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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춘계 일본 규슈 여행 >
< 일본 전도와 규슈 지도 >
일시 : 2018.02.10(토) ∼ 02.15(목) - 5박 6일
장소 : 일본 규슈 일원
참가자 : 안창성, 한경호, 황경철. (3명)
♠여행단 구성 (총 3명)
· 안창성(ANN CHANG SUNG) : 여행 계획 수립
· 한경호(HAN KYUNG HO) : 사진, 여행 후기 작성, 경리 담당
· 황경철(HWANG KYUNG CHEOL) : 여행 진행 총괄
< 여행 준비물 >
1. 여행자료(서류)
여권, 항공권, 한국 돈, 현지 화폐, 신용카드, 시티은행 직불카드, 여행자 보험증,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여권용 사진 3매, 수첩, 안내 책자, 필기도구, 카메라, 휴대폰(로밍), 충전기, 복대, 포켓 와이파이.
★ 해외여행 시 여권이 가장 중요하니 보관에 유의하고, 여권 분실에 대비하여 여권의 사진 있는 면을 복사하여 여권과 다른 장소에 보관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저장. 여권용 사진 2매도 준비.
2. 가방, 의류
가방(Carrier), 배낭(大), 배낭 커버, 배낭(小) 또는 보조 가방, 긴소매 셔츠(남방,T), 반소매 셔츠(남방, T셔츠), 긴 바지, 잠옷, 팬티, 양말, 오리털 패딩, 방수 바람막이(비옷 대용), 모자, 장갑, 마스크.
3. 위생용품
칫솔, 치약, 수건, 비누, 샴푸, 세제(가루), 화장품(로션), 선크림, 면도기, 빗, 휴지, 물티슈, 손톱깎이, 면봉, 평소 복용하는 약, 비상 약품(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지사제, 일회용 밴드, 소독약, 연고)
4. 식품
볶음고추장, 볶음김치, 깻잎 통조림, 고들빼기 장아찌, 멸치, 햇반, 컵라면, 즉석 국, 소주(페트병), 개인용 수저, 포크, 여행용 쿠커, 김, 마른안주, 커피믹스, 녹차티백, 라면 수프.
5. 기타(있으면 유용한 물품)
맥가이버 칼, 손목시계, 작은 자물쇠, 비닐봉지(지퍼 백), 우산, 빨랫줄, 만능어댑터(콘센트), 가벼운 선물(인형, 액세서리, 열쇠고리, 엽서, 부채.) 개봉한 과자봉지 봉합용 집게 혹은 철사 끈.
6. 여행준비물 TIP과 짐 꾸리기 요령
★큰 배낭(캐리어) : 렌터카 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이 아니라면, 가방이 지퍼를 열었을 때 완전히 펼쳐지는 여행용 가방이 적당하다. 특히 배낭여행의 경우에는 짐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즐거운 여행이 되므로, 짐의 무게를 최소화하도록 한다. 그리고 짊어지고 있는 순간에도 도난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머니가 많은 것보다는 끈이 많이 달린 배낭이 적당하다.
★작은 배낭 : 작은 배낭이 있으면 가벼운 소지품과 간식, 음료수, 지도 등을 넣고 다니기에 편리하다. 특히 저녁에 야간열차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역이나 터미널의 코인 라커룸에 큰 배낭을 보관하고, 시내 관광을 할 때는 작은 배낭을 이용한다. 평상시에는 앞으로 메고 다니면 된다.
★복대 : 허리에 두르고 옷을 입으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준비하여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여권, 항공권, 여행 경비, 신용카드, 교통 패스 등을 넣어둔다. 내용물은 비닐에 싸두어 젖지 않도록 한다.
★옷 : 짐의 부피를 가장 많이 좌우하는 것이 옷이다. 여행지의 기후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아본 후 최소한의 옷을 준비하고, 유스호스텔이나 야영장, 호텔 등에 마련된 코인 세탁기를 이용한다. 세제는 현지에서도 살 수 있지만, 포장 단위가 크므로, 몇 회분 분량을 필름 통 등에 담아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
★신발 : 걷기에 편한 것이 기본, 새것보다는 길들인 헌 신발이 더 편안하며, 가볍고 바닥이 두툼한 운동화가 많이 걸어도 발이 편해서 가장 좋다. 여름에는 스포츠 샌들도 편리하다.
★세면도구 : 수건, 칫솔, 치약, 비누, 샴푸 등이 필요한데, 현지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므로 작은 것으로 준비한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화장품, 빗, 면도기, 헤어드라이어 등을 준비하며, 장기간 여행 시에는 손톱깎이와 면봉 등도 유용하다. 여름에는 자외선차단 크림도 필수.
★비상약 : 감기약과 진통제, 소화제, 설사약, 일회용 밴드, 피부 연고제 등 기초 상비약을 준비한다.
★필기도구 : 여행일정을 적거나 가계부를 적는다면 지출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고,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도 유용한 기초 자료가 된다. 요즘에는 여행을 다녀온 후, 다음 여행자를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이럴 때 여행지에서의 기록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비상식량 :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 튜브에 든 볶음고추장을 조금만 가져간다. 식비를 아끼려면 라면과 인스턴트식품을 적당히 챙겨가는 것도 좋다.
★안내 책자와 지도 : 배낭여행에 꼭 필요한 품목 중 하나. 최근에 나온 것으로 준비한다. 구글 지도를 인쇄해 가는 것도 요령.
★여행 가방 싸기 요령
먼저 부피가 가장 큰 옷가지를 넣은 후 가방의 남는 모서리에 속옷이나 양말, 신발 등을 넣는다. 세면도구와 속옷류, 신발은 서로 섞이지 않도록 입구를 봉할 수 있는 비닐봉지에 따로 싸서 가방 가장자리의 빈 부분에 넣는다. 또 가볍고 부피가 나가는 것을 밑에 넣고, 무거운 것을 위에 넣으면 배낭을 어깨에 멨을 때 덜 무겁게 느껴진다. 배낭의 경우 바깥쪽에 주머니가 많이 달린 것이 많은데, 중요한 물건은 외부에서 손대기 쉬운 주머니에 넣지 않도록 한다.
★ 휴대폰 문제
요즘 해외여행은 구글 맵을 이용하거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등의 휴대폰 사용이 필수적이다. 휴대폰 관계는 데이터 로밍이나 유심 교환 등의 방법이 있으나 하루 약 3,500원 정도로 대여하고 돌아올 때 반납하면 되는 포켓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1대를 대여하면 10명이 같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경제적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공항에서 대여 후 현지에 도착해 와이파이를 작동하여 지시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어렵지 않지만, 도착 후 기계를 반납해야 한다.
★ 국제운전면허증
관할 경찰서에서 본인 여권, 운전면허증, 여권용 사진(3.5*4.5), 혹은 컬러 반명함판(3*4) 1매와 정부수입인지(우체국 판매) 8500원어치를 사서 가면 즉석에서 발급해 준다. 유효기간은 1년이다. 운전 시에는 반드시 본인 여권, 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 이 세 가지를 함께 지참해야 한다.
★ 그 외
- 겨울의 경우 10°C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으나 강풍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낮다. 1∼2월의 경우 두꺼운 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 시차는 없고, 전압은 110V이므로 멀티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 물건 구매 시 세별(稅別)이라 적혀 있으면 8%의 소비세를 더 내어야 한다. 즉 1000¥ 稅別이라 적혀 있으면 1080¥을 내야 한다.
< 예상 경비 지출 표 >
1) 와이파이 도시락 : 4,200원(1일) × 6일 = 25,200원
2) 왕복 항공료(1인) : 185,000원
3) JR pass (1인) : 180,565원
4) 미야자키 호텔 예약(2박) : 378,450원
< 오키나와 여행 준비 >
각자 소주 2병 640mL, 가을옷, 우산, 엔화,
< 일정 >
대구→후쿠오카→가고시마→미야자키→벳푸→후쿠오카→대구
2017. 02. 10 (1일 차) 일정
청도 → 동대구역 → 대구 공항 → 후쿠오카 공항 → 텐진 역 → 니시테츠 텐진 역 → 후츠카이치 역 → 무라사키 역 → 노리시코 오토 게스트 하우스(1박)
2017. 02. 11 (2일 차) 일정
노리시코 오토 게스트 하우스 체크아웃 → 하카타 역(JR pass 개통) → 가고시마 중앙 역 → 게하 그린그린 게스트 하우스 → 이부스키 역 → 시라쿠 회관 → 가고시마 → 그린 게스트 하우스(1박)
2017. 02. 12 (3일 차) 일정
그린 게스트 하우스 체크아웃 → 가고시마 역 → 기리시마 신궁 → 미야자키 역 → Dormy inn hotel 체크인 → 미야자키 시내 구경
2017. 02. 13 (4일 차) 일정
미야자키 역 정류소 → 아오시마 → 도깨비 빨래판 → 우도 신궁 → 유진 역 → Dormy inn hotel (2박)
2018. 02. 14 (5일 차) 일정
Dormy inn hotel 체크아웃 → 오이타 역 → 벳푸(스기노이 hotel 체크인)
2018. 02. 15 (6일 차) 일정
벳푸 스기노이 hotel 체크아웃 → 오이타 역 → 하카타 역 → 후쿠오카 공항(19:30) → 대구공항(20:30) 해산
< 규슈의 개괄적 이해 >
일본을 이루고 있는 4개의 섬 중 3번째로 크며 남서쪽에 있다.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오이타, 미야자키, 가고시마 총 7개의 현이 있으며, 대마도와 아마쿠사 제도의 섬들을 규슈라 하며, 넓게는 오키나와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및 중국에 가까운 규슈 북부 지역은 오래전부터 대륙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통로였으며, 나가사키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일본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가장 번화한 곳은 후쿠오카 현의 후쿠오카 시이다.
기후 : 남쪽 지역에 위치한 규슈는 일본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며, 남쪽의 미야자키, 가고시마는 겨울에 눈이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온난하기 때문에 골프 여행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온천휴양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후인, 구로카와는 고지대에 있어 여름철에도 30도를 넘는 경우가 없다.
편의점 : 일본은 편의점 천국이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24시간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늦은 저녁 시간에도 필요한 물건을 대부분 살 수 있다. 하지만 구로카와 지역에는 편의점이 없으니 주의하자. (유후인은 있음)
전압 : 일본은 100V의 전압을 사용하므로 우리나라의 전자 제품을 사용하려면 변압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전자 제품의 경우 220V와 110V가 겸용이므로 플러그 어댑터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여행 시즌 : 넓은 지역에 볼거리가 산재해 있는 규슈는 연중 어느 때 방문해도 좋다.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겨울 때문에 겨울철에 특히 인기가 많다. 3월에는 일본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빨리 벚꽃을 구경할 수 있어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꽃을 중심으로 유럽을 표현하고 있는 하우스텐보스는 봄과 초여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여름에는 고지대에 있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유후인, 구로카와 온천 여행이 인기가 많다. 또한, 여름 여행의 매력은 후쿠오카 시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마쓰리와 화려한 불꽃놀이 등의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긴급 상황 : 여행 중 여권을 분실한 경우에는 임시 입국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약 3일 정도 소요된다. 항공권을 분실한 경우에는 항공권을 샀던 여행사에 연락해야 하는데, 전자 티켓의 경우에는 별도의 비용 없이 재발급받을 수 있지만, 일반 티켓은 재발급 비용이 들어간다.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다쳤을 경우에는 전화기에서 국번 없이 119(구급차)를 눌러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도난이나 강도 · 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국번 없이 110(경찰)을 누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대한민국 대사관 : 전화번호 : 03-3452-7611.
긴급 연락처(휴무일) : 03-3452-7617
업무 : 09:00~12:00, 13:30~18:00(토·일 휴무)
< 여행의 출발 >
♠제 1 일 (2018. 02. 10. 토) 대구 – 후쿠오카
2월 10일, 오전 내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14시 40분에 내가 택시를 타고 내려가 중간에서 안창성 선생을 태운 후 청도역에 도착했다. 무궁화호(15:07)를 타고 동대구역(15:34)에 도착, 택시로 대구공항으로 갔다. 곧 황선생과 만난 후 안선생은 환전을 하고 탑승권, 수하물 처리, 출국심사 등의 절차를 밟았다. 18:00에 탑승해 19:00에 후쿠오카에 도착 예정이라 저녁 먹을 시간이 어중간해서 면세구역의 엔제리너스에서 샌드위치 3개를 16,500원에 구매했다. 우리가 예약한 티웨이 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삼다수표 물 한 잔밖에 주지 않는다.
우리가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을 동안 비행기는 시속 670㎞로 47분 동안 부지런히 날아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그럼 비행거리는 670㎞ ÷ 60분 × 47분 ≒ 525㎞이다. 입국 절차 후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역에서 다섯 정거장을 가서 텐진[空港線] 역에 도착했다. 이삼 분 걸어서 니시테츠[西鐵] 텐진 역에 도착해 역무원에게 무라사키(紫) 역까지 가는 방법을 물으니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일본어 선생인 황선생이 없으면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도 나와 안선생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친절도 상대가 알아야 쓸모가 있구나. 들은 대로 후츠카이치(二日市) 역까지는 급행을 타고 와서 후츠카이치(二日시) 역에서 보통 기차로 갈아타 무라사키(紫) 역에 내렸다. 지하철과 기차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어 한 철로에 보통, 준급, 급행이 다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자기 목적지에 가기 위해 탈 기차를 미리 역무원에게 알아보는 것이 좋다.
역에 내리니 아니나 다를까 세븐 일레븐이 보인다. 동경에서의 경험으로 역 주변에는 항상 슈퍼 같은 것이 있어 괜히 술이나 먹거리를 미리 사서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서 게스트 하우스 위치를 물으니 우리가 생각하던 길의 반대편 길이다. 그래서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이 있는 것 같다. 출발 전 구글 지도에서 우리가 찾아갈 숙소는 모두 크게 혹은, 작게 여러 장 인쇄해 두었는데 그 지도에 따르면 철길 옆으로 난 길을 계속 걸어 여섯 블록 후 좌측 길로 조금 가면 숙소가 있었다. 그러나 가다가 보니 몇 블록인지 개념도 없어지고 어쨌든 지칠 때쯤 되니 막힌 곳이 나타났다. 지도상으로는 좌측 길로 가면 ‘노리시코 오토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야 하는데… 정말 있다. 구글 지도 만세.
우리가 이런 먼 곳에 있는 ‘노리시코 오토 게스트 하우스’라는 곳까지 기차를 갈아타 가며 오게 된 것은 이 집이 유명해서도 아니며, 금전적 절약이나 여행의 별다른 경험을 쌓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럴 어처구니없는 나이는 이미 다 지난 사람들이 이런 개고생을 하게 된 원인은 여행날짜가 마침 일본의 헌법기념일, 우리로 보면 제헌절이 일요일이라 대체공휴일제가 적용되어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사흘 연휴라 생긴 일이다. 게다가 규슈는 일본인들도 좋아하는 여행지라 쓸 만한 방은 전부 예약이 되어 시내는 아예 방이 없어서 심지어 찜질방에 잘 생각까지 했다.
난생처음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는지라 같은 방을 사용하는 생면부지의 ‘남’에 대한 경계심이랄까 그런 여러 가지 생각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갔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 그리고 중년의 일본인 남자 주인이 마침 술상을 벌이다가 우리를 맞는다. 아직 남자 손님 한 명이 오지 않았다니까 남자 손님은 5명이다. 방 하나에 8명이 잘 수 있게 되어 있는데 5명이라니 어쨌든 다행이다.
대강 옷을 갈아입고 우리 소주와 맥주를 가지고 함께 어울렸는데 남자 주인은 그런대로 낭만적 구석이 있는 중년의 일본인이었고, 안주인인 줄 알았던 여자는 원래 고향이 동경인데 내일 홋가이도로 갈 예정이라고 해서 우리 ― 우리의 대표는 황선생이고 우린 대표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격렬한 호기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절대 침묵을 지켰다―도 몇 년 전 홋카이도에 간 적이 있기에 이런 저런 말을 섞을 수 있었다. 나중에 명함을 주는데 이름은 ‘키요타께상’이고 지금은 보석사의 어드바이저(顧問) 일을 한다고 하면서 한국의 대구에 자주 간다고 한다. 그리고 대구의 향토적 음식을 어디 가면 먹을 수 있느냐고 해서 그렇게 권할만한 집은 없고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그런 집들은 안내해 줄 수 있다고 하니 자기가 원하는 집은 바로 그런 집이라고 해서 재회에 대한 강한 기대를 하게 했다.
< 30대 중반의 일본 처녀. 말도 아주 예쁘게 하고 웃음이 많아 호감이 갔다. 일본인답지 않게 이빨이 고르고, 희고 기름진 피부에 살집도 제법 있어 요조숙녀가 아니더라도 나 역시 군자가 아니므로 호구(好逑)가 될 만했다. >
다른 젊은이는 한국 대학생이었는데 군대 제대해서 누나가 여행 경비를 마련해 주어 난생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도층만 제대로 한다면 이런 훌륭한 젊은이가 널려있어 대단한 민족이 될 수 있는데 감방에 간 503호, 뇌에 우동사리 든 여자와 716호, 일본 쥐새끼 같은 놈이 대통령 질로 이런 청년들의 앞길을 막으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일본 젊은이 한 명도 도착했는데 중학교를 조총련계에 다녀 한국말을 상당히 알고 있었다. 어언 시간도 늦었고 마을 슈퍼에서 재차 사온 술도 떨어져 방값을 9,000엔 내고 간단한 숙박계를 쓴 후 우리 방으로 건너와 잠이 들었는데 눈을 감으니 게스트 하우슨지 호텔인지, 방이 큰지 작은지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어져 버렸다.
♠제 2 일 (2018. 02. 11. 일) 후쿠오카 – 가고시마
일어나 컵라면으로 대강 아침을 때우고 세수와 양치질만 한 후 짐을 싸서 출발하니 ‘노리시코 오토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나와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찍 일어나 손님을 배웅하는 마음이 느껴져 세 명이 포즈를 취했는데 거의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였다. >
오늘은 가고시마까지 가서 일박하는 날이기에 다시 지하철과 전철로 이동하여 하카타역에 도착해 JR-pass를 끊고 가고시마 중앙역으로 가야 한다. Mizuho[신칸센] 지정석 차표를 황선생이 발권 받는 동안 거치적거리기만 하는 우리 두 사람은 무능력하여 옆의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이때 “아는 것은 힘이지만 모르는 것은 여유다”라는 여행계의 새로운 격언이 생겼다. 10시 19분 발 Mizuho 5호 차에 탑승해 11시 37분에 가고시마 주오(中央)역에 도착했다. 가고시마역이 있고 가고시마 주오(中央)역이 있는데 이 때문에 우린 또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함정은 있는 대로 다 빠지는 것이 우리의 특징이 아닌가!
< 기차 안의 안내판인데 세 번째 博多(하카타)에서 鹿兒島 中央(가고시마 주오)까지의 기차비가 원래 10,450엔인데 7일 전 예약하면 7,710엔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 돈으로 10만 원 정도를 7만5천 원에 해준다니 다행이지만 기차비가 10만 원이라니! 그래서 약 25%의 할인보다 엄청 비싼 기차비에 놀라고 만다. 그래서인지 이 여자도 눈물을 마구 뽑아내고 있다. 나머지는 약 50% 할인을 해준다고 적혀있지만 그래도 비싸다. 한국은 교통비에서는 좋은 나라다. >
< 앞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각종의 정보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선전도 있고 뉴스도 있고 안내도 있다. >
< 가고시마 주오역 구내 쇼핑몰 5층 중식당(中食堂)인 타이거 교자에서 드디어 생맥주를 곁들인 제대로 된 첫 식사를 했다. 6,685엔인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
식사 후 느긋한 마음으로 시전차(市電車)를 타고 이즈로도리에서 내렸다. 가져온 구글 지도를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물어도 보고 해서 겨우 숙소인 ‘그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으나 야속하게도 우리의 이런 노력을 일언지하에 거부하는 <오후 5시부터 문을 연다. 필요한 사람은 전화해라 전화번호는 099-802-43**>라는 팻말이 유리문에 걸려 있었다. 우리도 핸드폰이 있으니 우리 전화로 하면 되는데 이런 경우 국제통화 요금을 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엄청난 절약 정신을 세 사람 모두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데 돈 아끼지. 쯧쯧. 그래서 일본 국내 전화를 걸기 위해 지나가는 학생 휴대폰 빌리기, 공중전화 찾기 등을 시도하다가 그냥 캐리어를 끌고 모래찜질로 유명한 샤락쿠 회관으로 가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나 결국 앞에 보이는 식당에 가서 전화를 빌리기로 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황선생이 할 수밖에 없었다. 지식은 힘이 아니라 짊어져야 할 의무이고 봉사임을 황선생이 이 기회에 깨달았으면 좋으련만.
황선생이 길 건너간 후 다시 할 일이 없어진 무능력자 둘은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을 피해 따뜻한 차고 옆에 앉아 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큰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타나더니 게스트하우스에 오셨느냐고 물었다. 엉겁결에 이 일본말을 알아듣고 그렇다고 했더니 들어오시라고 하면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문은 처음부터 잠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에 서양인 두 명이 앉아 있고 기대 있고. 도대체 우린 뭘 보고 다닌 거야! 아마 아가씨가 청소하는 동안은 자리를 비우니 팻말을 걸어둔 걸 우린 문도 밀어보지 않고 또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모든 것을 팻말에서 끝내버린 것이다. 곧 전화가 울리고 아가씨가 전화를 받는데 황선생 전화였다. 멀리 황선생 오는 것을 보며 쓴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황선생이 도착하자 황선생의 지금까지의 노고에 미안해진 안선생이 왜 사람이 있으면서 팻말을 걸어두었느냐고 거칠게 항의를 하자 우리의 지식인은 그것을 친절히 아가씨에게 번역해주었다. 영문을 모르던 아가씨가 자기가 욕 얻어먹을 짓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리둥절해 있는 상태일 때 우린 저녁에 오겠다고 하고 짐을 맡긴 후 유유히 게스트 하우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걸로 끝난 줄 알았다.
< 가고시마 역. 화려하고 웅장한 가고시마 주오 역과는 달리 사람들도 별로 없어 아주 한산하다. >
지금까지의 불쾌했던 일은 조금도 괘념치 않고 다시 도보로, 전철로 가고시마 주오역에 간다는 것이 가고시마 역에 도착해 샤라쿠로 가는 이부스키행 기차를 수소문하니 어떤 단정히 차려입은 일본인 아주머니가 친절히 가르쳐 준다. 이때 역무원이 무슨 말을 하니 지금까지 열심히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던 두 사람이 완전 아주머니를 생까버리고 역무원의 설명만 듣는다. 갑자기 대화의 상대를 잃어버린 아주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기의 길을 가야 할지를 서성거리고 있다. 이때 내라도 인사를 하면서 고맙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돌아서 승강장으로 나와 버렸으니 그 아주머니는 친절에 대해 인사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시당한 느낌으로 황당하게 우리 뒤만 보고 서 있었다. 그린 게스트하우스 아가씨에 이어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성급한 우리의 두 번째 실수였다.
어쨌든 15시 01분 이부스키 행 기차를 타고 16시 16분에 도착했다. 검은 화산모래에 찜질 한 번 해볼 양으로 역에서 택시를 타고 샤락쿠 회관에 갔으나 사람이 워낙 많아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서 직원에게 근처에 다른 온천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하던 안내의 일을 옆 사람에게 맡기고 종이에 그려가면서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본사람의 본받아야 할 좋은 점이다.
< 검은 화산모래 찜질로 유명한 샤락쿠 해변. 사람 구경으로 끝나버렸다. >
< 원탕(元湯)이라 적힌 걸 보니 이곳이 상업화되기 이전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던 목욕탕인 모양이다. 입탕료가 300엔이고 수건이 100엔인데 바닷물이어서인지 물이 짜다. >
< 온천으로 가는 중, 시내를 이렇게 만들어 둔 걸 보았다. 인위적이지만 우선 깨끗해 보이고 가물 때도 물이 어느 정도 흐른다는 점이 장점이다. >
< 가고시마 중앙역의 화려한 천장 장식. 엄청 넓고 상점들이 많다. >
< 덴몬칸(天文館)에서 가고시마의 명물이라는 흑돼지 샤부샤부 코스 요리를 1인당 4,000엔이나 내고 먹었다. 나중에 맥주까지 계산하니 물경 17,160엔을 지출한 통 큰 식사였다. >
식사도 마치고 이제 숙소에서 잘 일만 남았으니 얼큰한 기분의 연장을 위해 동네 슈퍼에 들러 900엔을 주고 마실 것과 안주를 샀다. 그리고는 이제 좀 익숙하게 그린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갔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은 낮에 숙소의 아가씨를 심하게 꾸짖은 일을 전해 들은 프런트(front)의 매니저가 단단히 우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거의 2차 대전의 하와이 기습 수준이라서 우리는 전혀 예상 밖 허점을 찔리고 말았다. 이번 여행의 블랙 하이라이트에 해당할 30대 프런트(front) 매니저와 한판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안선생이 먼저 전투에 참여했으나 말이 통하지 않아 서로 영어로 대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third floor’를 ‘사드 뿔로와’라고 발음하는 놈과 무슨 소통이 되겠는가? 그래서 황선생이 두 번째 전투에 참가하고 나는 일단 휴대폰의 녹음기를 은밀히 켜 두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게스트하우스를 거부하고 나가서는 잘 방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었고 이를 잘 아는 영악한 일본인 매니저 놈은 끈질기게 우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이미 질 수밖에 없는 상태의 싸움이라면 어떻게 하든지 휴전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하고 빨리 계산을 하자고 돈을 내밀었으나 이 새끼는 이를 즐기는 양 악착같이 황선생의 사과를 요구했다. 성질이 급하고 아주 더러운 황선생이지만 일행인 우리의 안위를 보아 어쩔 수 없이 일본놈 매니저가 바라는 정중한 사과를 하고서야 우리는 패전의 슬픔을 안은 채 배정받은 3층으로 퇴각할 수 있었다. 지식은 힘이 아니라 슬픔이요 부끄러움이란 사실이 추가되는 밤이었다. 황선생의 노고로 힘겨운 하루가 겨우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겨우 심신을 추슬러 1층에 내려가니 충북대 학생 5명이 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12시 너머까지 술판을 벌이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떻게 된 집인지 큰 차가 지나갈 때마다 지진인가 할 정도로 흔들거려 잠을 좀 설쳤다. <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