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이라는 영화가 흥행하면서 여느 모임에 나가도 사람들이 ‘관상’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종종 본다. 그래서 ‘저 관상 좀 봅니다’ 하면 금세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기남, 인기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여자인 내가 봐도 요염한 김혜수씨, 연기파 송강호씨, 카리스마 백윤식씨 등,
영화 <관상> 중 |
화려한 캐스팅과 열연으로 볼 거리가 많아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지만,
사실 관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제 오늘의 얘기만은 아니다.
살면서 ‘내가 복스러운 얼굴인지’ 생각한번 안해본 사람 없을테니 말이다!
어쩌면 영화 흥행의 핵심은 ‘관상’ 이라는 소재의 ‘필연적 대중성‘ 때문일 것이다.
’필연적 대중성‘
너무 어려운 말인가...;;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모습, 지식백과 중 |
즉, 남녀노소 막론하고 누구나 한번쯤 관상에는 관심이 있다는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점(点)에는 사주팔자, 신점, 타롯카드, 구슬점, 등등.. 참 종류도 많지만,
타로카드 |
특히나 관상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 인스턴트 해결
누구나 자기 건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건강 검진을 하면, 두 세 시간 한참 힘들게 검사를 해도 결과를 아는데 일주일은 족히 걸린다. 그런데 최근 들어, 눈동자 하나만 보면 즉석에서 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을 봤다.
“까만 눈동자 이쪽 부분이 간을 나타나거든요... 색깔이 좀 칙칙하죠? 간이 상당히 지쳐계시네요. 겉에 이런 주름 보이시죠.. 이게 스트레스 지수에요. 스트레스가 상당하시네요. ”
눈 한번 깜박였뿐인데 바로 설명해주니 기다릴 필요 없고, 사진까지 보면서 부위부위 콕 집어 알려주니 왠지 그렇게 ’믿어야 할 것‘ 같다.
자..
이렇듯 얼굴 보고 바로바로 설명을 해주는 관상은
무엇보다 궁금한 내 운명이, ’바로바로‘ 풀린다.
”얼굴을 한번 보기면 하면 그 사람의 전부를 다 알아내었다는 말이지“
이러면서 결국 왕도, 밤길에 남몰래 점쟁이를 찾아 왔더랬다.
초고속 LTEA 까지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 보기에 참, 안성맞춤이다.
영화 초반부에 먼 길을 찾아온 김혜수씨를 보면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송강호씨가 애기한다.
한양에서 그 많은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는 ‘요물’ 김혜수씨도 이 말 한마디에 솔깃! 넘어갔다.
왠지 암호같은 한문이 난무하는 어려운 사주나, 구슬 색깔을 보는지 모양을 보는지 애매~ 모호한 구슬점보다는
“이마와 코가 봉긋한게 명예와 재물이 따를 것이고 입은 도톰하고 붉으니 굶어 죽을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조목조목 얘기하면,슬쩍 내 이마와 코를 한번 보면서
’정말 그런가?‘ 하는게 사람 심리, 아니겠는가.
◇ 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얼굴을 봐야하니 예쁘든 못생겼든, 추남이든 미남이든,
사실, 조목조목 얼굴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야마라로 ’비쥬얼’ 이 중요한 시대에, 손에 잡히듯,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에선 워낙 눈이 호강하게, 잘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왔지만..
한 동안 내 얼굴이나 사람들 얼굴 요모조모 살피는 재미가 있었더랬다!
◇ 남을 엿볼 수 있다. - ‘관음증‘적 욕구
이렇게 내 얼굴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남들 얼굴도 유심히 보게 된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일종의 관음증적 욕구다.
누구나 타인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관상의 필요성은 두 배로 증가한다.
▶▶▶ 나에 대한 궁금증 + 타인에 대한 궁금증.
넓게 봐서 타인에 대한 관심은 나에 대한 관심의 투사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 잣대로 ’ 그 사람‘ 에 대한 속단을 하기도 한다.
◇ 또 하나 재밌는 것은 캐릭터 트레일러다.
얼굴을 얘기하는 장황한 ’앞‘ 설명에,
정작 뒤에 말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듣다 보니 다 맞는 말 같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 나오는 ’직장의 신‘ 과 ’도둑들‘은 모두 김혜수씨가 출연한 드라마와 연극이다. ‘신세계’도 이정재씨가 나왔던 영화다.
이렇게 우리가 관상 설명에 더 공감하는 이유는
들어도 잘 알지 못하는 화려한 미사여구 부분이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을 반영한 ‘뒷’부분에 있었을지 모른다.
◇ 이렇게 관상이라는 종목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나‘(self)에 대한 알고 싶어하는 기본적 욕구와,,
미지(未知)라는 ’불안‘의 근본적 요소에 대한 해결 욕구.
“사람 속을 꿰뚫어 본다고“
누군가 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려주기를 원하는 의존 욕구
”남을 밟고 올라갈 사람들을 골라내라“- 왕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공감‘을 바라는 욕구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정재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위로‘를 갈망하는
흔들리고 약한(weak) 자아(ego)가 숨어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인스턴트식 힐링 의식(ritua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