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그 나무를 베어도 비를 내려주지 않았다. (엉뚱한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상호(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 : 斬(벨 참) 其(그 기), 木(나무목) 不(아니불) 雨(비우)
1. 백약이 무효인 대책들 정치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대책을 세우고 적용하여도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있다. 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책을 적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대로 원인을 진단했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 맞게 적용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또 그 대책을 적용하였을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예측을 충분히 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전에 알던 어떤 지인은 딸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상한 상태를 장기간 보여왔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라면서 휴식과 처방을 주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백약이 무효였다. 그들은 평소 자주 찾던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는 할아버지 묘소가 문제가 있다고 굿을 하라고 권했다. 부모는 굿을 하는데 무려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 그래도 딸은 차도가 없었다. 다음에는 자주 다니던 절에 다니면서 시주를 듬뿍하고 불공을 드렸지만 그것도 효과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 그의 딸은 엄청난 학습 스트레스였다. 그의 딸이 학습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은 이유는 자기의 학습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부모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딸은 결국 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검정고시 공부를 준비했다. 그러자 그의 딸의 병은 점차 나아갔다. 그리고 생활에 활기를 찾으면서 나름의 진로를 개척해 나갔다. 그의 딸의 심한 정신적 신체적 질병은 조상의 묘나 굿, 불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환자가 맹장이 걸렸는데 배가 아프다고 재촉하는 환자를 급한 나머지 위장 절제 수술을 했다면 환자는 어떻게 될까? 전에 어떤 병원에서 실제로 환자의 오른쪽 다리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실제 수술은 왼쪽 다리를 한 일이 발생하였다. 마취에서 깨어난 청년은 망연자실했다.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은 병원의 치료에서만 아니라 정치나 일상 곳곳에서 발생해 왔고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백약이 무효였던 정책이 있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 천정부지로 오르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온갖 대책을 다 내놓았지만 정말 백약이 무효였다. 당시의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이다시피 한 임대차 3법은 지금에 와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주택 가격을 바로잡고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고 편 정책이 결국은 서민의 주거 안정에는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주택 시장의 불안과 전세 사기를 부채질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면서 강하게 시행한 탈원전 정책은 한전의 수많은 적자만 남기고 환경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에너지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인다. 이러한 일들은 정치적인 일을 떠나서 일상생활 곳곳에서도 발생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의 상태와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여야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비록 그 병명과 병의 상태 그리고 병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였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치료와 처방은 오히려 환자를 더 위험한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환자가 그 치료와 처방을 견뎌낼 수 있는 체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질병이나 정치 사회적인 문제나 우리들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일상적인 문제나 모든 영역에서 인과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대책을 세워 적용하면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상태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와 관계되는 말로 ‘비가 오지 않으니 죄 없는 나무를 벤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무를 베어도 비는 오지 않는다.<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 2.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에 얽힌 이야기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에 얽힌 고사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춘추좌전 노(魯)나라 소공(昭公) 16년조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시 정나라에 큰 가뭄이 들었다. 전국이 말라가고 농사는 피농이 되고 사람들이 생활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9월에까지 비를 기다리다가 대우제(大雩祭 )를 지냈는데도 비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매우 다급해졌다. 그래서 삼대부 도격(屠擊) 축관(祝款) 수부(竪拊)로 하여금 상산(桑山)에서 유사(有事)를 지내게 하고 그 나무를 베었다. 그러나 비는 전혀 오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안 자산이 크게 노하며 말했다. ‘산에서 해야 할 일은 나무를 심고 산림을 가꾸며 보살피는 일이다. 그런데 그 나무를 베어 버렸으니 그 죄가 오히려 크도다’라고 하고서는 관읍(官邑)을 빼앗아 버렸다.(九月大雩早也 鄭大早 使屠擊祝款竪拊有事於桑山 斬其木 不雨 子産曰 有事於山 埶山林也 有大罪也 奪之官邑)(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신주사기 ①오제본기) 둘째는 남북조 사대의 송나라 배인(裵驎)이 『사기집해(史記集解)』를 썼다. ‘거기에 중산대부(中散大夫) 동완군(東菀君) 서광(徐廣)이 『사기(史記)』의 여러 판본을 면밀하게 조사하여 음의(音義) 13권을 만들었는데, 배인이 그것을 주석으로 하여 130여 편에 흩어서 넣었다. 그렇게 하여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훈해(訓解)를 겸하여 기술해서 대략 밝혀 놓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내용을 대폭 생략한 것이 많아 매우 유감이다.’라고 하였다. 이후 당나라 시대에 사마정(司馬貞 )이 『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었는데 그때 사마정이 이 대폭 생략한 것을 한탄하며 말했다. 사마정은 ‘대폭 생략한 것이 많아 매우 유감이다(粗有所發明 而殊恨省略)’라는 대목에 대하여 수(殊:죽이다)는 절(絶:끊다)하다는 뜻으로 <좌전(左傳>에 이르기를 “그 나무를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斬其木不殊)”라고 했는데 ‘이는 그것(음의)을 편찬하면서 크게 생략한 것에 절망하고 한탄해서 한 말이다’라고 풀이하였다.(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신주사기 ①오제본기) 위의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에 대한 고사에서 첫 번째의 이야기와 두 번째의 이야기는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대책을 잘못 세워 엉뚱한 나무만 피해를 보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모든 일에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대책을 세우는 신중함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두 번째는 문장이나 말을 함에 있어서 장황하다고 또 문제가 있다고 그것을 간략하게 하거나 문제를 해결한다고 이것저것 생략하고 간략하게 한 것이 오히려 문맥을 무너뜨리고 뜻이 통하지 않게 되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런 경우가 많다. 말에 있어서 군더더기를 버린다고 지나치게 생략해 버리면 엉뚱한 뜻이 되어 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이해되기 쉽다. 또 문장을 고친다고 고쳤는데 오히려 전보다 못한 문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집을 고쳤는데 그 이전보다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3.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은 왜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 즉 ‘나무를 베어도 비는 내리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할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잘못된 선입견에 의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으로 특정한 종교에 몰입하는 사람은 매사를 그 종교적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려 한다. 미신을 지나치게 믿는 사람은 미신에 대한 믿음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선입견은 주관적이지만 객관성과 과학성을 지녀야 세상을 바로보고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확증 편견에 빠지기 쉽다. 인식이 잘못된 선입견에 의한 확증 편견에 빠지면 문제의 원인을 바르게 진단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원인을 어느 정도 진단하였다고 하더라도 선입견 속에 있는 대책을 강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엉뚱한 대책을 적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따라서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확증 편견을 극복한 올바른 선입견을 가져야 한다. 편견은 원인과 대책, 예측까지도 왜곡시키기 쉽다. ‘원전은 위험한 것’이라는 확증 편견에만 빠지니 폐쇄만이 답이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성급함이다. 이를테면 신중하지 못함이다. 신중하지 못하다 보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엉뚱한 판단을 내린다. 설령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엉성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다. 지난 정부에서 20여 차례가 넘는 집값 대책을 세워 추진했음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은 그 정책의 성급함에 있었다. 그 성급함은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급한 김에 나온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헌 칼 휘두르듯 한 꼴만 되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함에 성급하면 엉뚱한 다리를 수술한다거나 맹장 수술을 해야 할 것을 위 절제 수술을 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해당 부위를 수술했다 하더라도 성급하면 잘못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특히 문제가 복잡할수록 신중함이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원인을 파악하느라 시기를 다 놓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20여 차례가 넘는 집값 대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집값을 잡겠다는 과도한 욕심으로 성급하게 만들어 적용한 탓이기도 하였다. 셋째는 과도한 공명심이다. 공명심이 과하면 일을 망친다. 이순신이 옥에 갇히고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은 공명심에 중독되었다. 빨리 왜적을 무찌르고 공을 세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전투를 치르고 무리하게 공격하여 왜군을 향해 가는 바람에 결국은 전멸하고 자신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원균의 지나친 공명심은 성급함을 부채질하였고 자기의 죽음만 아니라 조선 수군의 괴멸을 초래하였다. 반면에 백의종군한 이순신 장군은 비록 12척의 배만 남았고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여유를 가지고 신중에 신중을 더하면서 공명심보다는 오로지 전쟁의 승리라는 목적에 집중하였기에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영화 <명량>에서도 명량 앞바다를 돌아보며 신중하게 고뇌하는 장군의 모습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유명한 케네디 대통령의 유명한 쿠바 봉쇄 사건에서도 그 신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정부의 20여 차례가 넘는 집값 대책에도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빨리 집값을 잡아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아니었나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확증 편견에 빠졌거나 잘못된 선입견과 성급함, 과도한 공명심은 함께 작용한다. 올바른 선입견으로 문제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은 성급하지 않으며 과도한 공명심이 아닌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정치에서도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봉쇄처럼 역사에 남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잡음이 많다. 전세 사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 대책이 아직 효과적이지 못하다. 집값은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교에서도 말이 많다.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한미동맹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국익의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성급한 확신은 외교에서 실수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타인의 말과 문장을 함부로 비판하고 예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 대통령의 말에 대한 해석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과 극을 치닫는다. 선입견과 공명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올바른 선입견을 바탕으로 신중한 자세로 문제의 본질에 충실한 자세를 가질 때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승리와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모두 살아가면서 참기목불우(斬其木不雨)의 교훈을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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