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아이들이 잘못하면 때에 따라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글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지 못하고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항심만 더해지다가 어긋날 수도 있기에
올바른 방법일 수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자식이
부모를 아동 폭력으로 신고도 하는 세상이고, 말로 잘
타일러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회초리를 든다고 해도
잘못해서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학교를
그만두고 밖으로 떠도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한다. 덩치는 커지고 겉모습은 성인의 모습을 하고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해서 더 나아가 사회생활까지도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에
힘들어하고 우울함에 빠지기도 하고, 때론 범죄까지
저지르는 사건도 늘어나니 부모의 책임도 막중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문득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수업을 들어오실 때
회초리를 가지고 오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과제를
내어주시고 쪽지 시험을 보고 나서 틀린 개수대로
가볍게 손바닥을 때리시는 선생님이 계셨고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는 못했는데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해서 나는 거의
맞는 일이 없었는데 시험 때마다 많이 맞는 아이들은
꼭 있었다. 맞을 때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니 오히려
선생님이 화가 나셔서 더 세게 회초리를 내리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공포심도 생겼었다. 어느 날인가
준비물 검사할 때 챙기지 못한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벌을 받게 된 경우가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는
우리 반 망신을 시켰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 모두를
엎드리게 한 다음 밀대걸레를 가지고 오셔서 그
단단한 밀대로 힘을 강하게 실어 허벅지를 몇 대씩
때리셨는데 망신시킨 아이들은 더 많이 때리셨고
밀대가 부러지기도 했다. 맞으며 반항을 한 아이는
더 힘을 실어 때렸으니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우리는 모두 맞을 수밖에 없었다. 시퍼렇게
멍이 들고 의자에 똑바로 앉을 수도 없고 오래도록
아픔이 지속되면서 속으로 억울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일은 전교생뿐만 아니라
모르는 선생님이 없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어떤
일로 단체기합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게
어찌 사랑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와 반대로 회초리는 전혀 들지 않으시고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주시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씀해주시는 선생님도 계셨는데 우리는 진정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 선생님의 수업은 즐거운 마음으로 잘 들을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그 선생님의
과목은 시험점수도 높게 나왔다. 조금이라도 선생님께 예쁨을 더 받고 싶어서 그 과목은 더 열심히 한 것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만 하고
소심해서 말도 잘 안 했는데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힘이 되어서 수업 시간에 더 집중을 해서 듣게 되어
따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시험만 치면 점수는 잘
받을 수 있었다. 어느 과목에서는 반 아이 중에 혼자
100점 맞는 경우가 있어서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게 수학이었고 첫 시험 후에 수업을
들어오신 수학선생님이 내 이름을 호명하시며 100점
맞은 학생이 한 명 있어서 궁금했던 것이었다. 환한
얼굴로 바라보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고등학교 내내
수학은 한 문제도 틀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과목 하나만은 선생님이 싫어서 그 과목만 제일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정말 그 수업은 지루했다.
고학년이 될수록 선생님들은 벌이라는 걸 내리실 때는
회초리보다 단순한 방법을 택하셨다.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만큼 회초리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다. 아주 단순한 예로 수업에 집중 못 하고 떠드는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나가서 가만히 서 있게
하셨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근데 그게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행동 그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뒤로 나가서 서 있는
학생은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옛날과 지금은 사고
방식도 많이 달라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더 힘드시겠지만, 더는 사랑의 회초리일 수 없는
현실에서 잘못된 학생을 벌하는 게 쉽지 않으실 것
같다. 스스로 알아 뉘우치지 못하면 반성문조차도
의미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들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 혼자서만 힘든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사회에 나와 적응하며 잘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학창 시절 우등상을 안 놓치고 행복은 성적순이었던
적이 있는 나도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고 보니 새삼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게 된다. 억지로
자신에게 채찍질하며 살 필요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잘 살아내기만 해도 된다. 똑같이
주어진 삶이라도 똑같이 살 수는 없다는 것만 알고
어떤 일을 하든지 하고 싶은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 그게 잘살고 있는 것이고 그렇게 잘 살아내면
된다.
©️비꽃(이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