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평, 리뷰] 극단 예도, 나르는 원더우먼,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 대전
‘극단 예도’의 작품 “나르는 원더우먼”은 지금은 직업 자체가 없어졌지만 1970년대, 80년 초반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버스차장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10대에서 30대까지는 알지 못할 직업군이라 생각되며 40대 중후반은 되어야 어린 시절의 기억 한쪽에 남아있을 것 같다. 극 중 대사에 중학생 버스요금이 25원이라 하니. 하~~~ 이 이야기는 대체 언제 적 얘기란 말인가. 어질하다.
지금은 버스에 승하차하며 미리 충전한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것으로 요금을 내지만 그 당시에는 버스차장이 ‘토큰’이나 ‘회수권’ 등 버스요금을 직접 받고 잔돈도 거슬러 주는 역할을 했다. 또 이용객이 많은 아침 출근길엔 그 여린 몸으로 승객을 버스 안쪽으로 구겨(?) 넣는 일도 하다 보니 극 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개문발차’ 즉 문을 열고 버스가 출발하는 일도 자주 있어 사고가 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대부분 중상 또는 사망사고로 이어지다 보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버스차장은 일이 힘들다 보니 나이 든 사람보다는 주로 젊은 여성의 몫이었다. 지금도 버스차장은 왜 모두 여자였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당시 남자 버스차장은 딱 한 번 봤던 것 같다) 아무튼. ‘버스차장’은 극한의 직업 중 하나였다.
지금도 만원 승객을 태운 후 버스 출입구에 매달려 “오라이~~~”하며 버스 외벽을 두드리는 버스차장이 기억난다.
[버스안내원사진출처 – 인터넷]
연극 ‘나르는 원더우먼’은 단순히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향수를 자극하고자 만든 극이 아니다. 과거 실제 했던 직업군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를 들춰내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금도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재벌 일가의 ‘갑질’ 논란이 그렇고. ‘갑’과 ‘을’의 관계를 악용하여 은밀히 자행된 또는 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여러 ‘성추행, 성폭력’ 문제, 그리고 16시간에 이르는 살인적인 노동 현실, 이러한 노동 현실을 사회에 고발하고자 하던 사람들을 '빨갱이'라며 탄압했던 자들의 민낯을 버스차장의 모습을 통해 그려냈다.
극은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 무거운 주제인데도 중간중간 웃음 코드를 넣어 자칫 이번 극이 주는 무게감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또한 배역들의 갈등은 극 중에서 자연스레 도출되고 증폭되며 이야기의 흐름 또한 자연스러웠다. 다만 작가 및 연출의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걸까? 결말 부분이 다소 늘어지며 앞서 느꼈던 감흥을 좀 덜어내는 결과로 작용한 것 같다. 결말을 조금 정리했다면 더 임팩트가 있었지 않을까 한다.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가 된 그 시절의 억척 똑순이 '버스차장'을 기억하며...
Vocal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