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다
전창수 시들
목 차
1. 적색 신호등을 켜다
2. 바람 신호등을 켜다
3. 황색 신호등을 켜다
4. 녹색 신호등을 켜다
적색 신호등을 켜다
어데다 호소를 하나
길은 앞뒤 막혀 빵빵거리는 아침
초보운전 파란색 딱지 시야를 가린 출발은
컨디션 점검에 앞서, 기름
떨어져가는 주유소를 지나치면 다음
주유소는 항상 불길하다
적색신호등 멈칫거려 조심조심 몰아가는 차의 언덕,
브레이크와 엑셀이 교차하는 순간
거리의 움직임은 슬로우모션으로 눈앞으로 지나친다
보이지 않는 거리의 차들, 제멋대로 달려
나도 달린다 제멋대로의 삶이 있고 색이 바랜
도로의 어디선가 들리는 교통의 호각소리
시내의 복판은 온통 소음 뿐.
네온사인 흔들리는 일방통행에 들면
시나브로 지나치는 분주한 인간들,
조급한 마음으로 비상깜박이를 켜면
불안한 시동소리에 움츠린 어깨가 들썩인다
기회 엿보다 나온
녹색등만의 일방통행로.
이쯤에서 돌아서자
거리의 어둠이 도시이 어둠으로 바뀌어
쉬임없이 달려드는 세월이 오기 전에
적색 신호등을 켜자
신호위반의 범칙금이 부과되어 버린
도시 한복판의 적색 신호등,
들켜버린 어둠 속으로 돌아서다
바람 신호등을 켜다
바람을 지켜야 한다
길은 앞뒤 뚫려 시원하고 시원한
신호등 안 막 혀 시야가 트인 출발이다
컨디션 점검은 서서히 이루어지고
다음 건널목엔 마음 졸이지만
여유 있는 출발은
멈칫거리지 않는 세상과 더불어
눈앞으로 날아온 세상에 있는
사람을 지나치는 어떤 차들도
바람을 내뿜으로 내달리지만
결국은 제멋대로인 삶이
거리의 사람들과 뒤엉켜
흔들리는 어깨
흔들리는 질주
기회 같은 건 엿보지 말자고 다짐하던
아무것도 부과되지 않은
삶의 이정표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색, 황색, 녹색 신호등을
들켜버린 바람으로 들켜버린 바람으로
황색 신호등을 켜다
어딘가 지켜야 하나
길은 앞뒤 뚫려 지끈거리는 아침
녹색 신호등 시야가 트인 출발은
가끔 점검에 앞서, 신호등
바뀌어가는 건널목을 지나치면 다음
대기자는 항상 불안하다
황색신호등 멈칫거려 조심조심 몰아가는 길의 골목,
앞세상과 앞세상이 눈앞으로 날아오는 순간
엔진의 움직임은 퀵모션으로 사람을 지나친다
빠르지 않은 도시의 차들, 드디어 달려
결국 제멋대로다 규범화된 삶이 있고 빛이 바랜
거리의 어디선가 들리는 경찰의 호송소리
도로의 복판은 온통 엉킴 뿐.
호송소리 흔들리는 고속도로에 들면
시나브로 지나치는 마음의 소리들,
조급한 마음으로 엔진소리를 켜면
불안한 차들소리에 움츠린 어깨가 속삭인다
사람 엿보다 나은
녹색등만의 일방질주로.
이쯤에서 돌이켜자
도로의 시간이 세월의 어둠으로 바뀌어
쉬임없이 달려드는 소리가 오기 전에
황색 신호등을 켜자
아무것도 부과되지 안흔
도시의 어딘가에 녹색 신호등,
들켜버린 시간 속에서 돌아서다
녹색 신호등을 켜다
드디어 켜진 녹색 신호등
바람 같은 몸짓으로
쉬임없이 달려가면
들을 수 있는
모든 순간들
어떤 요금도 부과되지 않은
언덕 너머의 시간에
녹색 신호등,
들켜도 괜찮은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녹색 신호등을 켠다,
녹색 바람도 켠다,
녹색 신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