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발췌곡 보통 음반에는 서곡을 비롯한 24개의 곡이 2장의 CD에 담겨있는데, 가장 널리 불리는 다음의 4곡을 발췌한다. I. 서곡 (7:18) II. 나는 거리의 만능 박사 (Largo al factotum) : 피가로(바리톤)의 카바티나 (5:07) 상단에 III. 방금 들린 그대의 음성 (Una voce poco fa) : 로지나(메조소프라노) 의 카바티나 IV. 험담은 산들바람처럼 (La calunnia e un venticello) : 바질리오(베 이스)의 아리아
■ 등장 인물 알마비바 백작 세비야의 젊은 백작(레제로 테너) 바르톨로 의사, 로지나의 후견인 (바리톤/베이스) 로지나 바르톨로의 후견을 받고 있는 처녀 (콘트랄토/메조소프라노) 피가로 이발사,바르톨로의 단곡 이발사 (바리톤) 바질리오 음악선생,로지나의 개인교사(베이스) 피오렐로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베이스) 베르타 바르톨로 집안의 늙은 하녀 (메조소프라노)
■ 줄거리 제1막 1장 바르톨로 집 앞 관장 막이 오르면 날이 채 밝지 않은 새벽녘의 세빌리아 거리 한모퉁이의 광장이 나오고, 그 왼쪽에 돈 바르톨로의 저택이 있고 발코니가 보이지만 문은 굳게 닫힌 채이다. 어둠 속에서 피오렐로가 이끄는 한 무리의 악사들이 살금살금 걸어 나오고, 망토로 온몸을 휘감은 알마비바 백작이 조심스럽게 나타나 발코니 저편 창 밑으로 간다. 그는 로지나 방을 향해 악사들의 반주에 맞추어 테너의 아름다운 카바티나(cavatina: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단순한 형식으로 악구나 가사의 반복이 없는 독창곡) 인 아침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아름다운 아침이 밝아오려는 이 때 사랑하는 그대는 잠자고 있는가. 어서 일어나오, 나의 보배여. 내 가슴의 아픔을 달래 주오..." 노래는 끝났건만 발코니 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실망한 백작은 악사들에게 보수를 건네주고 돌려보낸다. 이 때 멀리서 랄랄라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은 거리의 명물 이발사 피가로이다. 백작은 재빨리 몸을 감춘다. 피가로가 기타를 어깨에 메고 나타나 자신의 다양한 재주를 자랑하는 유명한 카바티나 <나는야 이 거리의 만능박사(또는 팔방미인) Largo al factotum> 를 신나게 부른다.
"나는 이 거리에서 제일가는 이발사. 어디 그뿐인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피가로, 피가로 하고 나를 찾으니 나는 이 거리의 만능 해결사라네..."
숨어서 노래 부르는 사나이의 동태를 살피던 백작은 그가 피가로임을 알아보고 앞으로 자기의 힘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로지나와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도와 달라는 당부이다. 돌연 문이 열리고 로지나와 후견인인 바르톨로가 발코니로 나온다. 백작과 피가로는 얼른 몸을 숨긴다. 로지나의 손에 드려 있는 종이를 보고 바르톨로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녀는 “제가 공부하는 ‘부질없는 조심(L'inutilePrecauzione: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적은 쪽지일 뿐”이라고 속이고 바람에 날린 양 슬며시 발코니 아래로 떨어뜨린다. 바르톨로가 종이를 주우러 발코니 밑으로 내려오는 사이에 백작은 재빨리 종이를 집어 들고 다시 숨는다. 종이가 어디에도 없자 바르톨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발코니로 올라가 로지나를 억지로 끌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가버린다. 백작이 피가로에게 편지를 읽게 하자 그 내용은 이러하다.
"... 날마다 불러주시는 세레나데, 정말 고마워요. 누구신지,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신지 알고 싶군요. 바르톨로의 너무도 엄한 감시 때문에 저는 발코니에조차 마음대로 나오지 못한답니다. 부디 감옥과 다름없는 이곳에서 저를 구해주세요...“
문이 열리면서 외출복 차림의 바르톨로가 나온다. 그는 하인들에게 결혼 준비를 도와줄 바질리오 이외에는 아무도 집 안에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이르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로지나의 미모와 재산을 탐낸 바르톨로가 후견인을 가장해 그녀와 결혼할 속셈이고 중개역을 맡은 사람이 로지나의 음악교사인 간교한 욕심쟁이 바질리오라는 등 모든 사실을 피가로에게 전해들은 백작은 두 악한을 혼내 주기로 마음먹는다. 지혜를 빌려달라는 백작의 제의에 피가로는 시치미를 떼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돈이 있어야죠“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테너와 바리톤의 즐거운 2중창 <돈만 있으면>으로 이어진다. 피가로가 돈만 있으면 지혜가 솟지요”라고 노래하자, 백작이 “그렇다면 돈의 효력을 보고 싶다”라고 답한다.
대화조의 2중창 후반부가 계속되면서 피가로가 ‘오늘은 다행이도 군대가 이 거리에 들어와 민박하게 되어 있으니까 장교로 변장하여 술에 취한 척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라’고 알려주자 백작은 묘안이라면서 박수를 치고, 두 사람은 일단 헤어지기로 한다. 백작은 차후 연락해야 할 피가로의 집 위치를 묻는다. 자기 이발소 위치를 29소절에 걸쳐 D음 하나만으로 기복 없이 부르는 피가로의 노래는 오히려 익살맞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노래가 끝나면 피가로는 바르톨로의 저택으로 들어가고 백작도 자리를 뜬다.
제 1막 2장 바르톨로 집 안 쌀롱 로지나가 편지 한 장을 손에 들고 밝은 희망과 일말의 불안이 섞인 표정으로 <방금 들린 그대의 음성(Una voce poco fa)>이라는 카바티나를 부른다. 이 노래는 후반부로 가면서 콜로라투라의 기교가 더욱 화려해지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명곡이다. 로지나는 “아무리 순진한 처녀라도 사랑을 위해서는 강해지는 법이다”라며 스스로 남자를 택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노래한다.
외출에서 돌아온 바르톨로는 피가로가 찾아왔었다는 것을 알고 몹시 경계한다. 그때 이 집안의 음악선생인 음흉한 바질리오가 들어온다. 바르틀로의 편인 바질리오는 “백작이 근처에 와 있으며 로지나를 탐내고 있으니, 로지나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백작을 물러나게 하려면 중상모략을 해서 그가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제일”이라며 명 아리아 <험담은 산들바람처럼(La calunnia e un venticello)>을 부른다. “소문은 처음엔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시작되지만, 차츰 커져서 나중에는 대포나 천둥처럼 엄청나게 폭발하는 법이다”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바르톨로는 “그런 따분한 책략보다는 얼른 결혼해 버리면 그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들어간다. (중략) 이윽고 사관 복장을 한 백작이 등장해 그와 바르톨로, 로지나, 바질리오, 가정부 베르타 등 다섯 사람이 5중창으로 제각기 다른 기분을 노래한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경비병들에게 백작은 슬쩍 자기 신분을 알린다. 흠칫 놀라며 그냥 (돌아가려고 하는 경비병들을 보고 의아해 하는 네 사람, 여기에 경비병들까지 어울려 부르는 합창으로 제1막은 막을 내린다.
제2막 1장 바르톨로 저택의 서재 주정뱅이 사관이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바르톨로가 의심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음악교사 바질리오의 제자 돈 아론조라는 사람으로 변장한 백작이 들어온다. 돈 아론조는 스승님이 몸이 불편해 오늘 아가씨의 음악 수업은 자기가 대신 맡게 되었노라고 속이고 노래 연습을 빙자해 로지나와 사랑 노래를 주고받는다. 다시 등장한 피가로, 약속대로 바르톨로의 머리를 깎으러 왔다면서 옆방으로 가 이발 준비를 하는 척하다가 일부러 유리잔을 깨뜨린다. 쨍그랑 소리에 놀란 바르톨로가 그쪽으로 달려간 사이 백작은 얼른 그의 열쇠뭉치에서 발코니로 통하는 문의 열쇠를 훔친다. 그러나 백작의 변장이 탄로나 바르톨로는 크게 화를 낸다. 소란이 벌어지고 세 사람은 허둥지둥 몸을 피한다. 혼자 남은 바르톨로는 바질리오도 공모자인줄 알고 안브로지우스에게 당장 그놈을 데려오라고 명한다. 곧이어 가정부 베르타에게 아무도 집안에 들여놓지 말라고 단단히 이른 후 바르톨로도 밖으로 나간다.
제 2막 2장 바르톨로 집 안 쌀롱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다그쳐 묻는 바르톨로에게 바질리오는 자신의 제자라고 속인 돈 아론조는 바로 백작 본인이이 분명하다고 대답한다. 당황한 바르톨로, 속히 공증인을 불러와 결혼해 버리자고 로지나를 재촉하며 바질리오를 공증인에게 보낸다. 바르톨로는 냉담하게 서 있는 로지나를 설득한다. "백작과 피가로, 돈 아론조 들이 당신을 농락하려고 공모하고 있단 말이오..." 바르톨로가 증거로 돈 아론조에게 보낸 그녀의 편지를 보이자 깜짝 놀란 로지나는 그들이 열쇠를 가지고 갔으며 오늘 저녁 다시 오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바르톨로는 병사들을 부르러 가기로 한다. 두 사람 퇴장. 깊은 밤. 폭풍우가 휘몰아친다. 번쩍이는 번개, 세찬 비바람. 이윽고 폭풍우도 가라앉고 어둠만 깊어 가는데, 발코니의 문이 밖으로부터 살며시 열리더니 피가로와 백작이 몰래 들어온다.기다리던 로지나는 상기된 얼굴로 자기를 농락하려 했다며 백작에게 항의한다. 백작은 로지나가 돈 아론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백작이 다름 아닌 돈 아론조임을 안 로지나는 감동한다. 세 사람이 아름다운 3중창 <이렇게 놀라운 일이(Ah, qual colpo inaspettato)>를 부른다.
백작의 사랑을 받는 기쁨을 노래하는 로지나, 자신의 기지를 자찬하는 피가로 그리고 로지나와 백작은 애정을 맹세하고 피가로도 거기에 손을 얹는다. 세사람은 "발코니를 타고 도망치자!"고 노래하며 발코니로 가지만 사다리가 없어졌음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바질리오가 공증인을 데리고 들어온다. 바르톨로는 병사들에게 백작을 체포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병사들은 백작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되레 어찌할 바를 모른다. 바르톨로는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을 반대하지만, 이제 매수된 바질리오까지도 바르톨로를 설득하는 판국에 어쩔 수가 없다.백작은 바르톨로에게 “로지나의 지참금은 모두 당신에게 줄 터이니, 그녀만 나에게 달라”고말한다. 이에 처음부터 그녀의 재산을 더 탐냈던 바르톨로는 못 이기는 척 결혼을 승낙한다. 백작은 사랑의 승리를 찬양하고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병사들도 축복을 보내니 사랑의 기쁨은 더욱 고조된다. 바르톨로는 그래도 로지나의 재산만은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면서 노여움을 푼다. 그를 보고 피가로는 "보아요, 부질없는 조심을 했었군요?"라고 놀린다. 이 ‘부질없는 조심(L'inutile Precauzione)’ 이라는 말이 작품의 원래 제목이다.
피가로는 "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내가 할 일도 이제 끝났다"고 노래하고, 솔리스트 전원이 앙상블에 이어 피날레의 합창 <행복한 순간이여, 영원하라(Di si felice innesto)>를 부르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출처> : 아래 참조 개작 * 안동림,"이 한 장의 명반클래식",pp.1246~1255 * 박종호,"불멸의 오페라 II,pp.83~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