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衣冠文物擬中華
제도문물은 중국을 모방했는데
神器於今正欲斜
정부는 지금 삐뚤어지려고 하네. 1)
雨後竹筍穿穴輩
마구 일어나 남의 집 뚫고 들고 2)
風前燈火伐氷家
곧 사라질 얼음 떠쌓는 집 있네. 3)
民傳永歲惟檀木
민간에 전하길 오래가는 박달과 4)
國至無窮是槿花
나라 무궁할 무궁화를 가졌다네.
救族經營皆失敗
민족 구할 경영 다 실패했으니
不如歸野業桑麻
시골 돌아가 농사함이 제일이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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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기어금(神器於今): 신기는 신에게 제사하는 그릇이나 신성한 물건을 말하고, 또 제위(帝位) 곧 왕권이나 정부(政府)를 말한다. 어금은 지금, 현재라는 말이다.
2) 우후죽순천혈배(雨後竹筍穿穴輩): 우후죽순은 비 온 뒤의 대나무 순이 솟아오르듯 한꺼번에 마구 일어남을 말하니 그렇게 천혈배가 일어나는 세상이라는 비관(悲觀)이다. 천혈배는 천혈유장(穿穴窬墻)의 무리들, 곧 담을 뚫고 여자에게 탐심을 가지고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가는 자들이 마구 일어난다는 못된 무리들의 무질서가 난무하는 현상을 지적한다.
3) 벌빙가(伐氷家): 다음에 쓰기 위해 얼음을 떠다가 쌓는 집이란 말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이 나라는 위기에 빠져 망할 지경에 있을지라도 마치 얼마 못가서 곧 사라져 녹아버릴 그 얼음을 겨울에 떠다가 쌓아두고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자기 집만 즐길 궁리만 하는 가정이 많다는 현실의 지적이다.
4) 유단목(惟檀木): 민간에서 흔히 말하기를, 단단해서 아주 오래 가는 나무는 ‘오직 박달나무뿐이라’하고, 이어지는 대구(對句)에서 나라 영원하게 하는 것이 국화(國花) 곧 무궁화[是槿花]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단군(檀君)의 나라 단목(檀木) 아래에 세웠고, 오래오래 무궁화처럼 이어가는 나라.
5) 업상마(業桑麻): 뽕나무와 삼을 가꾸는 일로 예전의 양잠(養蠶)과 길쌈의 기본이니 곧 농업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