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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력 임진(1592년), 계사(1593년) 연간에 통제사 이순신(李舜臣)은 한산도 에 주둔하고 있었다.
그의 세 째 아들 '면'은 충청도 아산현(牙山縣)에서 종군하고 있으면서 왜적을 만나 서너 명의 머리를 베었다.
달아나는 적을 쫓아 오래도록 추격했는데,
한 왜적이 풀숲 사이에 매복해 엿보고 있다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틈을 타서 갑자기 뛰쳐나와 치니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순신은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그 후 충청도 방어사가 왜적13명을 생포해 한산도로 보내왔다.
그날 밤,
이순신이 꿈을 꾸었는데 아들이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 나타나서 말했다.
항복한 왜적 13명 가운데 나를 죽인 놈이 있습니다.
이순신이 깜짝 놀라 깨닫고는 비로소 아들이 살해당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조금 있다가 부음이 이르러,
항복한 왜적을 끌어 내서 물어 보았다.
어느 날인가 충청도 어딘가에서 한 사람이 붉고 흰 얼룩말을 타고서 너희들과 마주쳤을 것이다.
너희들이 그를 죽이고 그 말을 빼앗았을 터인데,
말이 어디에 있느냐?
그것을 찾아야 하겠다."
무리 중에 한 왜적이 나서서 말했다.
어느 날 한 소년과 마주쳤는데,
붉고 흰 얼룩말을 타고서 우리 무리를 추격해 와서 서너 명을 죽였습니다.
제가 풀숲 속에 매복해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가 그를 치고 그 말을 빼앗아 진장(陳將)에게 바쳤습니다.
여러 왜적들에게 이 사실을 물어 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이순신은 크게 통곡하고는 그를 하옥하라고 명을 내렸다가 목을 베었다.
아들의 혼령을 부르는 제를 지내고 제문을 지어 이 사실을 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