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정책의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국가소멸 위기까지 언급되면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현실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2023년 11월 한국은행에서 관련하여 심도있는 보고서를 또 냈다. 핵심 원인으로 청년들이 느끼는 엄청난 경쟁 압력과 불안을 지적하였다. 훌륭한 분석이다. 정책과제로는 가족지원 예산확충, 실질적인 일 가정 양립 환경조성, 신 성장산업 육성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 주택시장 안정화, 수도권 집중완화 등을 제시하였다. 다 좋은 대안이고 다른 기관의 보고서보다는 낫지만 충분치 못하다. 제시한 대책들은 핵심원인으로 지적한 경쟁과 불안을 해결하는 데는 크게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경쟁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인의 경쟁심리는 죽기살기 식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다. 특히 부와 소득, 외모 등 물질적 가치에 대한 경쟁이 더 심하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에 영혼까지 끌어 투자한다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이다. 또 성형과 피부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일 듯하다. 한국에서 물질과 외모에 대한 경쟁이 왜 이리 심할까? 사회학자 등과의 공동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국민의 높은 기대수준이 경쟁의 주요 원인인 듯하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세계의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빠르게 오는 데는 국민의 높은 기대수준이 큰 몫을 한 면도 있다. 이렇게 보면 경쟁을 완화하고 국민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경쟁의 원인과 또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진짜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하다. 한국은행이 문제제기는 잘 한 셈이다.
경쟁 완화를 위한 실질적 대안을 하나 생각해 보았다. 주 경쟁의 대상을 물질적 가치에서 학문 예술 사회공헌 등과 같은 정신적 가치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는 경쟁의 쏠림 현상을 막아 청년들의 경쟁 압박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정신적 가치에 대한 경쟁은 범위가 넓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행 방안으로는 공영방송 등 언론에서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루는 프로가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나라의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쫓아 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불안의 문제를 다루어 보자.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는 청년들이 고용 주거 양육의 불안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여기에 연금 등 미래에 대한 불안, 기후변화 등 지구전체의 운명까지 청년들이 갖고 있는 불안은 어마어마한 듯하다. 또한 남자 아이의 경우 의무 군복무도 한국의 특수한 불안 요인이다. 닭장 주변에 천적이 자주 출몰하면 닭들도 불안해서 알을 잘 낳지 않는다. 사람은 생각이 많아 더 심할 것이고, 지금 청년들이 한국에서 애를 안 낳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지적한 세 가지 불안항목인 고용 주거 양육에 대해 실제 필요한 정책방향과 과제를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고용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도 농업 중소기업 등 청년들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는 넘쳐난다. 이런 분야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청년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원하지 않는 일자리는 넘쳐나는 불균형이 심각하다. 괜찮은 일자리 창출정책은 졸저 “성장과 일자리 해법은 있다(2021, 백산서당)”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의사 등 전문직 정원의 확대, 공무원의 직무급 도입과 정원확대, 은행 등 금융기관의 단계적 설립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기득권층의 반대로 쉽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둘째, 주거불안은 청년뿐 아니라 무주택자와 열악한 지역의 주택소유자 등 다수 서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주거불안은 문재인 정부 때의 황당한 정책으로 집값집세 폭등, 전세사기 등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오랫동안 주택투자에 대한 특혜누적으로 주택 등 부동산의 거품과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기본 방향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고,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다. 주택가격의 하향안정을 위한 정책은 1주택자 등 주택보유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특혜를 줄이고, 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택시장도 노동시장과 같이 불균형이 심각하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지역 주택은 부족하고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은 집이 남아돈다. 농촌에서 농사지으며 사람들이 살만한 일자리를 늘리고 문화와 생활편의 시설을 확대하는 정책은 수도권 집중완화와 주거불안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농촌에서 살아보니 할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눈에 뜨인다.
셋째, 양육불안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먼저 큰 하나는 자신의 아이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미래에 잘 살수 있을까하는 불안이다. 이는 앞의 과도한 경쟁, 일자리와 주거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될 기미라도 보여야 완화될 큰 난제이다. 당분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째 불안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당장 필요한 보육시설 양육비용 등의 문제이다. 이는 가족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역대 정권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해왔다. 국민의 저항이 적어 재정 상황이 허용된다면 계속 확대되겠지만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양육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가족정책이 잘되어 있다는 서유럽국가의 출산율이 가족정책이 부족한 미국보다 낮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종합 평가해 보면 한국은행 보고서의 정책만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와 함께 앞에 필자가 추가로 제시한 정책들도 실행되기 어려워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은 요원하고 출산율은 당분간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나 외세의 침략, 기후재앙 등과 같은 엄청난 외부적 충격이 없는 한, 한국이란 나라가 소멸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한국경제가 무너지지 않고 인구가 계속 줄면 사람의 가치는 올라간다. 빈집이 많아져 주택가격은 떨어진다. 의사와 같은 전문직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어느 때부터인가 출산율이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정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받는 충격과 고통은 클 것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정책은 출산율 하락의 지속 기간을 줄이고, 조정 과정에서 생겨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것도 늦으면 더 큰 어려움에 빠진다. 어떤 정책들이 필요할까 고민해 보자.
가장 시급한 것은 저출산으로 인해 감소하는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기술축적이 필요하고 국민경제의 파급효과가 큰 제조업 농업 건설 등 생산현장과 창업에 청년들이 가서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은퇴한 노인들이 하는 것 좋다. 동사무소와 구청 공공기관 등의 민원업무, 금융기관의 창구업무, 학교의 교사 보조업무 등은 일은 노인들이 하면 좋다. 지금 한국은 반대인 듯하다. 생산현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빼면 노령층이 대부분이다. 동사무소 금융기관 등의 창구직원은 거의 다 청년이다. 크게 잘못된 것이고, 이는 왜곡된 보상체계 때문이다. 보상체계 개혁은 개개인의 밥그릇과 관계되어 매우 어렵지만 찾아보면 해법은 있다.
그 다음으로 시급한 것은 연금개혁이다. 청년들이 좌절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비싼 집값집세와 지속 불가능한 연금제도이다. 집값 집세 문제는 정부가 황당한 정책만 더 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힘으로 조정될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연금제도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청년과 노인 모두 공멸하는 길로 갈 것이다. 지금의 연금제도는 인구가 늘고 성장률이 높을 때, 미래 상황을 잘못 예상하고 만들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시간이 늦을수록 개혁이 어렵다. 연금개혁은 국민연금보다 더 불공정한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특수직연금을 묶어, 국민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한다는 연금 목적에 부합하게 개혁 방향을 찾으면 길이 있다. 연금개혁과 같이 세대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면 청년들의 미래 불안이 크게 줄고 국가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인가? 한국의 미래가 궁금하다. 인구가 어디까지 감소한 다음 바닥을 치고, 증가할 것인가? 1919년 삼일운동 당시 한반도 전체의 인구는 2000만 명 정도였다. 1945년에는 3000만 명 정도였다. 지금은 남북한 합쳐 8000만 명 정도 된다. 한반도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적정 인구는 얼마일까? 미래에 북한 쪽이 남한 쪽보다 인구가 많아지고 더 잘살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았던 적이 있고, 세상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 조상들의 잘못으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지금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낮은 출산율을 보면 청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궁금한 것이 많고, 필자도 미래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