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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둑맞은 건...
연우
정월 대보름에 두부를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을 누군가 내 뱉은 뒤로부터 은지의 도시락반찬통은 외면받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열심히 점심을 먹을 동안에도 나는 단단히 골이 나있었다. 누군가 사물함을 뒤져 체육복상의를 훔쳐간 것이다. 4교시 체육시간에 임박해서야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기에 빌려 입지도 못하고 체육복 하의에 교복셔츠차림으로 나갔다. 피구가 공을 피하다 라는 뜻이라면 오늘 내가 한 것은 피구가 아니라 ‘맞구’였다. 안 그래도 없는 운동신경에 혼자 색이 다른 교복셔츠를 입는 바람에 체육복 무리에 숨지 못하고 타겟이 되어 새 게임이 시작될 때 마다 나는 전장에 나선 총알받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른 과목시간엔 미친 듯이 졸다 꼭 체육시간에 온 정력을 쏟아 붓는 애들이 있다. 투포환 던질 때나 이용해야 할 원심력을 피구공에도 불어넣는 애들로 인해 아직도 공에 맞은 곳이 얼얼하다.
“이거 아무도 안 먹을 거야?” 은지가 울상을 지으며 두부가 그대로 남아있는 반찬통의 뚜껑을 닫았다.
“연우야 기분전환도 할 겸 매점가자. 땅콩샌드 떨어지기 전에 사먹어야 돼.”
살찔까봐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부는 안 먹겠다는 애들인데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안가면 죽는 줄 안다.
뭐, 그 점에 있어서는 나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정신은 쓸데없이 피구 같은 데 내세울 것이 아니라 매점에서 내세워야 한다. 우리는 아직 성장기의 소녀들이다. 더 멀리, 더 높이 먹어야 한다. 단, 대보름날의 두부 빼고.
경훈
매점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세팔이와 땅콩샌드를 사려고 줄을 서서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을 때 처음 보는 여자애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고등학생이 되고 부터 부쩍 선이 굵어져 인물 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저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쩐지 도전적인 어투로 그 애가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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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좋아해?”
어이가 없어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난 널 지금 처음 봤는데?”
그 애는 더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그럼 왜 니 가슴에 내 이름을 새기고 다니는 거야?”
체육복을 가져 오지 않은 나를 위해 세팔이가 정학당한 준열이 사물함에서 꺼내다 준 걸 아무 생각 없이 입었는데 그 애가 가리키는 쪽을 내려다보니 왼쪽가슴상단에 희미하게 정연우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고개를 미처 들기도 전에 여자애가 달려들어 다짜고짜 체육복을 벗기려했다. 필사적으로 벗기려는 그 애와 필사적으로 벗김을 거부하는 나의 몸싸움은 꽤 큰 소동이 되고 말았다. 말리는 세팔이와 거드는 그 애 친구가 몸싸움에 부피를 더해주고 있었다.
연우
체육복에 실로 이름수(繡)를 놓기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붓펜으로 정성스레 내 이름을 적어주셨다. 그 이름을 따라서 예쁘게 수를 놓았다. 매점에서 앞줄에 서 있던 애가 뒤에 있는 애와 히죽거리려 돌아섰을 때 그 애의 체육복에서 내 이름을 보았다. 수를 없애려 커터칼로 난도질한 흔적과 실이 들락날락했던 바늘구멍흔적 밑으로 아빠의 궁서체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그 순간 눈이 돌아 앞 뒤 따지지도 않고 체육복을 다시 되찾으려 발악하다 지나가던 학생주임선생님에게 걸려 교무실로 몸싸움을 하던 넷이 함께 연행되었다.
체육복을 훔친 건 이미 정학당한 김준열의 짓이란다. 자초지종이 모두 밝혀져 네 명 모두 가벼운 주의를 받고 서로 사과를 한 후 체육복을 돌려받기로 하고 교무실을 나오니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은지가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먹어. 교무실 출소기념”
그것은 점심 때 모두가 남긴 두부였다.
다사다난했던 하루, 야자를 마치고 터덜터덜 걸어 나오니 노랗고 큰 보름달이 새까만 하늘에 보란 듯이 떠있었다. 짜장면 위에 올려놓은 둥근 단무지 같이 바로 코앞에 있는 듯 크고 가까운 달이었다. 달을 보고 짜장면과 단무지를 떠올리다니. 두부를 먹은 후유증이 오고 있다.
경훈
“야. 너 김소월이 수능 볼 때 수리시험을 ㉮형으로 보는 이유가 뭔지 아냐?”
질문자는 곧바로 나 보기가 역겨워서 라는 자답을 뱉은 후 혼자 신나게도 웃었다. 그 후에도 의욕이 없는 말이 달릴 때 나는 소리는? 다 그닥... 다 그닥..., 가장 미안해하는 동물은? 오소리, 곰이 사과를 먹는 방법은? 베어 먹지, 딸이 방문 뒤에 서 있다를 다섯 글자로 줄이면? 문뒤가스나, 못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이유는? 모세 혈관이 있어서, 아파서 부은 데가 3일 간다를 독일말로 하면? 분데 쓰리가 등의 썰렁개그를 쉬지 않고 내어놓은 세팔이 놈과 또 같은 반이 되었다.
“야!”
“왜 또 임마~”
“야~쿠르트 아줌마~야쿠르트 주세요 ♪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 유후~”
실없는 녀석이다. 우리 엄마가 야쿠르트 아줌마였다는 건 모르겠지. 해질녘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베이지 모자에 베이지 유니폼을 입은 엄마가 유제품이 들어 있는 수레를 끌고 와서는 남은 게 있다며 요플레를 꺼내 주시곤 했다. 닳을 정도로 요플레 뚜껑을 핥아 먹던 나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엄마.
엄마의 제사상에 놓을 명태포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순대를 먹고 있는 정연우를 보았다. 정연우와도 같은 반이 되었다. 쟤는 원래 눈빛이 그런 걸까 옆에 있는 애를 또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연우
“오늘은 야자 없어요. 대신 내일아침까지 한 명당 머리카락 한 올, 두 올씩 모아서 선생님 가발 만들어 오도록!” 1대9 가르마의 진철수 선생님. 검은색, 회색, 흰색으로만 이루어진 무지개 머리띠를 착용한 듯 오른쪽 귀 윗부분에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들이 정수리를 덮어 지난 다음 왼쪽 귀 밑으로 고정되어 있다. 종례시간에 항상 가발 만들어오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시며 머리카락에 많은 집착을 보이지만 인자하신 분이 담임선생님이 되어 좋다. 출발이 좋다. 야자도 없겠다 학년이 바뀌면서 새로 알게 된 소현이라는 애랑 짝꿍이 된 기념으로 시장에 가서 순대를 사 먹었다. 하지만 그 친목도모행위는 좋은 출발에 초를 치게 된 화근이었다. 하얀 얼굴에 갈 곳을 잃은 멜라닌색소가 수줍게 뺨에 살짝 뿌려진 소현이는 다른 애들과 뭔가 달랐다. 돼지 허파를 먹는 와중에도 정갈한 분위기를 마구 뿜어내는 저 깔끔함의 비결이 뭘까. 유심히 관찰하다가 소현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머리카락이 달랐다. 머리카락에 비밀이 있었어. 삼손 같은 지지배. 잔머리가 한 올도 없이 차롬~하니 빛이 나고 있네. 그녀의 범접할 수 없는 깔끔함에 감명 받은 나는 집으로 돌아와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섰다. 맑은 날도 그렇지만 비 오는 날이면 더욱 기고만장해져 맘껏 자기주장을 하는 미친 곱슬머리, 머리 꽃 꽂은 아이 칠렐레 팔렐레 동네 마실가는 듯한 잔머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곱슬머리가 우성유전자라고? 웃기지마. 이런 건 열성이어도 좋아. 가위손의 죠니뎁으로 분해 무아지경으로 현란하게 가위질을 하는데 마침내 화근이 무서운 속도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잔머리가 아닌 정수리부분의 머리 한~~~웅큼을 싹둑 잘라버리고 만 것이다. 충격으로 얼이 빠진 사이 나는, 일본에서 제일 마음 약한 자매, 마음약해 슬퍼하다 죽은 자매의 영혼에게 몸을 내주고 말았다. 그녀들은 내 입을 빌려 잊힌 자신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짖었다.
“우야꼬~~~~~!!!!!!!!!!!!!!!!!!!!!!!!!!!!!! 우짜꼬~~~~~~~~~~~~~!!!!!!!!!!!!!!”
처절한 울부짖음. 우야꼬와 우짜꼬 자매에게 한 동안 몸을 빼앗길 정도로 나의 꼬락서니는 대단했다.
마동탁이 한 판 뜨자고 찾아 와도 이상할 게 없는 까치머리.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경훈
중간고사 한문시험시간, 엎어두었던 마리오네트인형의 줄을 위에서 갑자기 확 잡아당긴 듯 누군가 엎드려 자다가 펄떡 경기를 하며 요동치는 바람에 교실의 고요가 깨졌다. 정연우였다.
“누가 시험시간에 자는 거야? 정연우? 문제를 다 풀었다는 말이지? 그럼 네가 필요한 애들에게 새 답안지를 나눠주러 다니도록 해라.” 선생님의 지시로 정수리에 큰 꽃핀을 꽂은 정연우가 답안지를 바꿔주러 다니기 시작했다.
주관식문제의 답 生死苦樂을 적어 놓고 검을 줄을 죽죽 그었다가 옆에 또 새로 적고 또 죽죽을 반복하며 번민하다 나도 조용히 손을 들어 정연우를 부른 뒤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답안지 하나 더 줘봐. 아무래도 生자에 짝대기를 하나 더 그어야겠어.”
역시 작은 소리로 “그냥 둬” 라고 말한 정연우는 답안지 대신 윙크를 남기고 유유히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연우는 生生우동 마니아였다.
“야. 너 그거 아냐? 소현이가 어제 하교 길에 옆 남고 자식한테 쪽지를 받았는데 그놈들이 5대5 미팅을 하자고 했다네? 웃기는 새끼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렇게 말한 세팔이도 공부를 안 하기는 매한가지다. 가채점을 해 보려 펼쳐 놓은 시험지가 때 이른 장마를 맞이했다. 소현이가 받아 온 쪽지엔 남자애들 다섯 명의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는데 마초성을 부각해보려는 수작인지 각 번호 앞에 이름대신 술 이름이 적혀 있었다. 국화주, 매실주, 포도주, 머루주. 뱀술이란다.
세팔이와 인사를 하고 스쿨버스에서 내린 뒤 발밑에서 알짱대며 굴러다니던 초록매실 캔을 자근자근 밟은 뒤 발로 힘껏 차버렸다. 정연우는 매실주를 골랐다.
연우
“은지 너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 갔다면서? 어때 좋아?” 은지는 다 좋은데 새집증후군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마른 눈물을 삼키며 속으로 말했다. 포름알데히드보다 더 무서운 새집증후군을 아느냐고. 너네 집 새집증후군보다 내 머리 위 새집증후군이 더 무섭다고. 시간이 흘러도 정수리까치집은 호락호락하게 수습되지 않았다. 정수리 정중앙에 꽃핀을 꽂는 것도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오늘도 피구하다 난사를 당했다. 피구공이 하나가 아니라 산란기의 알들처럼 많은 게 확실하다. 어쩜 나한테만 그렇게 많이 자주 날아 올 수 있는지. 옆 남고 애들과의 미팅에도 못나갔다. 거울은 자만심 제조기도, 소독기도 될 수 있다고 했다. 누가 거울에 소독용 에탄올을 살포했을까 고심하고 있을 때 언니가 벌컥 방문을 열었다.
“밥 먹으라는 소리 안 들리냐?”
막 엠티에서 돌아 온 언니는 식탁에 앉아 벙거지 모자를 벗었다. 머리가 푹 눌려있었다. 그 순간 나는 유레카를 외치며 목욕탕을 박차고 나온 아르키메데스처럼 언니의 모자를 든 채 식탁을 박차고 나왔다.
다음날 아침부터 나는 등교를 위한 모든 준비를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마친 후,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시 누웠다. 지나치게 오래 모자를 쓰고 있으면 전체적으로 머리가 눌려 볼품이 없어지므로 딱 한 시간만 모자를 써서 정수리 까치집만을 눌러 죽이겠다는 치밀한 계산이었다. 그 계산은 성공적이었다.
경훈
자리 재배치가 있었다. 교탁을 피해 1분단 맨 뒷자리로 배정받아 다행이지만 세팔이는 피하지 못했다. 오늘도 녀석은 내 옆에서 실없는 개그를 치며 자지러지게 웃고 있다. 내 자리와 대각선을 이루는 2분단 뒤쪽에 앉은 정연우가 서랍에 웬 양갱이 들어있다며 호들갑을 떠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남고놈들과의 미팅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生자도 확실하게 알더니 역시 학생의 본분을 잘 아는 아이다. 정수리를 꾹꾹 누르는 가늘고 긴 손가락에 자꾸 눈이 간다. 자주 저러던데 두통이 있는 걸까?
세팔이가 “시간은 오줌과도 같다를 네 글자로 줄이면?” 이라고 적힌 노트모서리를 내민 순간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정답은 바로 쉬는 시간이니 오줌을 누러 가자고한다.
“야. 너 키미테샀냐?” 오줌을 누며 세팔이가 묻는다.
우리는 내일 수학여행을 간다.
엄마가 살아생전 그렇게도 가고 싶어 했던 제주도로 경비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를 타고.
연우
갑판으로 나온 진철수 선생님의 딱풀로 붙인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무지개머리가 폭포수처럼 길게 어깨위로 흘러 펄럭일 정도로 심한 풍랑에 모든 아이들이 멀미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멀쩡하다. 다만 배가 고플 뿐. 선식으로 카레가 나왔지만 아이들의 토사물을 보고 난 후 카레에 대한 입맛이 싹 가셨다.
배 안에서 매점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좀비처럼 널브러져 있는 애들이 없는 쾌적한 선실을 발견해서 쉬고 있는데 경훈이가 들어오며 말을 걸었다.
“난 괜찮은데 넌 괜찮아?”
“응, 보다시피. 근데... 배가 고파.”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경훈이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양갱을 꺼내며 수줍게 물었다.
“먹...을래?”
“고마워. 근데 왜 하필 양갱이야?”
“나 양경훈이잖아. 양갱이 내 별명이기도 하고 맛있잖아.”
세팔이는 미국깡패를 두 글자로 줄인 게 양갱이라고 놀리지만 경훈이는 자객이 고유의 표창으로 본인의 존재를 알리는 걸 아느냐고 물은 뒤 단팥양갱이 자신의 표창 같은 거라고 말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서랍 속 양갱생각이 나서 내 얼굴도 화르륵 달아올랐다.
침묵도 잠시 경훈이의 휴대용게임기로 우리는 레트로게임을 했다. 작은 게임기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경훈이의 샴푸냄새가 살랑살랑 코를 간질여왔다. 사실 코가 간지러운 건지 마음이 간지러운 건지 모르겠다. 심장소리를 들킬까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 선실 밖으로 나오니 소현이가 벽에 손을 짚고 다른 손으론 가슴을 치며 서있었다. 이윽고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이 반쯤 풀리더니 내게 털썩 쓰러져 안겨 토를 하기 시작했다. 깨끗, 깔끔의 상징 소현이 마저 멀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소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입과 옷을 닦아 주고 선실에 데려다 눕힌 뒤 나도 옷을 갈아입고 여행용 샴푸로 소현이의 토가 묻은 머리를 감았다. 수건과 해풍으로 대충 머리를 말리고 선실로 돌아오다 벽에 붙은 거울을 보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아뿔싸! 제주도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정수리 까치집!!!!!!!!!
다행히 경훈이도 잠들어있었다.
가방에서 언니의 베이지색 벙거지모자를 찾아와 쓴 다음 선실 구석에서 벽을 보고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두려운 마음에 꼼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나직하게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벙거지 모자를 쓴 내 뒤통수에 얼굴을 묻고 누군가 계속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나는 조심스럽게 돌아누웠다. 경훈이었다. 눈물범벅의 얼굴로 연신 엄마를 불러대고 있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걸까? 처음엔 무서웠지만 피식 웃음이 났다. 다 큰 남자애가 엄마를 찾으며 울다니 하지만 왜 이렇게 구슬피 우는 걸까? 마음이 아려왔다.
검지를 들어 눈가의 눈물을 살살 닦아 준 뒤 그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체육복 도난 사건으로 알게 된 애에게 결국 또 마음을 도둑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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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작품을...! 저절로 박수치게 되는~
격려에 힘입어 연재를 준비해야겠네요ㅋㅋ고마워용
윤님의 정수를 보는 듯해요. 유머러스 하시고 유쾌하시고,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스토리 디테일까지.
너무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D 저희들만 읽기가 아까운 글이에요. 넘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단편이나 티비 드라마 작가 하셔도 되겠어요. 넘나 훌륭훌륭 :D
감사감사ㅋㅋ다음작품 넘나 부담되는 것ㅋ
크으 마음도 도둑맞고 말았네요
뭔가 응답하라 1990느낌!!!
중고등 시절이 생각나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