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 길 기행, 서산 64-3코스 걷기
서산 천수만(淺水灣)에 이른 서해랑길 64코스에는 여러 지선 코스들이 있다. 서해안을 벗어나 64-1. 2. 3. 6으로 이어지는 내
륙으로의 내포길이 그것이다. 내포(內浦)라는 지명적 함의는 외포(外浦)의 상대개념으로 천수만 내륙에 있는 가야산(伽倻山)
을 중심으로 그 앞과 뒤의 열 개 고을을 이른다.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택리지(擇里志)의 저자 이중환도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했다. "지세가 한 모퉁이에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어서 임진왜란과 병
자호란으로부터도 전화(戰禍)를 입지 않았다. 땅은 기름지고, 평평하며 인근에 생선과 소금이 풍부해 예로부터 사대부(부자)
들이 많이 살았다."라고 했다. 서산 64-3 코스는 바로 해미읍성을 시작으로 백제 고찰인 상왕산 개심사를, 가야산(상왕산)을
넘어 유명한 서산 보원사지를, 이어서 역천을 따라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로 이어지는 내포길로 이어진다.
지난 주말, 2주 만에 다시 해미읍성(海美邑城) 남문을 찾았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했듯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읍성 중 그 원형
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성이다. 고려말부터 잦은 왜구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쌓은 성으로 1417년(태종 17)
부터 4년에 걸쳐 완공하고, 이후 1652년(효종 3)까지 230여 년 동안 충청 병마절도사영의 기능을 한 읍성이었다. 남문 옆 들
머리를 나서서 곧장 운산면 신창리 저수지 변으로 이동해 상왕산 개심사(象王山開心寺)를 찾았다. 가야산 주 능선 상왕산 가
파른 비탈 돌계단 위에 자리한 절은 그러나 고즈넉한 기품이 있고 또 아름다웠다. 맞배지붕으로 된 극락보전(보물)과 휘어진
기둥들이 받치는 신검당은 특별한 볼거리. 명부전의 청벚꽃나무와 범종각 뜰아래의 해묵은 배롱나무도 눈여겨 볼거리다.
가야산 주 능선을 올랐다. 평균고도 해발 500m 내외의 가야산맥 마루금이 남쪽 가야산 주봉과 북쪽 상왕산으로 길에 이어지
고 능선은 내포문화숲길이 지나고 있었다. 우거진 솔숲 너머로 서산시 도심권을 바라보며 재 넘어 보원사지(普願寺址)를 찾
았다. 이 역시 백제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하는 보원사의 옛 터는 그 규모가 어머어마했다. 신라와 고려초에 크게 융성했다
는 절은 당시 주변에 100여 개의 암자와 1,000여 명의 승려가 있었다 전한다. 삼만 여 평 드넓고 편평한 절터에 다섯 보물이
놓여 있었다. 고려초 석탑양식을 갖춘 5층 석탑(보물 104호), 법안국사 보승탑(보물 105호), 법인국사의 생애가 기록된 보승
탑비(보물 106호), 당간지주(보물 103호), 석조(보물 102호)가 그것이다. 답사 내내 비록 당우들은 사라지고 없었어도 그 절
터 만이라도 온전히 옛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원사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 하류의
용현계곡을 따라 걷다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을 찾았다. 용현리 강기슭 가파른 암벽에 새긴 이 불상은 백제시대 불상으로, 백
제(百濟)의 미소(微笑)로도 불린다. 중앙에 여래입상을, 그 오른쪽은 보살입상이, 왼쪽에는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는 특
이한 마애삼존불이다.
북수(北水)로 흐르는 용현계곡을 나간 물길은 고평저수지에서 큰 물을 이뤄 호수가 되어 있었다. 여러 무리의 오리 떼들이 이
호수에 내려 날며 놀고 있었다. 외포인 천수만에서 산 넘어온 걸까? 스치는 바람결에도 놀라 훼를 치고 끼리끼리 나는 모습들
이 장관이었다. 겨울 호수의 낭만은 역시 철새들이 깃들어 평화로운 그림을 그려 내는 것, 반영(盤影) 푸른 고풍저수지가 천한
의 시린 하늘과 함께 겨울 숲까지 오롯 담고 있었다. 이웃한 고풍터널을 걸어 나가 역천을 따라 운산면 소재지가 있는 용장리
의 날머리, 운산교를 찾았다.
촬영, 2025, 01, 27.
▼서산 해미읍성
▼서산 64-3코스 <해미읍성 - 개심사 - 서산 보원사지 -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 - 고풍터널 - 운산교> 개념도
▼서해랑길, 서산 64-3코스 안내지도
▼해미읍성 남문, 진남문
▼해미읍성 옥사 일원
▼해미읍성 동문 쪽
▼해미읍성 동문, 잠양루
▼해미읍성 둔덕 길
▼개심사 이정목
▼가야산
▼황락리 임도
▼운산면 신창리, 개심사와 신창저수지 갈림길
▼ 서산 운산면 신창리, 신창저수지와 서산목장 - 1
▼ 신창저수지와 서산목장 - 2
▼운산면 신창리, 개심사 입구
▼상왕산 개심사 일주문
▼ 개심사
▼개심사 대웅보전
▼개심사 5층 석탑과 안양루
▼신검당
▼개심사 청벚꽃나무
▼개심사 명부전과 청벚꽃
▼범종각
▼가야산 주능선 가는 길
▼개심사 삼신당
▼가야산 주능선 전망대 갈림길
▼ 가야산 주능선(가야산맥 마루금)
▼서산 운산면 용현리, 서산 보원사지
▼보원사지 5층 석탑
▼보원사지 금당지
▼보원사지 법인국사탑비
▼법인국사 승탑비
▼서산 보원사지 / 원경
▼ 보원사지 당간지주
▼보원사지 석조(石槽)
▼보원사지 출토 석물 전시장
▼필자의 보원사지 답사 인증
▼서산 운산면 용현리, 용현계곡
▼마애여래삼존상 - 1
▼마애여래삼존상 - 2
▼ 마애여래삼존상 - 3
▼용현계곡 인바위
▼강댕이 미륵불
▼강댕이 미륵불
▼용현교
▼ 운산면 고풍리, 고풍저수지
▼고풍터널
▼역천 뚝길
▼서산 운산면 용장리, 역천 파크골프장
▼ 용장리, 운산교 앞
첫댓글 소인과는 다른 각도에서 본 명품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약 300여 년 전 이중환 선생의 혜안이 돋보이는군요.
유홍준 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권'에
보원사지와 마애여래삼존상 후기가 실려 있어
다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다음 코스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