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길고양이가 따라오면 내 뒤의 전 세계가 아프고 녹슨 컨테이너 아래 민들레는 다시 한번 잃을 준비가 되어 있다 멀쩡하게 서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악이 된 기분이 든다 현실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자기 자신은 밤 고속도로 위의 불빛 같은 현실감 하나로 스스로를 견디고 있었다 바짓단에 무심하게 물을 튀며 지나치는 자동차 막 솟구치려던 것들이 가라앉는 순간에 차분한 목구멍은 시작되고 성림모텔 한 호실로 들어서면 어떤 회상 속에서 돌아온 자신의 얼굴과 침묵을 맞대는 것이다 쉽게 놓아준 것들보다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것들이 더 기쁘게 지내고 있겠다 내 마음 바깥으로 드디어 나간 것들 얼마나 자유로울까 나를 괴롭히는 건 그 자유다 그 자유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이렇게 한번 나도 자유로워 보기를 바란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담양에 무엇이 있어 왔냐고 묻거든 대답할 말이 없는 게 좋다 신께서도 답하시지 않는 질문이 많아서 세상은 제힘으로 굴러간다 영혼을 믿지는 않지만 한 사람의 음성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는 뼈를 믿는다 모텔 촌스러운 테이블 위의 꽃병, 그 조화를 만지면 너무 허무하고 아름다워서 실물과 관념론자의 손이 만나는 것이다 그는 이 세계를 생각하며 모든 사물이 강제로 여기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도 아니다
이렇게 써본다
진흙투성이의 샛길을 걷고 있어도
담양의 봄은 아름다웠다
세상의 진리란
한낱 나 따위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겠지
아침 죽녹원
평화가 깃들어 속 깊이 시퍼레지는
대숲이 흔들리고 있다
*담양이라는 이름으로 담양의 옷을 만든 시인이 있었다 담양을 뼈까지 갖춘 인물로 살려낸 사람이 있었다 담양으로 슬픔을 지고 가 담양의 새파란 슬픔 마저 안아들고 스스로 희망이 되는 시인이 있었구나 담양으로 달려가려는 마음을 다소곳이 쓰다듬으며 제 안으로 담양을 담아내라는 시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