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올랐습니다.
인적도 없는 길, 소리를 내며 오르는 길이 천진한 아이처럼 가볍습니다.
물박달나무며 이깔나무숲이 봄을 기다리며 눈밭에서 차가운 발돋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검룡소로 가는 길입니다.검룡은 공룡의 일종이라지만 이무기라 하고,
이무기가 살고 있다는 소(沼)입니다.
소(沼)는 못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인위가 아닌 흐르는 물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다릅니다.
태백(太白)은 태백성,
매우 밝은 별이라는, 금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 연원처럼 태백에는천제단이 있는, 삼신산의 하나로 예로부터 영산(靈山)으로 추앙받아왔던 태백산이
있고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 그리고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습니다.
검룡소는 여름이면 야생화로 유명한 금대봉골에 있는 소(沼)입니다.
흐르는 물이 만든 소가 아닌 물이 솟아오르는 소입니다.
금대봉 기슭의 여러 샘들이 다시 스미어 이곳으로 모이고 하루 2천톤이상의 물이
석회암반에서 용출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천삼백리로(515km) 서해까지 흘러듭니다.
오랜 세월 한강 발원지는 오대산 우통수로 알려져 왔으나,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지도상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우통수보다 약 27km 상류임이 확인된
태백의 검룡소가 1987년 국립지리원으로부터 한강발원지로 공식 인정받은 곳입니다.
전설 따라 삼천리, 옛날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고자 한강을 거슬러 올라왔다고 합니다.
이무기는 가장 상류의 소을 찾아 이곳에 이르러 그 연원임을 확인하고,
이 소에 들어가 용이 되어 승천을 위해 몸부림을 친 흔적이라고도 합니다.
이곳의 물은 사계절 섭씨 9도 정도이며 주위의 암반에는 겨울에도 물이끼가 푸르게 자라
신비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 물은 정선의 골지천, 조양강, 영월의 동강, 단양, 충주, 여주로 남한강으로 흘러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서울을 지나 김포에서 다시 임진강과 합류한 뒤 서해가 됩니다. '
미세먼지'황사는 봄의 자연현상처럼 견디어내야 할 것의 범주에 포함되었으나
미세먼지는 생뚱맞은 불청객이었습니다.
새퉁맞은 불청객이 아니라 재앙의 것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먼지에도 굵고 가는 것이 있다는 것보다는 그저 출처를 중국산먼지 %, 국내산 %'라면 싶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부담은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가는 먼지는 페로 침투한 뒤 혈액을 타고 온몸을 떠다니게 되고
기관지는 당연히당뇨나 동맥경화 같은 만성질환자에게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합니다.
세계 석탄소비량의 절반쯤을 중국에서 소비하고 있고, 일시적이라고 치부할 수도
아직은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거기도 여기도 서로 서로 좀 덜 쓰고 덜 타고 덜 덥거나
따뜻하게 지내는 것이 대책의 범주에 포함한다면 해결의 별다른 가망이 없어 보이고
미봉의 책에 불과한 것이라면 앞으로 필연적으로 더 나빠질 것만 같습니다.
잠깐의 틈으로 나선 길이니 주차장에서 오리가 안 되는 짧은 눈길이 다소 멀다고 느꼈지만
소(沼)에 이르렀습니다.
소(沼)에서 솟아오른 물이 시작되는 곳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맑고 천진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듯이 세상에서 으뜸으로 선한 것이
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눈을 헤치고 차가운 겨울을 즐기듯이 푸른 물이끼로 먼 태고의 신비를 마주하면서
물소리처럼 잠시 천진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미세먼지의 뿌연 암울한 하늘도 잠시 지우고 자연의 신령과 신비,
생명과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며 침입자에 사라져 간 인디언들이 가졌었다는
자연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잠시 빌려 쓴다’는 자연을 대하는 경건함과 겸손을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그러한 것들을 스스로 그러하도록 지켜줄 때 인간도 스스로 그러할 수 있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검룡소의 신령함과 신비에 빠져 언젠가의 이무기처럼 잠시이지만
검룡소의 샘솟는 물에 빠져 들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