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명을 받아 바구니 들고 나가는데,
빨래 널 사람 있어 좋다고 한다.
나~ 참 환장할 노릇이다.
밥벌레지만 청소업에 빨래업까지 투 잡스다.
시린 마음 추스려고 옷깃을 여민다.
서리가 많이 내렸다.
어젯밤은 무서리가 아니라 된서리다.
지붕에 내린 서리,
따뜻한 햇볕에 녹아 물 받침대 두드리며 논다.
뭍은 하얀 카펫을 펼쳐 놓아 조용한데,
물안개는 붉은 햇살에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널려는 옷이 찬 기운에 뻐덩뻐덩하다.
서리 맞은 호박은 품격이 망가져 애절한데,
하얀 모자 쓴 국화는 햇볕에 영롱하구나.
골드메리는 붉은 곤룡포에 하얀 왕관쓰니 우아하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피지 못한 호박꽃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겨울을 잘 이겨내는 로제트 식물은 자랑스럽다.
가을이 서러움 안고 간다.
된서리 한방에 영 떠나려 한다.
가을이 많이 짧아졌다.
기나긴 겨울 생각하니.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가슴에 찬기운만 가득하다.
정양늪 금개구리 동면 들어 간지 꽤 오래되었다.
진작에 겨울을 대비한 동식물은 안전하게 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꽤나 힘든 겨울이 될 것 같다.
현관에 들여놓은 야래향,
무거운 마음 위로하듯 감미로운 향 뿌려준다.
움추러들지 말고 올 겨울도 잘 나보자.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
예전과 같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