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訪中… 美·中, 소프트 외교 시작]
펑, 시진핑이 좋아하는 글 써… 미셸은 '永'자 쓰는 법 배우고 학생들과 탁구경기·판다 관람
중국계 디자이너 옷 입은 미셸, 펑리위안은 깔끔한 정장 차림
미셸 하루 숙박비는 900만원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첫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21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미셸 오바마(50) 여사와 중국의 펑리위안(彭麗媛·52) 여사는 이날 베이징사범대학 제2부속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와 자금성(紫禁城)을 함께 둘러보고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함께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와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인민일보는 이날 "중국 퍼스트레이디의 미국 퍼스트레이디 초청은 미·중 수교 35년 만에 처음"이라며 "중국 외교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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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오른쪽에서 셋째) 여사가 21일 오후 중국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시진핑(習近平·왼쪽에서 둘째)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맨 왼쪽) 여사, 미셸의 두 딸인 말리아(맨 오른쪽)와 사샤(오른쪽에서 둘째)도 이날 만찬에 참석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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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美·中퍼스트레이디… 미셸이 붓으로 쓴 '永' -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운데) 여사가 21일 중국 베이징사범대학 제2부속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왼쪽)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붓글씨를 쓰고 있다. 미셸 여사는‘영원’을 뜻하는 한자‘영(永)’자(작은 사진)를 직접 썼다. 7박 8일 일정으로 전날 방중(訪中)한 미셸 여사는 이날 이 학교의 서예 수업 참관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대통령을 동반하지 않고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 뉴시스
미셸 여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사범대 부속중학교에서 펑 여사의 환영을 받았다. 미셸 여사는 흰 셔츠와 검정 조끼에 검정 통바지 차림의 깔끔한 오피스룩을 선보였다. 펑 여사는 남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빨간색 손가방으로 포인트를 줬다. 세계 패션계의 '베스트 드레서'로 통하는 두 사람이 이날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셸 여사의 패션이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필립 림의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을 배려한 옷 선택으로 보인다.
펑 여사는 부속중학교에서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는 글귀를 직접 붓으로 써서 미셸 여사에게 선물했다. 후덕재물은 주역(周易)의 구절로 '덕을 두텁게 해 만물을 포용한다'는 뜻이다. 미셸 여사는 펑 여사와 부속중학교 학생들로부터 붓으로 '영원'을 뜻하는 한자 '영(永)'자 쓰는 법을 배웠다. 붓을 잡은 미셸이 "긴장된다(nervous)"고 하자, 펑은 영어로 "긴장을 풀고 쓰라"고 격려했다. 학생들과 탁구도 했다. 1970년대 미·중 관계정상화 때 등장한 '핑퐁 외교'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미셸 여사는 이번에 만리장성·병마용(兵馬俑)을 관람하고 쓰촨(四川)에서 야생 판다 서식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두 퍼스트레이디가 '부드러운 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여사가 묵는 베이징 웨스틴호텔 프레지던트룸의 면적은 320㎡로 하루 숙박비가 5만2000위안(약 900만원)이라고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전했다.
조선 베이징=안용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