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일요일은 가족들과 외출하는 것 외에는 거의 나에게 시간을 할애한다. 8월 초면 가까이 사는 딸네가 새 아파트에 입주를 하기 때문에 가구를 공동구매로 예약을 해놓았는데 "마석가구단지"에 직접 가서 보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같이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다음주에 간다고 하더니 오늘 전화가 와서 12시쯤 갈 수 있느냐고 한다. 내가 돈 대주는 것도 아닌데 차에 태워가지고 다녀오는 거야 해줘야 한다. 내가 가족들에게 제일 많이 봉사하는 것은 승용차를 태워다 주는 일이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12시 30분에 만나 마석으로 향했다. 가평을 지나는 길가에 "무교동 낙지"집이 있는데 맛도 좋고 지나는 길이라 가끔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오늘도 거기서 점심을 먹은 후 마석가구단지에 도착했다. 가구점에 들어서자 우리가 쓰고 있는 구식 가구는 없고 신식가구들이 눈을 유혹한다. 딸과 손녀가 자기들이 쓸 침대를 열심히 고르는 동안 나는 그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장식품 구경하기에 바빴다. 침대도 본인들 마음에 들어야지 내가 골라준다고 그대로 살 것도 아니니 아예 참견 안하기로 했다. 또 내가 가구를 구경하고 마음에 든다고 우리 집 가구를 살 것도 아니다. 지금 쓰는 가구를 죽을 때까지 써도 닳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연히 내 관심은 가구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으로 눈길이 간다. 또 장식품도 정말 특이한 것으로 배치해 놓았는데 마구 사진을 찍으려니 디자인을 훔치는 기분이 들어 서너 개 찍어왔다. 딸네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모든 가구를 공동구매를 했는데 마석가구단지에서 춘천 베어스타운 호텔에서 가구 전시와 동시에 구매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침대는 없었다면서 먼저 가구를 예약한 집에서 침대까지 구매했다. 가까이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걸어서 10분 거리로 이사를 가는데도 벌써부터 서운한 마음이다. 딸은 새집에 살아보고 싶어 새아파트를 분양 받았지만 딸네 집과 거리가 멀어지면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어쨌던 내게 필요없는 가구보다 가구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이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가평 "무교동 낙지"집 메뉴입니다. 간단하지만 음식은 정말 맛있습니다. 지나는 길이라 그런지 손님도 꽤 많이 드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