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잉크 없음’ 믿지 마세요.
믿을 걸 믿어야지…
그대를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할 줄 모르는 정확한 ‘기계’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컬러와 검정잉크의 잔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림’으로 설명해 주는 친절을 베푼 그대를 무진장 신뢰했습니다.
그대가 ‘잉크 없음’이라는 메시지를 컴퓨터 화면으로 내보낼 때 오히려 게으른 저 자신을 질책했습니다. ‘
잉크가 떨어지지 전에 미리 사 둘걸…’ 하고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잉크 카트리지를 두 개씩 구입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대가 ‘잉크 없음’이라는 경고를 보내면 즉각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년 전쯤의 일입니다. ‘잉크가 떨어졌다’며 그대가 아우성을 치는데도 교체할 여벌 잉크가 없었습니다.
잉크를 구입하러 갈 시간적 여유가 없자 궁여지책으로 그대가 시키는 대로 ‘카트리지를 뺐다가 다시 장착’시켰습니다.
바로 ‘잉크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쏙 사라지더니 드르륵 인쇄가 시작됐습니다.
‘잉크 없음’ 메시지에 담긴 진실은?
갑자기 몇 장이나 더 인쇄하는지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한 장, 두 장…. 두 달여 동안 A4 용지 기준으로 수 십장을 더 인쇄할 수 있었습니다.
글자가 희미하게 인쇄되기 시작하자 카트리지를 새것으로 교체하였습니다.
이후 또다시 그대를 유심히 관찰하였습니다. ‘잉크가 없다’고 해도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카트리지만’ 뺐다가 다시 끼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 십장을 더 인쇄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대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잉크가 남아 있는데도 다 쓴 것처럼 사전에 조작한 것은 아닐까’ 그대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으려 애썼습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정품이 너무 비싸 처음으로 리필용 카트리지를 구입해 잉크를 충전시킨 후 그대 몸에 장착시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분명 잉크를 꽉 채웠는데도 그대는 잉크가 부족하다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대를 구입한 지 채 1년이 안 돼 고장이 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리필용 제품박스에서 [잉크 부족 메시지 제거방법] 이라는 설명서를 발견했습니다.
△ 잉크 부족 메시지 제거 방법을 일러주는 설명서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설명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