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의 교우관계, 어떻게 해야 하나: 따또 친구
대학의 친구관계는 따또 친구이어야 한다. 동성 친구도 그렇고 이성 친구 역시 그렇다. 따또 친구가 뭐냐고? '따또'는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따로 있을 때도 있고, 같이 있을 때도 있는 친구란 뜻이다. 따또 친구의 반대말은 ‘찰떡 친구’ 혹은 ‘끈끈이 친구’이다. 찰떡이나 끈끈이처럼 항상 붙어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런 친구들은 ‘같이’는 있어도 ‘따로’가 없다. 옆에서 볼 때는 ‘둘이 저렇게 친하니 얼마나 좋을까? 저 아이들은 외롭거나 심심할 짬이 없겠다’ 하고 부러워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대학에서 찰떡 친구로 지내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찰떡 친구들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것을 서로의 당연한 의무이자 지상 과제인 듯 여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일도 늘 둘이 같이 해야 하므로 서로에게 불편을 주기 쉽다. 한 사람이 배가 고프면 다른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도 같이 식당에 가 주어야 하고, 짝꿍이 용변을 볼 때는 냄새나는 화장실에 함께 가서 가방이라도 들고 서 있어야 하며, 한 사람이 오늘은 죽어도 수업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면 다른 사람도 의리 상 같이 빠져야 한다. 혹시 한 친구가 무슨 일이 있어 학교에 안 오는 날은 남은 사람 혼자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한다. 그러다가 한 명이 누군가를 짝사랑하게 되면 속으로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같이 걱정하는 척하며 그저 그렇고 그런 눈물타령을 몇날 며칠이라도 계속 들어주어야 하고, 그러다가 정말 그 애가 연애를 시작하면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뿐인가? 찰떡 친구들이 마음잡고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고 치자.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는 20분 공부하고 나가서 40분 동안 커피 마시며 떠들고 논다. 허구한 날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대화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잡담이나 수다 수준이다. 항시 재잘재잘 떠들어대는데 그 속에 무슨 새로운 주제가 있고, 서로에게 도움이나 자극이 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겠는가? 늘 그렇고 그런 이성이나 주변 친구들 흉, 혹은 구질구질한 신변담뿐이다.
많은 신입생들은 대학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과 같은 친구 관계를 기대하는 듯하다.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친구가 있어야만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좋든 싫든 같은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일 년을 지냈다. 같은 동네 아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몇몇 아이들과 찰떡 친구가 됐다. 떨어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 저절로 그리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는 다르다. 수업마다 교실을 옮겨 다니고, 중간 중간 비는 시간도 서로 다르다. 그러니 중․고등학교 때처럼 짝궁끼리 하루 종일 붙어 있기가 어렵다. 대학 신입생 중에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있을 때마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얼마나 인기가 없으면 같이 다닐 친구가 한 명도 없나? 다른 사람들이 혼자 다니는 나를 보면 얼마나 한심하게 여길까?’ 하며 우울해하고 괴로워한다. 그런 사람 중에는 혼자서는 밥도 못 먹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야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겠는가?
대학생은 이제 성인이다. 혼자 있게 되었을 때 누군가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지 말고 그 시간을 자기 발전을 위해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학 생활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시간에 책도 읽고 리포트도 쓰고 영어 공부도 해야 한다. 누군가와 항상 붙어 있어서야 언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겠는가? 공부는 원래 혼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친구는 찰떡이나 끈끈이 친구가 아니라 ‘따또 친구’이어야 하는 것이다. 같이 다닐 때도 있지만 서로 떨어져 있어도 서운해 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이어야 한다. 찰떡 친구는 한 명이나 많아야 두세 명에 불과하지만 따또 친구는 얼마든지 많을 수 있다. 대학에서는 동성 친구든, 이성 친구든 한두 명의 깊이 있는 친구보다는 여러 명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대인관계를 통하여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한두 명의 찰떡 친구를 사귀어 만날 그 사람하고만 붙어 다니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특히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성과 ‘캠퍼스 커플’이 되어 둘이서만 지내는 것은 가장 손해가 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임을 알아야한다.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도 갈 줄 아는, 오히려 외로움을 즐길 줄도 아는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겠다.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네...그 속의 자유로움...참 괜찮습니다. 그 맛이 있던데요...이 또한 성숙의 단계인듯 합니다. ^^
저도 신입생 때 혼자 자주 밥 먹었는데.. 사람들 시선이 별로 안 좋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세렌디피티
혼자 밥 먹을 때 사람들 시선이 별로 안 좋았다고?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으나,
사실 사람들은 대개 자기 일로 너무 바빠,
남에 대해서는,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단다.
네가 그리 느꼈던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과도한 주관적인 느낌, 즉 착각일 가능성이 높단다.
또, 설사 네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남의 시선이 네 삶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혼자 밥 먹고 있으면 왜 혼자 먹으냐고 그래서 저도 알게 모르게 의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