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노을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로 시작되는 <산노을(Twillight Over The Mountain)>은, 유경환(劉庚煥·1936~2007) 작시, 박판길(朴判吉· 1929~1998) 작곡의 가곡이다. 먼 산에 걸려 있는 노을이 외로움을 유발하고, 그 산이 외로운 시인을 손짓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 시상을 느릿한 박자와 멜로디가 잘 소화하고 있다. 유 씨는 경복고 2학년 때 박판길 씨가 서울음대를 갓 졸업하고 음악교사로 부임하면서 만난 사제지간이다. 사제지간이지만 나이가 8세 차이에 불과하고 만난지 2년 만에 유경환 시인은 고등하교를 졸업하였다. 박판길 작곡가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얼마 후 가곡을 지을 시를 유경환 시인에게 부탁하였다. “이제 까지는 기악곡을 주로 작곡하였으나, 서정 가곡에 우리 혼을 불어 넣겠다”고 하였다. 유 시인은 한국인에겐 막연한 그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흙과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도 조상의 넋이 스며 있고 그 넋에의 그리움을 느낀다. 산봉우리 사이에 걸린 노을에서 느낀 막연한 넋에의 그리움을 <산노을>에 담았다. 전북 군산(群山)이 고향인 박판길 씨는 어릴 적에 군산보통학교에 다니면서 이 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월명산(月明山)에 날마다 올라가 놀았다. 유경환이 건네 준 시를 받아 들고 “어릴 적 고향집 뒷산에서 본 낙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든 쓸쓸함과 그리움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한다. 그 추억을 떠 올리며 작곡을 하였다. 한편으론, 박판길 작곡가가 어느 날 지방 대학에 출강하기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전북 금강(錦江) 유역(流域)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제자의 시가 떠올라 곡을 붙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산 노을을 작곡한 것은 1972년인데, 이 곡이 발표 후 사장(死藏) 될 뻔 하다가 , 테너 안형일(安亨一) 씨가 1974년도에 국립극장에서 독창회를 가질 때 이 곡을 부르겠다고 하여 테너인 그를 위해 원래 마단조로 작곡된 곡을 사단조로 올려이조(移調)하여 불려졌다. 이 곡은 특히 테너 신영조(辛瑛朝)의 감성 깊은 목소리에 의하여 많이 알려졌다. 이 곡은 5/4박자와 4/4박자가 엇갈려 박자의 변화가 심하고, 음역(音域)이 넓고 가락의 변화가 심하여 노래 부르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반박(半拍)만 쉬는 부분이 두 군데 있는데 쉬지 않고 노래하면 곡의 느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특히 이 노래는 반음 진행이 여섯 군데나 있다. 반음 진행 부분의 음정을 제대로 불러야 이 곡의 느낌이 잘 제대로 살아난다. ① 1절: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 2절: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② 1절: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 2절: 돌아서며 수줍게 눈 감고 ③ 1절: 행여나 또 들릴 듯 한 마음 / 2절: 가지에 또 숨어버린 모습 ④ 1절: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 2절: 산울림이 그 모습 더듬네
단행본 악보집에도 반음 진행을 잘못 표기한 것이 간혹 있다. 그러나 필자의 자료 분석으로는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잘못 표기한 것이 없었다. 필자는 ‘우리가곡운동본부(1996년 발족)’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내 마음의 노래(www.krsong.com)'에 접속하여 산노을을 감상하고 나서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한국인의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부르겠습니다. 박상휘.”라는 댓글을 2010년 6월30일에 남겼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 이 곡을 워낙 좋아해서, 기회만 있으면 자주 독창을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평균연령 75세의 시니어남성중창 단인 ‘빛고을 시니 어 앙상블(Bitgoeul Senior Ensemble), 전남초등교원합창단 (cafe. daum. net /jnelemusic), 광주우리가곡부르기( cafe. daum.net/gjkrsong · 회장 황선욱, 부 회장 박원자, 총무 김종석) 무대에서 이 노래를 독창하였다. 최근에는 광주성악인회 (cafe.daum.net/ gwangg umusic · 회장 장흥식, 감독 이대형)의 '예향 음악회'에서 독창 후에, " 이 노래 가사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었다…"는 칭찬을 들었다.
- 이 글은「한국보학문화연구회(회장 차정연)」가 매년 발행하는 「보학연구(譜學硏究)」제34집에 등재된 필자의 원고 ‘한국가곡 이야기’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박상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