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 <서정시, 누구나 쓸 수 있다>
오봉옥 (시인)
제6강 발상 훈련 어떻게 할 것인가
▲ 발상(發想)의 사전적 의미 - 어떤 일을 생각해내는 것. 또는 그 생각.
▲ 자유시는 창의적 발상을 요구 - 진부한 표현을 넘어서라.
▲ 시조가 갖는 관습의 굴레(유종오,『관습의 굴레』참고)
- 소재 선택, 어조 채용에 제한적 구속력을 발휘
예) 근대 시조의 완성자 가람 이병기 : 시각 및 청각적 표현을 잘 살린 시인으로, 음절수의 변화를 의식적으로 시도했으나, 1字의 융통성에 불과
ㆍ소재에 갇혀있음 - 옛 시조를 도습. 매란국죽 대신 옥잠화나 함박꽃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장미나 다알리, 포플러같은 귀화식물(외국에서 건너온 식물)은 원천적으로 배제됨.
ㆍ어조에 갇혀있음 - 어린 시절을 노래할 때 이병기가 농경사회의 고담적(옛날이야기) 세계에 머물러있었다면, 백석은 관습을 타파하였음.
예문)
병아리 어이 찾어 마당가에 뱅뱅 돌고
시렁위 어린 누에 한잠을 자고 날 때
누나는 나를 다리고 뽕을 따러 나가오
누나는 뽕을 따고 집으로 돌아가도
금모래 은모래 쥐었다 놓았다 하고
나혼자 밭머리 앉어 해지는줄 모르오
소나기 삼형제가 차례로 지나가고
언덕밑 옹달샘에 무지개 다리 노면
선녀들 머리 감으러 나려옴을 바라오
이병기, <그리운 그날>-
해설)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쓴 시
ㆍ소재 : 무지개, 선녀 등의 진부한 소재
ㆍ어조 : 서술형 종결어미인 나가오, 모르오, 바라오 등의 고어투
예문)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멫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어 하로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에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백석, <가즈랑집> 중-
* 당세 : 단술
* 집오래-집의 울안팎
해설) 무녀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섭고 엄숙한 이미지가 아닌, 음식을 잘하고, “밑구멍에 털이 몇 자나 났나 보자” 농담을 하는 다정다감한 인물로 등장시킨다.
ㆍ시조는 가족을 노래해도 효를 노래하는 등 미풍양속에의 순종을 이야기하지만, 자유시는 현대인의 가족상, 즉 가족 사이의 이기적 분열상을 노래하기도 한다.
ㆍ조운 : 현대시조를 개척한 시인
분장 실험, 분행 실험, 자수율의 파격적인 변화 추구. 3장과 4음보의 원칙만 지켰을 뿐 마음대로 행을 나누었다. 글자 수도 1字 정도를 변화시키는 관행을 벗어나 1~8字까지 파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조운의 한계) 바닷가에서 태어났는데도 바다에 대해서 노래하지 않았다. 바다를 소재로 노래한 <법성포 12경> 역시 ‘사공’이 나오는 등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바다를 언급하는 구절 역시 만경창파(끝없이 넓고 넓은 바다)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ㆍ정지용등 자유시를 쓰는 시인들이 등장, 그러나 자유시를 쓰는 시인들도 스스로의 굴레에 갇히기도 함.
예문)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 뿐
-최영미, <차와 동정> 중-
해설)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시, 과거를 답습하거나 모방의 차원에 그친 작품은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
ㆍ문학의 생명 : 신선함, <낯설게하기>수법.
예문)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의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김소월, <금잔디> 전문-
해설)
1922년 발표된 김소월의 시,
ㆍ낯설게하기 - ‘심심산천에 붙는 불’ : ‘금잔디’와 ‘불’이라는 개념 사이의 거리감.
ㆍ1~3행 - "잔디/잔디/금잔디" : 행의 구분으로 마치 잔디가 돋아나는 듯한 생동감을 줌.
ㆍ3~4행 -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가신님 무덤가의 금잔디" : 은유적 구조. 화자의 상황(님의 죽음)을 고려할 때 불이 나는 곳은 화자의 가슴. 화자의 가슴 속에 그리움의 불길이 일어나고, 죽었던 금잔디도 다시 살아나는 데 한 번 가신 님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허무함, 님에 대한 그리움 엿볼 수 있음.
ㆍ6~9행 - 봄에 소생하는 자연의 생명력 예찬이 아닌 님의 죽음에 대한 허무감과 그리움을 노래
▲ 발상 훈련의 시작 : 고정관념 없애기. 마음의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문제1)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는?
- 열어, 넣어, 닫아.
문제2)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2단계는?
- 열어, 암수 코끼리를 넣어.(저희들이 알아서 문을 닫는다)
문제3) 책으로 집을 만든다면?
- 책을 펼치면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다.
- 책을 읽음으로써 쌓이는 지식, 그 지식으로 집을 짓는다.
문제4) 물고기를 훈련시켜 배를 끌게 할 수 있을까?
- 상어 꼬리에 종이배를 묶는다.
- 배를 뒤에서 민다?
* 콜롬버스의 달걀이야기처럼 엉뚱하더라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 생각을 뒤집어보라.
▲ 발상 훈련의 구체
① 무제한 연상 - 머릿속에 떠오르는 낱말들을 1분에 걸쳐 쉴 새 없이 적는다.
(예) 더위, 흐림, 쉬자, 커피, 음악, 축구경기, 여름, 부상, 빗줄기, 노을, 회색, 바다, 파도, 산, 강, 들, 풍경, 등등.
(자, 여러분도 1분 동안 떠오르는 단어를 모두 적어 보세요.)
* 자신이 적은 것이 모두 몇 개인지 세어보자. 자기 생각이 어느 하나에 집중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단어들의 유사성을 살펴볼 것.
② 낱말 제시 연상 - 특정 낱말을 제시한 뒤 연상되는 단어를 자유롭게 적는다.
(예) 제시 단어 : 새
나무, 초록, 방, 하늘, 생명, 자연, 하늘, 자유, 날개, 춤, 지평선, 공기, 이야기, 낙하, 외로움, 노래 등등
(여러분도 1분 동안 ‘길’이라는 낱말과 관련되어 떠오르는 단어를 모두 적어 보세요.)
* 제시 낱말과 관련된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하는 능력을 효율적으로 측정해볼 수 있다.
③ 상황 제시 연상 - 상황을 제시하는 서술어를 주고 여러 문장들을 연상하여 만드는 훈련. 문장의 옳고 그름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거침없이 쓸 것.
(예) 제시 서술어 : 황홀하다
그녀가 내게로 와 황홀하다/ 그녀와 함께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황홀하다.
(여러분도 1분 동안 ‘서럽다’라는 서술어로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④ 단어 정의 연상 - 주어진 단어를 정의하여 문장으로 완성하는 연상훈련
(예) 제시 단어 : 날개
날개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날개는 꿈이 있는 자만이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도 1분 동안 ‘사랑’이라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⑤ 강제 결합 훈련 - 유연성을 기르는 훈련. 노트를 삼등분하여 서로 관련이 없는 단어를 세로로 6개씩 쓰시오. 그리고 그것을 연결해서 문장을 만들거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민다.
(예)
자동차 뚱보 보신탕
보석 미인 콜라
책 바둑 자장면
그림 가래침 돼지고기
화투 안개 멍게
사과 전화기 된장찌개
- 저 자동차 속에는 보신탕을 좋아하는 뚱보가 앉아있다.
- 미인은 보통 보석과 콜라를 좋아한다. 등등
(여러분도 3분 동안 첫 번째 열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의 이름을 6개 쓰고,
두 번째 열엔 오늘 보았던 것들 중 인상 깊은 것들을 6개 쓰고,
세 번째 열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6개 쓴 뒤
단어들을 강제로 결합하여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⑥ 아이디어 내기 -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낸다.
(예) 맘에 드는 이성에게 말 걸기, 접근하기
커피 한 잔 하자고 말한다.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건다.
편지를 보낸다. 등등
(여러분도 1분 동안 아이디어를 내보세요.)
⑦ 자유 작문 훈련 - 본격적인 글쓰기 훈련. 제시어가 주어지면 정해진 시간 동안 토막글이나마 자신의 생각을 되도록 많이 써본다.
(예) 제시어 : 컴퓨터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뉴스를 본 뒤 내가 가입한 카페를 둘러본다. 간혹 대화창이 뜨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가 올린 글에 누가 꼬리말이라도 달았는지를 확인하고 관심 있는 글이 있을 경우엔 한참을 또 머무르기도 한다. 컴퓨터로 음악을 듣고, 컴퓨터로 온갖 정보를 확인하며 사는 세상이다.
(여러분도 1분 동안 ‘휴대폰’이라는 제시어로 최대한 긴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⑧ 민담이나 동화 다시 읽기를 통한 글쓰기
(예) ‘어린왕자’가 서울에 왔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 보자.
슬픈 일이 생기면 어린 왕자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구라는 별에는 기쁜 일보다도 슬픈 일이 더 많았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새들의 뒷모습은 어린 왕자의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습니다. 새들이 떠난 뒤 어린 왕자는 며칠동안 잠을 설쳤습니다. 눈을 감으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쓸쓸하게 떠나는 뒷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어린왕자가 남산에 오르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1분 동안 ‘어린왕자가 남산에 오르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꾸며보세요.
문장이 틀려도 상관없으니 거침없이 써보세요.)
▲ 자신의 느낌에 대해 의심하라.
내가 왜 이런 느낌을 갖는 걸까 생각해 본다.
(예) 길을 가다가 자동차를 보고 멋지다는 느낌을 가졌다면 ‘내가 왜 멋있다고 느꼈을까?’라고 자문해 보자. 예쁘고 좋은 것을 봤을 때도 ‘왜 내가 돌아봤을까?’라고 자문하고, 좋은 영화를 본 후에도 ‘왜 그 부분이 나에게 인상적일까?’ 생각해 보자.
* 발상은 물론 표현력도 늘어난다.
▲ 사물을 자신의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보라.
(예1) 사물의 맨 아래 또는 맨 위에서 바라보면서 아주 작아졌을 때와 아주 커졌을 때를 직접 경험한다. 또한 나의 시각이 아닌 어머니, 친구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 쉽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고, 전혀 다른 느낌으로 그 사물이 느껴질 수 있다.
(예2) 전쟁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고 할 때 군인과 처참한 현장만 생각하지 말고 어린이, 적십자, 평화봉사단, 건설회사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
*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문제를 생각할 때에 자신이 미처 생각 못하는 좋은 발상을 얻게 될 것이다.
▲ 매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생각하라.
매일 아침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생각해보라.
ㆍ정현종 시인의 일화 : 대학 시절 학교 뒷산을 거닐다가 돌멩이 하나가 옆에 떨어졌다. 그 순간 현기증을 느꼈는데 저쪽의 돌멩이가 이쪽으로 떨어졌으니 지구의 무게중심이 바뀌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지구가 움찔했을 것이므로 자신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새롭게 본 결과다.
예문)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어 그 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정현종, <좋은 풍경>-
해설) 밤나무에 기대어 사랑을 한 행위가 밤나무 꽃을 빨리 피우게 했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새롭게 인식한 데서 나온다. 발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 과제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당신이 그런 빚을 지고 있다면 어떤 말로 그 빚을 갚을 것인가?
시창작 강좌] 제6강 발상 훈련 어떻게 할 것인가
첫댓글 우리 시조에 대한 자유 시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조인으로 사는 우리는 무조건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더욱 전진하여 좋은 작품 특히 그들이 지적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생명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