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고속철을 탔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동창이 건내주는 명함을 보니 국내에서 알아주는 회사의 중역이다. 말쑥한 동창의 신수에 비해 영낙없는 산골 중놈 꼬락서니인 나는 따로 내 근황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옆자리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잡았다. 차창에 비치는 건물들이 순식간에 시야에 사라진다.
“넌 아직도 거기 있냐?”
“그려”
“네 회사엔 급료도 못 받는담서? 모두 전무람서?”
“응, 모두 전무출신하지”
“부하 직원도 없으면서 다 전무출신이면 무슨 일이 제대로 되겠냐?”
“잘 되구말구”
“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아”
“우리는 배가 없어. 배가 떴다 하면 얼른 건너가버리제”
“배삯은 받아야 할 거 아니냐. 건네줬으니 고맙다고 할 게 아냐?”
“당연히 고맙겠지. 우리는 그걸 생색내거나 강요하지 않지”
“희한하네. 거기 고용주(대표)는 있을 거 아녀?”
“없어. 구성원 모두가 대표여”
“이사진도 없단 말여?”
“그려. 예전에는 종법사도 있었고 또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수위단원이니 교정원 기구도 있었지. 필요성이 없어지니 차츰 사라졌지.”
“우와, 지 잘났다는 놈 없으니 거참 좋겠구만. 같잖은 놈이 군림해 가지고 엉뚱한 지시를 하면 정말 해골이 돈다구”
처음으로 그는 돈벌이는커녕 그럴 듯한 명함 하나 없는 나에 대해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였다.
헤어지면서 나는 말했다.
“주말에 한번 내려와. 골치 아픈 거 다 잊고 정신 체험하면 자네 평생 받은 보너스보다, 몇 백만원 보약에 비할 바가 아닐 거여. 건 내가 책임지지”
벽에 기대고 앉아있다가 깜박 졸았다. 일장 백일몽이다. 문을 열고 마당에 서니 고덕산 중천에 해가 솟아 있다. 이웃집 고양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지나간다. 저 양반 대체 밥이나 먹고 지내는가 하고 갸우뚱하는 표정이다. 녀석이 하루에 한두 차례 헛간 뒤 쓰레기장에서 멸치 대가리라도 버렸는가 점검하고 가는 중이다.
그 사대주의 근성을 합리화하는 것은 혈심혈성으로 미화하려는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
그런 세상이 되기로 하자면 내 의식이 확장되어야 한다. 힘 있는 것에 빌붙어 기생하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사대주의 근성을 불식하여야 한다.
집안이나 학력이나 어떤 집안의 배경을 과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출신은 거의가 자기 경력을 과시하고자 하거나 도가에서의 출신은 출가를 뜻한다. 일 개인의 몸 출신이 아니라 집을 나오고 자기의 직위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조직을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출가이다.
항마를 하더라도 자기 연줄로부터 출신하지 않으면 출가위가 못된다.
자기의 직위나 권위를 내세우며 교도나 아랫 사람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출신자들의 짓거리가 못된다.
소태산은 시골의 장삼오사 필남필부들의 개죽음을 보고 그들의 불성을 보고 부처님과 똑같은 위대한 열반으로 보았고 그들과 같이 공동묘지인 장자산에 묻혔다.
그의 경륜을 모르는 제자들이 사원의 전통적인 석탑에다 가운데 원석을 장업하여 스승을 모시고 대종사 성령이시여 기도하는 것은 등상불 신앙을 배격하는 스승의 사상을 모욕하는 것이다.
현재 전무출신하고 있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원기13년에 발족된 예기있는 ‘전무출신 실행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농공부원들이 주목받았다. 전무출신이 멀리 있지 않다. 현재 전무출신하는 것은 응무소주이생기심이다.
도덕공동체의 최고 이상형은 공도자이다.
그는 우리 인류의 어버이다. 세계의 스승이다.
그는 스승이라는 상도 없다. 그의 문하에는 제자가 없다. 그에 눈 안에 드는 사람은 모두 스승이다. 나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저기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이다. 예, 저는 징검다리로 밟혀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개울물에 잠겨 별볼일 없는 이끼 낀 바윗돌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건너갔는지 반질반질 윤이 나야 한다.
전망이 없다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망 있는 삶을 택하여 현재 삶을 개선하여야 한다.
전무출신 정신은 제도화해버리면 죽어버린다. 그것은 싱싱한 물고기가와 같다. 넓은 바다 속에 펄펄 뒤는 물고기를 뭍에 건져올리면 얼마 가지 못해 죽는다.
전무출신은 현재 진행형이며 지극히 순수한 정신개념이다. 순수 그 자체 순지무구한 것이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는 청정 해역에서 역동하도록 해야 한다. 전무출신은 생물 그 자체이다. 왜냐하면 태초의 그것은 로고스이며 순수 사랑이며 말씀이며 순수 묘유, 영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기도하고 집을 짓는 사업을 하거나, 직위 승급과 아울러 법위향상을 도모할지언정 진정한 출가정신으로 법력을 나토는 수도인은 없다.
제생의세의 사명이라는 것이 교당을 신축하고 정부 예산을 따내 복지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관련 직원을 상대하노라면 그 방면의 용심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첫댓글 2001년도 가수교당 봉직시 기록이 발견되어 감개 깊어 올렸다.
내딴에 한다고 평생 대종사님 역사 정리하고 자비로 수십권 책도 내었건만
정년퇴직하고 정토 눈칫밥 먹고 지냅니다. 오만년 대운은 다음생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