5.60 FIP 5.48 K/9 8.90 BB/9 3.38
fWAR 0.1 bWAR 0.1
에인절스의 투수 유망주들은 이 선수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길 바랍니다.
작년시즌 3.9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팬들에게 좋은 소리는 못들었고, 올시즌 5점대로 제대로 폭발한 캐닝입니다.
우선 시즌 시작이 너무 좋지 못했습니다. 4월 내내 얻어터지며 8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캐닝은, 5월 몇경기동안 잠시나마 정신을 차리나 싶었지만 다시 말짱도루묵. 결국 7월 볼티모어한테도 2.2이닝 6자책을 기록하며 구단은 캐닝을 트리플A로 옵션하는 결정까지 내리게 됩니다. 그렇게 트리플A에서도 몇경기 던지다가 팔꿈치와 어깨쪽 통증으로 시즌아웃.
그냥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제구가 좋은것도 아니고,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제대로 집어넣지도 못했습니다.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어도 타자들이 손쉽게 쳐냈습니다. 팀내 최고의 투수 유망주였던 평가를 제대로 뒤집어놓고 있습니다. 캐닝보다 평가가 훨씬 더 낮았던 수아레즈나 산도발이 올해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보여주는동안 캐닝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습니다.
캐닝이 지지부진한 발전을 보이자 구단에서도 인내심을 잃은건지, 내년 캐닝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것이며, 트레이드 칩으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몇년 전에도 트레이드 소문이 있었지만 에인절스가 결국 눌러앉혔는데, 결국 트레이드될 운명이라면 야속합니다. 과연 캐닝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아니, 에인절스와의 동행이 서비스타임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에인절스가 투수 두명을 영입한다면 나머지 한자리가 비어 경쟁을 해야 하는데, 어찌저찌 캐닝은 유리한 고지에 서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광경이 계속된다면 캐닝의 기회는 빠르게 사라질 것입니다.
제이미 바리아 (Jaime Barria)
13경기 11선발 56.2이닝 2승 4패
ERA 4.61 FIP 4.88 K/9 5.56 BB/9 3.02
fWAR 0.5 bWAR 0.9
언제나 털릴것 같지만 의외로 한 해를 제외하면 괜찮은 피칭을 보이는 바리아입니다. 올해 막판에 부상으로 완주를 하는데 실패했지만 하위권 선발치고는 괜찮은 실력을 보였습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패스트볼의 구속도 뛰어나지 않고, 그렇다고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닙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을때 던질 수 있는 '컨트롤'은 뛰어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공을 넣을 수 있는 '커맨드'는 부족합니다. 슬라이더를 포심보다 더 많이 던진걸 생각하면 구위에도 자신감이 있는 투수가 아니고, 변화구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진 않습니다.
실제로 8을 가볍게 넘는 에인절스의 선발진을 생각해보면 5.56의 K/9은 상당히 뒤떨어져보입니다. 요즘 삼진을 많이 잡는 MLB의 추세를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4점대 중반은 그렇다는걸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습니다. 에인절스의 내야진 수비가 좋은것도 아닌데..
결국 2019년을 제외하면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바리아가 승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은근히 경쟁자가 넘치는 6선발 경쟁에서 제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올시즌 성적 자체는 후보들중에서 제일 좋은 성적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오래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사람입니다. 내년에도 4점대 초~중반만 기록해준다면 에인절스의 팀 사정을 감안해 충분히 로테이션을 돌 수 있을겁니다.
호세 퀸타나
24경기 10선발 53.1이닝 0승 3패
ERA 6.75 FIP 4.31 K/9 12.32 BB/9 4.89
fWAR 0.5 bWAR -0.9
올시즌 최악의 투수입니다. 8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린스컴-하비-테헤란에 이은 에인절스 1년계약의 악몽에 당당히 이름을 추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컵스시절 마지막 시즌에 부상으로 경기를 제대로 못나왔지만 윈나우를 위해 퀸타나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던 적이 있는 조 매든은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퀸타나 영입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퀸타나는 우려와 다르게 건강함에 대해서는 의외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실력이 건강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매든 감독과 있을때도 첫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4점대를 기록하며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무엇을 기대했을까요? 뭐 4점대만 기록해도 지금보다 나았겠지만 퀸타나는 이조차 해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10m 이내로 단년계약을 해서 로테이션의 빈구멍을 채워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영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통계의 맹점을 보여주는 선수가 퀸타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려 12에 달하는 K/9을 보고 퀸타나가 파워피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것이 분명합니다. 아웃을 삼진으로밖에 못잡고,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안타로 연결되는 퀸타나기 때문에 높은 K/9과 여기서 나오는 준수한 FIP는 믿을게 못됩니다.
또한 좌타 상대 1할대의 피안타율과 0.5의 피OPS를 기록해서, 구단에서도 이점을 주목하며 퀸타나를 이후 좌타상대 원포인트로 세웠지만.. 그 결과도 좋지 못했습니다. 등판한 투수는 최소 세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세타자 룰에 묶인 걸수도 있겠습니다만, .152의 피안타율과 다르게 피출루율은 .264에 달합니다. 퀸타나가 좌타를 상대할때 승부를 피하면서 좌타가 그것에 속아넘어가기를 기대하기만 하고 있다는 뜻이라 실제 피칭내용은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타 상대 성적은? .344-.417-.583에 피OPS 1.001, 우타자들을 모두 전성기 미겔 카브레라로 만들어놓은 명의 퀸타나입니다.
결국 린스컴,하비와 같은 전철을 밟은 퀸타나는 시즌중 DFA조치되었습니다. 이후 리그 최고의 투수친화구장중 하나인 오라클파크를 가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긁어봤고, 4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오라클파크를 낀 투수로서는 좋지 못했고, 결국 퀸타나는 한번 더 DFA를 당했습니다. 내년에 불러주는 팀이 나올까요? 아마 에인절스에서 대차게 망했던 1년계약 투수들처럼 마이너계약을 찾아 떠나야 할것입니다.
더 암울한 점은 내년시즌에도 에인절스는 단년계약을 한번 더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1선발 투수를 영입한다 하더라도, 남은 한명을 영입할 페이롤은 13~14m이 최대일 것이고, 결국 에인절스는 그 돈을 다시 1년계약에 투자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엔 다른 팀들처럼 쏠쏠한 1년계약을 찾아내면 좋겠네요.
사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게 제일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