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 지하세계에서 온 두 하급 악마 제트와 에프.
중급악마로 승급을 위해 '악'을 보여주란 명령을 받고 인간세계로 강림하게 되었다.
바로 지금, 1월 초반. 눈 내리는 겨울 밤 10시에.
''하하! 인간 녀석들-- 악이 도래했다!!!
나는 제트, 인간들의 과거를 보는 게 특기지!''
''좀 조용해 제트, 인간들 시선 끌 일 있어?''
''재미없긴,
첫 인간세계인데 설레지도 않아?''
그러자 에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제트가 두리번거리며
''으음, 악을 어떻게 전파시킬까..''
그때 제트와 에프의 시야엔
남들이 만든 눈사람을 부시는 큰 인간1과, 눈덩이에 돌 집어넣는 작은 인간2가 들어왔다.
제트가 에프의 어깨를 콕콕 찌르면서
큰 인간 1과 작은 인간2를 가르켰다
''에프, 저 사람들.. 우리보다 경력직인 거 같은걸?''
''저 정도야 뭐..''
제트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곤
''너 T야?''
''....나 F인데.''
제트가 고개를 저으며 큰 인간1이 부신 눈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한다.
아침7시, 아직 해가 덜 뜬 시간
6살 아이가 부모의 손을 끌고 밖에 나와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의 아빠는 큰 눈덩이를 계속 굴렸고
6살 아이도 열심히 눈덩이를 굴렸다.
따뜻한 털 모자와 장갑을 꼈지만 추워서 붉어진 코와 훌쩍이는 소리에 엄마가 집에 가자고 말했지만
''이 눈덩이만 다 굴리고!''
하고 열심히 눈굴리는 아이의 모습을 엄마는 지켜보고,
아빠는 눈사람의 커~다란 몸통을 완성시켰다.
시퍼래진 아이의 입술을 보고 이제 들어가자는 엄마의 말에.
아이가 아빠에게 안겨
아빠가 만든 코끼리같은 크기의 눈사람 몸 중앙에,
아이에겐 아쉬움이 남았던 야구공만한 작은 크기의 눈사람 머리를 올려둔 눈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완성한 눈사람을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 보러 올텐데, 부서져있는 모습을 보면 슬프지 않겠어?''
''....제트, 당장 저 큰 인간1에게 저주를 내리지.''
''그래 에프, 우리 악마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선, 인간인 악마는 존재해선 안돼.''
하급악마들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에프가 두 눈을 감고 인간1에게 저주를 내렸다.
''걸을 때마다 블럭 밟는 저주,
잘 때 벌레 떨어지는 저주
새끼발가락 찡기는 저주''
''올~ 에프가 저주쓴다ㅋㅋ''
''넌 저 눈돌덩이 작은 인간2좀 막고 와''
''말 안해도 가려던 참이었어''
제트는 작은 인간2의 귀에
''넌 앞으로 음식 먹을 때 마다 자잘한 흙이 씹힐 것이다..''
라고 속삭여 저주를 내렸다.
''제트, 인간들이 악이 우리보다 강하면 안되니까, 인간들의 악을 얼른 수습하자.''
제트가 씨익 웃으며 끄덕인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에프는 부서진 눈사람을 다시 굴려서 만들고, 제트는 그냥 눈덩이를 만들며 만든 족족 돌넣은 눈덩이와 바꿔치기했다.
제트가 한시름 놓았다는 듯 눈밭에 털썩 누우며
''하,하하.. 오늘도 기깔난 악마역할 완수했다!
첫날부터 저주를 내리다니ㅎ''
''좋아할 때가 아냐 제트, 저 집에서 악의 기운이 느껴져''
제트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우리 8시간동안 눈밭에서 계속 일했어!''
''그러니까 따뜻한 실내에서 일하자는 거지''
제트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두 손을 머리에 갖다댔다.
''갈거면 얼른 가자.''
약 10분의 시간이 흐르고
하급악마 제트와 에프는 악이 기운을 풍기는 인간 3의 집에 도착했다.
제트가 인간3에게 약간의 존경심과 놀라움을 담은 말투로 말한다
''아니 저건 에어컨 틀어놓고 문 열어놓기잖아?!''
''킹 받긴 하는데, 악의 기운을 풍길 정도는 아닌걸.''
''아냐 에프, 여기 방 안 주인을 봐!! 에어컨 틀어놓고 이불 덮고 침대위에서 아이스크림 먹기잖아!!''
''에어컨을 왜 틀어놓은 건지 이해는 안 되지만 딱히 악의 기운을 풍길 일은 아닌 것 같은걸.''
제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곤 다시한번 에프에게 설명을 한다.
''자, 지금 에어컨을 틀고 방문을 열어서 굳이 시원할 필요없는 장소까지 바람이 들어오고, 방안은 더~~ 느리게 시원해지겠지?''
''비효율적이네.''
''그리고 침대 위에 있는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어디로 떨어질까?''
''이불? 침대?''
''그럼 그 이불은 누가 빨래할까?''
''...부모님..?''
''아닐 수도 있지만 뭐,
비효율적으로 빠져나간 전기세는?''
''......
에어컨이 일시적으로 고장나는 저주를 내린다.''
에프는 불효는 참지 못했다.
''제트, 바로 아래층에서도 악의 기운이 풍겨.''
''그래 가자..''
제트는 체념한 표정으로 인간 3의 방문을 닫아주고 나왔다.
약 1분이 흐른 뒤..
아래층으로 이동한 하급악마 제트와 에프는 의외의 인재를 만나게 된다.
''와 에프, 여기 어린이집인가? 애기들 많네''
''그러게 크리스마스 트리 준비하나봐, 귀엽다''
에프와 제트의 귀에 희미한 악의 무언가가 들려왔다
''바보들! 세상에 산타는 없어!''
같은 또래 작은 인간4가 동심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멍게가 뭐래! 저번 크리스마스때도 산타가 선물 줬어!''
''으으, 바보 넌 맨날 울면서 어떻게 받은거냐?''
''멍게랑 다르게 착한 일 많이 해서 용서해 주셨으니까!''
제트가 아이들에게 몰래 접근하면서
''어릴 때부터 악마의 재능이 있는 걸?, 크기전에 저주를 내릴까?''
''견제하는 거냐.. 일단 어리니까 저주는 내리지 마''
제트가 이번에도 작은 인간4에 대해 설명해준다.
''여러 사정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남들 다 받을 때 선물을 못 받은 친구야.
이때동안 운 적이 없고, 예전엔 누굴 괴롭히지도 않았대''
''.... 그럼 우리가 잠시 산타가 되줄까?''
그렇게 제트와 에프는 트리 펫말에 적힌 작은 인간4의 소원을 읽었다.
''아...이..패드...26...256기가...?''
''에프, 이게 뭐냐?''
''좀 더 큰 핸드폰 같은걸. 가격이.. 일 십백천만 십만..
........백만원??''
제트와 에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서로 돈을 끌어모아 고급 아이패드를 몰래 선물하였다.
''다음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 알아서들 하겠지 하하..''
그렇게 하급악마 제트와 에프는 임무를 완수하였다.
''하, 하하. 에프, 나 악마 관둘래.''
''같이 사직서 내자 제트..''
악마를 관둔 후 일주일이 흐르고..
''제트, 에어컨 틀어놓고 이불 덮는 거 이해 안 됐는데 이렇게 하면 정말 완벽한 온도야, 이불이 부드러워''
''어휴.. 전기세 아까워, 비효율적인 네 에어컨은 고장 안 내냐?''
제트와 에프는 어째저째 잘 적응하며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