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천하'편에서는 "역으로 음양의 변화 원리를 말하였다"고 했습니다. 또한 근세 서양 학자들은 주역을 번역할 때 "변화의 책"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것은 역(易)이란 글자에 바뀐다, 변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글자에는 또한 쉽다, 간단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한자 사전에서도 '바뀔 역'자와 '쉬울 이'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온갖 복잡한 변화를 음양의 대립·조화 원리로 설명하므로, 쉽고 간단하다는 뜻입니다. 우주의 변화는 끊임이 없지만 음양의 원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역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역이란 글자에는 첫째 변한다. 바뀐다, 둘째 간단하고 쉽다, 셋째 변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결국 주역은 우주 만물의 변화를 음양의 변화 원리로 풀이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만물은 변화한다'는 생각은 주역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은 사물을 보는 방법에서 매우 중요한 하나의 입장을 선택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오직 미모를 기준으로 고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미남이나 미녀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30년, 40년 뒤에도 미인일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미에 대한 자신의 기준도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미인의 기준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 사람은 평생 새로운 미인을 찾아다녀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만물이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지금 보이는 것을 고정시켜서 생각하는 것은 독같은 문제에 대하여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를 모르면 세계를 바로 알 수 없다고 주역은 가르칩니다.
주역에서 만물의 변화는 일정한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순환의 원리'라 이름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만물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노쇠하여 죽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것을 보여 주는 예는 동식물의 성장과 자연계의 사계절 변화 같은 것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역의 64괘 배열에서 마지막 괘의 이름이 '미제'인데, 그것은 글자 그대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미제' 괘 바로 앞에 잇는 괘의 이름은 '기제'입니다. 이것은 '완성되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미완성'으로 열어 놓은 것도 주역의 무한한 순환 원리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주역은 괘의 해석에서 천·지·인이라는 세 범주를 이용합니다. 이것을 '삼재 사상'이라고 하는데, 이 세 변수가 변화의 핵심 요소라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더욱 실천적으로 표현하면, 천시(天時)와 지리(地理)와 인사(人事)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셋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만물의 변화 가운데 큰 덩어리입니다. 주역의 삼재 사상은 천지 자연의 위력을 높이면서도, 인간의 위치를 만물을 덮고 만물을 실은 하늘과 땅에 맞먹는 존재로 올려 놓았습니다. 계사전에서 구체화된 이 사상은 순자에서 뚜렷이 표현된, 자연을 이용하고 다스리는 인간상을 나타낸 것입니다.
주역의 괘사에서는 '회린'과 '길흉'을 표시하고 있는데, 역이 미래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석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개념입니다. 계산전의 해석을 통하여 이 말을 풀이하면, 회린은 사태와 사물이 앞으로 변화해 갈 싹을 보인 것이고, 길흉은 사태가 진전되어 점치는 사람에게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로 확정된 것을 알려줍니다. 주역을 윤리적으로 해석하는 입장에서는 흉한 결과를 예고하면 반성 경계하고, 길한 결과를 예고하면 그 방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나아가 훌륭한 연구자는 희린, 다시 말해 사태의 초기에 더욱 잘 알아서 대처합니다. 그러므로 주역은 결정된 미래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반성하고 조심하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점을 믿는 사람들은 미래의 일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역의 사상에서 보면 사람의 미래는 스스로의 노력과 행동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옵니다.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교 경전을 깊이 연구하고 특히 역에 대한 해설도 썼지만, 한 편지에서 "수십 년간 역을 연구하였지만 나 자신의 일을 가지고 점을 쳐 보지는 않았다"고 썼습니다.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점이라는 것이 이기심에서 나온다는 점을 우선 문제삼습니다. 자기의 이익만을 목표로 점을 치는 심리 자체가 선한 동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주역을 스스로 반성하고 경계하는 윤리서로 해석하지, 자기에게 유리하게 할 방법을 찾는 도구로 여기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