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의 성녀 루피나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DFF4B555003BA2D)
프란치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 1598-1664)은
17세기 스페인 여인의 복장을 한 매혹적인 동정순교성인들을 연작으로 그렸다.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1635년에 제작된 <세비야의 성녀 루피나>는
스페인 여인의 복장을 한 동정순교성인들의 연작 중 하나인데
성녀 루피나를 사실적인 얼굴 생김새를 한 어린 소녀의 모습과
17세기 스페인 여인의 복식을 한 모습으로 독특하게 그렸다.
270년에 스페인 세비야(Sevilla)의 가난하지만 경건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난
성녀 루피나(St Rufina)는 이교도 축제기간동안 우상숭배를 거절함으로써
언니 유스타(St Justa)와 함께 지방 집정관에게로 끌려갔다.
그들이 용감하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니,
집정관 디오게니아누스(Diogenianus)는 그녀들을 감옥에 가두었고,
그녀들이 신앙을 버리도록 설득하였으나 실패하여,
고문대 위에 그녀들을 놓고 양쪽에서 갈고리로 고문하다가
다시 감옥에 가두어 그녀들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결국 루피나는 17살, 유스타는 20살 나이에 감옥 탑에 갇혀 굶어죽었다고 한다.
성녀 루피나의 축일은 성녀 유스타와 함께 7월 19일이고
그들의 상징물은 감옥 탑과 토기그릇이다.
수르바란은 가난한 여인의 복장을 한 소녀로 맨발의 성녀 루피나를 그렸다.
그녀가 손에 토기를 들고 있는 것은
그녀가 생계를 위해 토기를 팔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흙으로 빚은 토기가 가진 가치를 알고 있었기에
그 토기가 이교도들의 제사에 쓰이지 않도록 토기를 팔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에 분개한 이교도들은 그녀의 토기를 모두 부수고 그녀를 죽인 것이다.
손으로 빚은 토기가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듯
하느님께서 빚은 사람도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다.
우리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하느님의 작품이며
그분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과 정성으로 빚어진 유일한 존재다.
루피나는 오른손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자기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자기의 생명을 다시 바치면서
자기를 유일하게 창조하신 하느님께 영광을 올리고 있다.
루피나가 입은 옷의 색깔이
겸손과 사랑과 희망을 상징하는 갈색과 붉은색과 초록색이란 게 재미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루피나처럼 겸손과 사랑과 희망으로
하늘을 우러러 우리를 유일하게 창조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면 어떨까?
아기 천사는 성녀 루피나의 비문 뒤에 서서
우리도 루피나처럼 살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과연 우리의 비문에는 어떤 글귀가 쓰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