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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 허준(許浚) 第81話>
- 이은성 지음 / 소설 동의보감
正面對決 第六
이자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양예수의 안색이 흙빛이 되어 허준을 보았다.
허준의 동작이 묘했다. 그 왼손 손바닥과 오른손 손가락이 병자의 코와 이마 사이, 윗니와 입을 끼고 입술을 돌아 턱 뒤, 다시 젖꼭지와 배꼽을 껴서 기충 가운데서 멎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건 자기가 시행한 바 없고 가르친 바도 없는 독특한 행동이었다.
아니 한번 본 기억은 있다. 아득히 오래 전 자신이 어의의 뒷재목으로까지 꼽았던 김민세가 행하던 진법.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압진이라고나 부를 그 방법은 속병조차 손가락 하나로 고치려 드는 양예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양예수의 노기 어린 소리가 터졌다.
"무얼 하는 것이냐!"
"위경의 허실을 짚어보고 있습니다."
"위경의 허실 !"
김민세와 유의태가 막역한 사이였다는 기억이 양예수의 머리에 되살아 난 것도 그 순간이었다.
'유의태의 진법이다!'
양예수의 눈 속에 파란 불이 일었다. 그러나 무심한 허준의 말은 나직했다.
"병이 위 쪽에 많이 머물고 있사와 이 수법으로 대처코자 합니다."
"무슨 소리!"
양예수의 어조가 튀었고 방안의 눈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했다.
양예수의 손가락이 창날처럼 허준의 얼굴에 향해 왔다.
"병자가 일각이 여삼추로 회복을 원하는 터에 한낱 시골 용의의 흉내 따위로 이목을 현혹시키려 들어!"
그제야 허준이 몸을 일으켰다.
"이 법은 제가 모셨던 두 분 옛 스승님으로부터 전수받은 것이온데 지난날 팔도를 유력할제 시험하여 늘 효험을 보았던 진법올시다."
"무어라?"
"하와 우선 압력과 약재로 위를 깨게 한 연후에 뜸으로써 병뿌리를 훑어낼 생각이옵니다."
"네가 미쳤느냐."
"...?"
"이 병증엔 침밖에 방법이 없다. 내가 술이 일천하여 아직 못 깨닫는 모양이다만 혜민서 병자이든 예 누운 병자이든 병명이 같다 하여 처방 또한 같은 게 아니다. 병명은 한가지일지라도 평소 먹고 지내는 음식에 따라 병자의 몸이 기름지기도 하고 메마른 것인데 어찌 한가지 방법만으로 아무에게나 다루려 드는 게냐. 내 말을 알아듣느냐!"
"아옵니다."
"안다?"
양예수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올랐다.
허준이 호흡을 가다듬어 아뤘다.
"혜민서 병자도 구안와사 병자였사오나 그 병자는 위가 허약하기는 해도 무력하지는 아니했사와 침을 썼사옵고 이 병자는 위의 무력증이 이미 깊었다고 보아 화제와 뜸으로 효력을 보려 하옵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 위 운운은 나도 아니한 말인데 어째서 네 입에서 나오느냐."
순간 방문 밖의 김응택이 오히려 눈에 불을 켜며 목청을 돋우었다.
"허봉사는 듣게. 대체 구안와사에 침을 젖혀놓고 손바닥만 쓰는 건 듣기가 처음이며 더구나 어의께서 아침까지 줄곧 침을 써온 터이어늘 수하의 인간이 되어 침을 아니 쓴다 큰소리치니 그건 어의의 방법을 일부러 능멸하는 수작인가 뭔가!"
"어찌 추호인들 그런 마음을 먹으리까. 소인은 어의께오서 밝히셨듯이 이 병자가 혜민서 병자와는 체질이 다르다 하는 것과 병원이 위의 무력함에서 왔다 여기어 차제에 위병까지 낫우려 하와 ..."
"궁중의 의술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일일이 의정하고 허락받아 행하는 것이다. 제 작은 재주를 드러내고자 병명을 부풀려 조자룡 헌칼 쓰듯 마구잡이로 날뛰는 데가 아니야."
"어의는 새 의원을 너무 핍박하지 마소서." 또랑한 공빈의 목소리가 난 건 그때였다. 발 밖에 공빈이 서 있었다.
일제히 허리를 굽히는 인물들에게 공빈이 말했다.
"새 의원이 이미 병자를 수월하게 낫운 공이 있는 터요. 나도 그걸 믿어 특히 청한 사람이니 그 수단에 관해서는 어의도 누구도 핍박하지 말아주오."
"핍박이 아니오라 금지옥엽 같은 병자에게 서툰 의원이 자칫 실수가 있을까 염려되어 ..."
"의술에 대해선 모르나 저 아이가 어릴 적부터 배앓이가 잦았던 것은 내가 아는 터이니 난 새 의원의 진단을 믿소."
"하오나 위보다 급한 것이 얼굴 쪽이옵니다."
"새 의원은 듣소. 새 의원이 처음 병자를 보고 두 가지 다 결코 어려운 병이 아니라 한 말을 나는 믿고 있는 터이니 그대의 소견대로 행하오."
양예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신 양예수 아뢰옵니다. 마마! 제가 오늘토록 근 30년에 이르도록 왕실의 탕제를 전담하와 결코 낫우지 못한 병환이 없었음은 온 나라가 아는 터이옵고 조정이 믿는 바이옵니다 ... 그리고."
"어의의 솜씨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의원도 특히 잘 보는 병이 있다 여기어 일임한 것이니 다른 얘길랑 말아주오."
"마아마!"
눈에 불을 켜고 양예수가 외쳤으나 공빈은 발 너머 자기 처소로 사라진 후였다.
방안의 침묵이 길었다.
갑자기 양예수가 옷자락을 떨치며 방을 나갔고 뒤따라 김응택이 따라나갔다. 방 안팍에 벌어진 광경을 숨을 삼킨 채 보고 있던 미사가 긴장에 못이겨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본 것이다. 고개를 떨군 허준을 도끼 같은 눈으로 쏘아보고 마침내 돌아선 어의의 눈빛을 ...
"허봉사는 앉으오." 정작의 태평한 소리가 났다.
"이미 도제조와 제조께서도 하명이 계신 터이니 다른 일은 괘념치 말고 그대의 소신껏 병자를 보오."
'소신껏!'
이제야 어의 양예수와 피할 수 없는 정면대결임을 허준은 깨달았다.
내의원 정청으로 돌아온 김응택은 흥분해 떠들었다.
양예수의 후광에 우쭐하여 평소 돌아도 안 보던 동관들과 아랫것들에게도 들으란 듯이 사태를 과장해 마구 떠들었다.
허준이 어의의 의술을 능멸하고자 일부러 침을 쓰지 않고 특히 어의가 입도 벙끗하지 않은 병자의 위병을 거론한 사실을 침을 튀기며 분해했다. 모여든 의원들이 덩달아 "그런 무엄한 놈이 어디 있느냐." "죽일 놈이다." 등 따라서 맞장구쳤다.
그러나 그건 표면상의 소동이 었다. 그들도 난다긴다하는 저마다의 의술을 지닌 의원들이다. 한낱 구안와사 따위 작은 병이요 종친도 아닌 병자라면 자기들 하급자에게 맡겨 작은 공을 쌓게 해도 남을 일을 병자가 공빈의 아우라 하여 몸소 맡은 어의의 저의가 속 빤하게 보이던 차라 그 어의와 공빈 사이에 무언가 탈난 것이 신명이 났다.
구안와사의 병원이 위에까지 이어졌다 운운하더라는 허준의 주장까지는 이해하기가 어렵되 이 기회에 허준이 어의의 콧대를 왕창 꺾어 주기를 그들은 내심 후원했다.
방안에 쑥 태운 냄새가 떠돌고 있었다.
허준이 약을 달이러 가기까지 그가 직접 약국에 가서 내국담당 이명원에게 3월초에 캐어 음건한 쑥을 지정하여 타와서는 불 당겨 직접 약효를 시험한 그 쑥냄새 였다.
쑥냄새에 속이 뒤틀린 병자 김병조가 "냄새가 독하니 밖에서 태워주오." 했으나,
"약을 다 마신 후 뜸을 뜰 것이오니 그 안에 쑥냄새는 미리 맡아두는 게 좋습니다."
그 말 한마디를 하고 나가는 허준의 과묵한 모습이 누이 공빈의 위세를 보더라도 자기 앞에 이르면 웃음부터 튀어오는 여타 의원의 태도와는 달라서 불쾌했다.
"재주는 어떨지 모르되 위인이 꽤나 무뚝뚝하구먼."
눈치를 안 이이첨이 간단히 김병조에게 아첨했다.
"예 바둑판이나 마련해주오."
김병조가 비뚤어진 입으로 문밖 누이의 방 앞에 거행하는 늙은 상궁에게 부탁하고.
허준이 달인 양위이공탕이 은보시기에 담겨 다시 은쟁반에 얹혀 그 위에 노란 보자기가 씌워져 있었다. 그 쟁반에는 또 은 숟가락도 하나 올려 있는데 그건 달여온 약은 반드시 그 처소에 거행하는 상궁이 미리 한 입씩 기미를 본 연후에 진어하는 게 궁중 법도라서 올려진 것이었다.
허준이 병자의 방 앞에 서자 미사가 최상의 궁중언어로 방안에 아뢰었다.
"아뢰옵니다. 탕제 대령이옵니다."
방안은 대답 대신 바둑판에 돌이 놓이는 맑은 소리만 거푸 났다.
"열어라." 하고 허준이 미사에게 명령했다.
"탕제 대령하옵니다."
은제 약보시기를 역시 은제 쟁반에 받쳐든 허준이의 한발 뒤에서 미사가 김병조의 방안을 향해 해맑은 음성을 다시 한번 냈다.
그러나 방안은 의연히 바둑알이 놓이는 소리가 울렸을 뿐 가타부타의 대답이 없었다.
이번에는 허준이 기척을 냈다.
"봉사 허준 탕약 대령이옵니다."
의녀인 미사는 탕제라는 궁실에서 사용하는 최고의 존칭을 했으나 허준은 탕약이라고 표현했다.
공빈의 동생이되 병자가 왕실 사람이 아님에서 그가 누이의 위광을 업고 내의들을 턱으로 부리는 데 대한 마뜩치 않은 심정이 묻어나온 것이다.
영에 의하여 거행하고는 있되 큰병이라 할 수 없는 자잘한 병까지 지체 높은 이들의 이름을 팔아 궐내에 들어와 고치려 드는 저들의 특권의식에 대한 힐난도 그 속에는 섞여 있었다.
딱 ... 하고 다시 바둑알이 놓이는 소리가 났다.
허준은 초저녁 그 방을 나설 때 병자가 약을 마실 시각을 상정하고 미리 위증을 다스릴 초벌약을 들여놓으면서 그 바둑판을 보았었다. 두다가 잠시 밀어놓은 그 바둑알은 오랜 세월 해수에 닦이고 씻겨 옥돌처럼 반짝이는 희귀한 조약돌들이었고 그 돌들이 어우러지는 바둑판은 더욱 눈부셨다.
김병조도 이이첨도 젊은 나이에 비해 바둑수는 고수들인 듯했다. 한점 놓이고 응수의 또 한 점이 놓이기까지의 간격이 꽤나 길었다.
그 두 사람의 바둑이 일여덟 수 계속됐을 때 멀리 성루 쪽에서 시각을 알리는 쇠북소리가 들려왔다.
"탕약 대령이옵니다."
허준이 다시 아뢰고 미사에게 눈짓했다.
미사가 발을 걷어올리고 허준이 방안에 들어서는데 그 허준에게 항해 오는 김병조의 눈자위가 벌써 사나웠다.
"무엇인가?"
"시각이 되었기로 탕약 대령이읍니다."
"시각이라니? 아까 마신 약은 무엇이고?"
"그건 본약을 들기 전에 뱃속을 달래는 초벌약올시다."
"이자가 째진 입으로 잘도 떠벌이는구먼." 허준은 흠칫 정지했다.
병자가 갑자기 사나워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약도 본약이 있고 미리 먹는 약이 있다는 겐가?"
"그러합니다."
"뭐라? 도대체 네가 지어낸 약이 무엇으로 조제했기에 소태처럼 쓰기만 하단 말이냐. 또 그걸 간신히 삼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약?"
"쓴 약은 위의 기능을 촉진시키고 입안의 무딘 미각을 일깨우는 효력이 있기로 권한 것이옵고, 또."
"...?"
"환약이 아닌 탕약일 때는 병파의 몸이 약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도록 그건 의원이 반드시 지시하는 복용법올시다."
몰리고 있는 반상의 바둑수를 읽던 이이첨이 고개를 들었고 김병조의 입가에는 조소가 띄워졌다.
"그래서 일부러 쓴 약을 골라서 주었단 말이냐. 내 뱃속을 깨우고자?"
"그러합니다."
"난 그 약 다시 먹고 싶지 아니해!"
"기왕 의원에게 몸을 맡겼으니 이 기회에 위병도 고치소서."
"위?"
"마침 시각올시다. 오늘 내일 양일간은 매 두 시각마다 약을 듭셔야 하오리다."
"이자가 듣도 보도 못한 소태 같은 약을 먹여놓고 미안타 말은커녕 말만 번드르르하잖은가! 한 번도 지겹거늘 하루 여섯 차례 이틀에 열두차례?"
"첫약이 쓸 뿐 곧 견딜 만하오리다. 하옵고 ..."
"하옵고 뭣이고 간에 넌 약을 지을 뿐이다만 그 약을 넘기는 건 내 목 구멍이다. 또 애초 그 약이 그토록 쓴 것이거든 좀 먹기 좋게 하는 것이 의원의 소임일 터이고 ..."
"병자를 위하여 약맛을 맞출 순 없습니다. 병을 속히 낫우려거든 의원의 지시에 따라야 하오리다."
"다른 약으로 짓게. 목구멍에 넘길 수 있는 약으로."
"병도 긴 눈으로 보면 하나의 수양올시다. 왜 병이 내 몸에 들어왔는 지 돌이켜 반성하여 긴 앞날에 대비해야 하오리다."
"한낱 의원인 네가 감히 누구 면전에서 수양 운운하느냐!"
"긴말 필요없이 아까 그 약 아닌 걸로 다시 지어 들여라." 허준이 한 호흡 쉬고 말했다.
"가시에 찔린 상처가 아닌 이상 드러난 하나의 병증은 반드시 연관된 작은 병이나 그 원인을 거느리고 있기 마련올시다. 하와 이 약은 본병을 낫우기 위해 미리 작은 병을 달래는 순차의 하나요 또 약이란 시각을 맞추어 복용치 않고선 약효를 다 기대할 수 없는 것이오니 ..."
"긴말 필요없다지 않느냐. 황차 어의도 밤중에 약을 달여오지도 아니했고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복용 이상은 권한 바 없는 터인데 네 방법대로 매 두 시각마다라면 하루에 대체 몇 차례 약을 먹으란 말이냐!"
"소인의 처방은 하루 여섯 차례올시다."
"나가거라." "탕약이 식습니다." 갑자기 이이첨이 허준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이자가 보자 하니 정령 본데도 들은데도 없는 자가 아닌가! 감히 뉘 안전인 줄 알고 꼬박꼬박 말대꾸냐!"
준수한 외모에 비해 말투가 야했다. 허준은 손가락질하고 있는 이이첨을 무시한 채 김병조에게 다시 말했다.
"제게 병을 낫우라 하신다면 제 요량을 따르소서."
김병조가 말했다. "좋다, 내 누님의 낯을 보아 이번 차례만은 먹을 것인즉 게 두고 나가 거라."
허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서 있는 허준에게 다시 바둑판을 향하던 김병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게 두고 물러가라는데 귀가 먹었느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
이이첨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병자가 두고 가라면 알아서 먹겠다는 뜻인데 이자가 정녕 해변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자로고."
"의원은 병자의 약을 짓는 것만이 아니라 병자가 음복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소임올시다. 더 식기 전에 드소서."
"나가, 썩!"
물러나오는 허준에게 숨을 삼키고 있던 미사가 얼른 발을 쳐들었다. 방문을 나서는 그 허준의 뒤통수에 방문이 깨어지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허준이 손등으로 약보시기의 온기를 쟀다.
"허봉사님 ..."
물러갈 기색이 아닌 허준에게 미사가 불안한 눈매를 보냈다.
"오늘밤은 거른 후 내일 공빈마마와 그밖에 병자에게 약먹기를 권하는 분들이 계실 적에 다시 권하면 어떨지요?"
방안에서 딱 ... 딱 ... 또 가래나무 바둑판이 세 번 울렸다.
허준이 다시 그 김병조의 방을 향해 섰다.
"소인 허준 병자께 아뢰오. 지금이 탕약을 드실 마땅한 시각인 줄 하와 다시 대령했사옵니다."
문득 바둑판이 울리던 방안의 소리가 멎고 정적이 길었다.
"발 들쳐라."
허준이 이르고 미사가 방문 앞에 다가설 때였다.
"이 발칙한 놈을!" 노려보고 있었던 듯한 김병조의 고함소리가 터졌고 이이첨의 분격한 소리도 뒤따랐다.
"뭐 저 따위 해괴한 놈이 있단 말인가!"
"허봉사님."
발을 들치던 미사가 와들와들 떨었으나 그 미사에게 허준이 명했다.
"열어라, 방문!"
"병자가 격해 있사오니 내일 공빈마마께서 납실 적에 다시 찾아와 ..."
"시키는 대로 하거라!" 허준의 그 말과 방안에서 김병조의 억누른 소리가 들린 건 동시였다.
"오냐, 들어올 테면 들어오너라! 이 벼루통으로 네놈의 골통을 바수어버릴 것이다!"
"허봉사님." 미사의 눈이 또 한번 허준에게 애원했다.
"이미 들어오라 했으니 열거라." 미사의 떨리는 손이 방문을 열었다.
허준이 방안에 들어선 그 순간이었다.
"이 발칙 한 놈!"
김병조의 고함과 함께 날아온 벼루통이 허준이 받쳐든 약보시기에 명중했고 방바닥에 은제 약보시기가 굴렀다.
동시에 탕약을 뒤집어쓴 허준의 가슴 앞자락에 벼룻돌의 먹물로 새까맣게 흘러내렸다.
계속 ~~
著者: 放送作家 故 李恩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