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쏟아지던 그 여름밤을 기억하며,
(실버기자단) 장복선
전기불 하나 없던 시절.
그 여름밤은 유난히 고요했고, 그래서 더 찬란했다. 맑고 투명한 하늘, 숨 쉬는 것마저 시원했던 청정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놀았고, 웃었고, 자랐다.
밤하늘에 별빛은 마치 쏟아지듯 내려왔고, 풀숲 사이로 날아들던 반딧불이는 별들이 땅에 내려와 춤추는 듯했다. 그때의 여름밤은 자연 그 자체가 무대였고, 우리는 그 안에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전기불이 없었기에 저녁밥은 해 지기 전에 일찍 먹었다. 마당엔 멍석을 깔고,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막 쪄낸 옥수수, 감자, 밀로 만든 찐빵은 소박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더위를 잊고 있었다.
모기가 앵앵거릴 땐 마른 쑥을 피워 연기로 쫓아내시던 지혜로운 아버지. 그 옆에서 부채질해주시던 어머니의 손길.
잠든 아이들의 이불 끝을 다시 덮어주던 아버지의 조용한 숨결은 아직도 내 가슴 한켠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봉숭아 꽃잎을 따서 손톱에 곱게 물들이던 어린 시절의 나.
자연은 놀이터였고, 작은 풀잎 하나에도 마음은 한없이 풍요로웠다. 그 시절, 우리는 ‘없는 것’ 속에서도 모든 것을 가진 듯 살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이를 먹었다.
오래 살아왔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과 경험, 기억이 쌓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존중받지 못하거나, 주변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일도 있다. 그것은 단지 나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삶의 태도, 말과 행동이 우리가 세대 간의 벽을 허물 수 있게도, 쌓게도 한다.
세대는 바뀌고, 가치관은 달라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그들의 시대를 전부 이해하고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러니 지나친 간섭이나 부정적인 말보다, 존중과 경청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지만, 마음으로는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여름은 달라졌다.
기후변화, 온난화, 미세먼지…
이제 더위는 단순한 계절의 감각이 아니라 지구의 신음처럼 들린다. 햇살은 따뜻하지 않고 따갑고, 하늘은 흐릿하게 변했다.
지구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아파하고 있다.
무심코 버린 것들, 넘쳐나는 쓰레기, 우리가 외면했던 자연의 경고.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별이 쏟아지던 그 여름밤을 떠올린다.
반딧불이가 살포시 날아들던 그 풍경, 봉숭아 꽃잎을 물들이며 웃던 어린 나를 기억한다.
그 마음으로,
조금 더 아끼고, 조금 더 다정하게
이 세상을 대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별빛이 쏟아지는 여름밤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그 따뜻한 바람처럼,
다시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첫댓글 그래 어릴적 추억이 그립다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운 그시절이 그립다
친구여 옛날 생각 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 무더운 날씨에 건강조심 하세요
늘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신 친구,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