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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종합병원 전경 / 낮
낮은 야산을 등지고 간선도로에서 좀 들어간 곳에 자리잡은 병원.
S#2 동 병원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뭔가 물어보고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구름길.
로비 중간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장사장 부부를 발견한다.
장사장, 다 내려 왔다가 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바꿔 탄다.
장사장 부인도 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따라 올라간다.
그들이 탄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메인타이틀도 같이 올라간다.
고개를 갸웃 하다가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구름길.
S#3 골프 연습장 / 오전
락커 룸에서 캐디백을 들고 타석 쪽으로 오는 구름길.
장사장, 구석 타석에서 칩샷 중이다.
인조 잔디 위의 작은 동그라미 주변에 모여 있는 하얀 공들.
구름길 : 성님, 밥 묵었는교?
장사장 : (돌아보며) 어, 언제 왔노?
구름길 : 언자요.
다시 칩샷을 계속 하는 장사장.
구름길 : 어데 몸이 안 좋아예?
장사장 : ??
구름길 : (골프화로 갈아 신으며) 어제, 봤거만.
장사장 : (타석 뒤의 의자에 앉으며) 뭘……?
구름길 : 형수님이랑 병원 간 거.
장사장 : 음… (담배에 불 붙이는) 우리 누우가 입원을 했다 아이가.
구름길 : 난 또...
스트레칭 시작하는 구름길.
담배 연기 길게 뱉는 장사장, 허공 올려다 본다.
장사장 : 니는 와 병원에 갔더노?
구름길 : 나도...친구가 입원을 해서요. 당뇨병이라네요.
장사장 : 당뇨, 그거 골치 아픈 병인데.
구름길 : 멀쩡하다가 그러네요, 당뇨도 급성이 있는가?
장사장 : 글쎄. 당뇨 합병증은 급성이 있다더만.
(클럽 두 개 한꺼번에 쥐고 빈 스윙 하는 구름길)
구름길 : 병원에 가모 몸 건강한 기 큰 복인 줄 알겠더만요.
장사장 : 하모.
웨지 샷 날리기 시작하는 구름길.
화장실 쪽으로 가는 장사장, 뒷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S#4 동 골프연습장 휴게실 / 시간 경과
TV 화면에는 PGA 골프 경기 재방송 중이다.
물끄러미 TV 화면 쳐다보고 있는 장사장.
바깥 타석에는 손님들이 거의 차서 공치는 소리, 산발로 들려온다.
구름길 : (E) 바둑이라도 한판 둘까요?
장사장 : (화면에서 얼굴 돌리며) 오늘은 만사가 귀찮네.
구름길 : 와, 무슨 일이 있어예?
장사장 : 우리 누우, 괜찮아야 될 낀데.
구름길 : (소파에 앉으며) 참, 어디가 안 좋은 데요?
장사장 : 위암이라 카네. 절제 수술을 한다는데……
구름길 : 아이고 행님요. 우리 삼촌은 오십대 초반에 그 수술 했다는데
팔순도 넘기고 재작년에 돌아가셨는데요, 뭘.
장사장 : (고개 끄덕이는) 의사도 초기라서 걱정할 거 없다 카더라만.
구름길 : 기분전환 삼아……같이 목욕이나 하입시더.
장사장 : 그라까?
S#5 목욕탕
중간 온도 녹차탕에서 반신욕 하고 있는 장사장과 구름길.
휴일인지라 탕에 손님들이 제법 많다.
장사장 :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니 똥구녕이 찢어진다는 말 알제?
구름길 : 디기 가난하다는 말 아인교?
장사장 : 음. 그런데 그기 무슨 뜻이지도 아나?
구름길 : (짐짓 모르는 척) 글쎄?
장사장 : 먹을 기 없어서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먹어본 사람은 아는 기라.
보리고개에 산에 올라가서 소나무 껍질 벗겨 먹고, 삐삐라는 풀 새순, 진달래
꽃잎도 먹고 그라모, 나중에 뒷간에서 얼마나 용을 써야 되는지 모른데이.
똥구녕이 찢어진다는 말, 그서 나온 기라.
구름길 : 아하!
장사장 : 내가 어릴 때 그리 컸다 아이가.
구름길 : 칡뿌리도 캐 먹고, 뽕나무 밭에 오디 하며……
장사장 : 그런 건 간식이제. 학교에서 주는 강냉이 빵이 우찌 그리 맛있던지.
구름길 :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 훔치며) 성님이 그런 시절이 다 있었네요?
장사장 : (똑같이 땀 훔치며) 구제품 밀가루, 우유가루, 빠다 타 먹을라고
성당에도 다녔다 아이가.
구름길 : 그라모 본명도 있겠네요?
장사장 : 하모. 내 성당 이름이 ‘도마’다, 장도마.
구름길 : 나도 기분 내킬 때만 가는 나이롱 신자지만 ‘베드로’ 아인교.
장사장 : 흠. 그래도 니는 이름이 예수님 수제자구만.
거울 앞에 앉아 면도 하는 장사장.
옆에서 때수건으로 몸 씻고 있는 구름길.
구름길 : 면도 다 했는교?
장사장 : (거울을 통해 눈을 돌리며) 와?
구름길 : 등 밀어주기 하입시더.
장사장 : (돌아 앉아 등 맡기고) 장소도 그리 넓지 않고 어중간 한데
4층 옥상에 내가 와 골프연습장 억지로 차렸는지 니 잘 모리제?
구름길 : ?
장사장 : 우리 누우가 옛날에 안 해본 일이 없다 아이가.
공장 공순이에, 버스 차장, 식모, 골프장 캐디까지.
구름길 : 아, 예. 그랬어예?
장사장 : 지금처럼 돈도 많이 버는 캐디가 아이라 푼돈 벌이 할라고
골프 연습장에서 쪼그리고 앉아 공 놓아주는 일부터 시작했었제.
구름길 : 그런 것도 있었어요?
장사장 : 하모. 옛날에 그걸 보고 내가 한이 맺힌 기라. 있다가 이야기해 주께.
S#6 칼국수 집
얼큰한 해물칼국수를 먹고 있는 장사장과 구름길.
구름길 : (김치 집으며) 성님이랑 누님이 몇 살 차인교?
장사장 : 네 살.
장사장 (Na) : 시골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국민학교도 졸업하는 둥 마는 둥으로 해서,
부모의 뜻에 따라 농사일을 거들며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말 없이 살아가는
아주 착한 여자가 있었어.
S#7 (회상) 60년대 시골 밭
열심히 밭 매고 있는 장사장 누나 (이하 ‘장누나’ 라고 표기).
어린 장사장, 누나를 찾아 집 뒤 텃밭으로 올라온다.
장사장 : 누우야.
장누나 : (손은 계속 풀 매며) 오야. 우리 장군이 왔나.
장사장 : 누우야, 나도 같이 하까?
장누나 : 뭐라 카노. 니가 이런 일 하모 되나. 니는 큰일을 할 낀데.
장가장 : 그래도. 누우야 힘 든다 아이가.
장누나 : 니.는.……(단호하게) 공부나 열심히 하거레이.
장사장 : 나는 아부지가 밉다.
장누나 : 그런 소리 하모 되나.
장사장 : 아부지가 델꼬 온 글마도 뵈기 싫고.
아무 말 없이 두 팔뚝으로만 장사장을 꼭 껴안아 주는 장누나.
S#8 시골 집 / 아침
하얀 중학생 여름 교복 상의를 입고 학교로 가는 장사장.
바지도 깨끗하게 다림질되어 맵시가 여간 아니고, 까만 모자도 멋지다.
거친 손을 앞치마로 닦으며 그런 동생을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는 장누나.
S#9 60년대 말/ 부산 영주동 비탈 동네 셋방
장사장 (Na) :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 가셨어.
다음 해에 어머니도 독사에 물려 급사를 한 기라.
여자 몸으로 알량한 논 몇 마지기 농살 짓겠다고 아둥바둥하시다가.
촌 살림을 정리해서 부산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 된 거지.
뵈기 싫은 넘, 여섯 살 밑의 이복동생도 혹으로 따라왔고.
장누나 : (밥상에 수저를 챙겨주며) 장군이 니, 요새 와 그리 늦노?
장사장 : 응, 친구 집에 갔다가.
장누나 : 니 거짓말 하모 안되다이.
장사장 : ……(눈을 내려 깐다)
장누나 : 봐라 봐라, 장군아. 돈은 내가 번다 아이가.
니는 딴 생각 말고 공부나 여~얼심히 하모 되는 기라.
장사장 : 누우야가 너무 힘 든다 아이가.
장누나 : 니 신문 돌리는 거 들었다. (자르듯) 절대로 안된다이.
동 생 : (눈 반짝이며) 성아, 돈 벌모 내 맛있는 거 좀 사 주라.
장누나 : 뭐라카노. (숟가락을 탁 놓으며) 느그들, 좀 맞고 접나?
S#10 몽따쥬
- 방직공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장누나.
- 과자공장으로 출근하는 장누나.
- 승객을 몸으로 밀어 넣으며 차를 탕탕 두드려서 오라이 출발 신호를 하고
버스 문에 매달려 가는 차장복 입고 빵모자 쓴 장누나.
- 신발공장에서 밑창을 붙이고 있는 장누나
- 부잣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장누나.
- 시장에서 장보며 물건 값을 집요하게 깎는 장누나.
S#11 70년대 초 / 부산의 어느 대학교 / 점심시간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대학생 장사장과 친구.
아놀드 파머의 멋진 스윙 모습이 담긴 미국 잡지가 옆에 놓여있다.
친 구 : 우리 사촌동생 가르칠 만 하더나?
장사장 : 착하데.
친 구 : 공부라모 영 잼뱅이다. 지 아부지가 의사니 살기는 넉넉해도.
장사장 : 느그 큰 아부지가 골프를 친다고?
친 구 : 응. 연습장에서 나도 한번 해봤는데, 디기 안맞는다이.
장사장 : (도시락 뚜껑 닫으며) 가마이 놓여있는 공 친다며?
친 구 : 그래도 그기 쉬운 기 아이라.
장사장 : 운동 신경이 둔한 거 아이가?
친 구 : (열 받은) 자슥, 그람 니가 함 해볼래?
장사장 : 언제 해볼 수 있노?
친 구 : 이번 일요일 날, 됐나?
장사장 : (자신 있다는 듯) 됐다.
S#12 70년대 / 골프연습장
처음 보는 풍경이 신기하다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친구 큰 아버지를 보고 꾸벅 절을 하는 장사장.
타석 뒤에 가만히 앉는 두 대학 신입생.
옆 타석에 쪼그리고 앉아 공을 놓아주는 여자를 유심히 쳐다보는 장사장.
등 보이고 있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돌아보는 장누나.
눈이 마주치는 두 오누이.
장사장 : 어!?
장누나 : (놀라서 눈 동그래지며) 장군아!!
장사장 (Na) : 내가 골프연습장을 꼭 해볼 끼라고 결심을 한 순간이다.
S#13 부산진 역 / 낮
군 입대하는 장정들 모여 있고 뒤쪽에는 환송 나온 가족들이 죽 서 있다.
줄 지어 열차에 오르는 장정들.
어느 열에선가 머리를 빡빡 깎은 젊은 장사장도 끼어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손수건으로 눈물 찍는 장누나.
열차 서서히 출발하자 따라가는 장누나, 차창으로 손 흔드는 장사장.
열차가 플랫폼 빠져나가 오른쪽의 부두를 따라 점점 멀어지고,
완만한 곡선으로 뻗은 레일에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S#14 자갈치 시장 / 초저녁
군복을 입은 장사장, 누나와 함께 고래고기 파는 좌판 앞에 앉아 있다.
소주를 한잔씩 들고 잔 부딪치며 건배 하는 오누이.
상 인 : 애인이 휴가 나왔는가베?
(장사장과 장누나, 칸델라 불빛 아래 둘이 마주 보며 웃는다)
장누나 : 아지매, 애인이 아이라 내 동생이라예. 대학교 댕기다가 군에 간.
상 인 : 아이고, 그렇나. 난 또 너무 다정스러워서 애인 사인 줄 알았네.
그라고 보이 둘이 마이 닮았다, 원 눈이 이래 가지고 우짜노.
장사장 : 애인도 맞아요. 난 세상에서 우리 누우야가 제일 좋거덩.
장누나 : (행복한 표정으로) 나도.
장누나, 고래고기를 소금에 찍어 장사장 입에 넣어준다.
장사장도 고기를 누나에게 먹여주려고 하자 한사코 손을 젓는 장누나.
그러다가 결국 동생이 먹여주는 고기를 받아먹는다.
그 모습 보며 흐뭇하게 웃는 자갈치 아지매, 고기를 조금 더 썰어 준다.
S#15 OO대학교 졸업식장
까만 가운 입고 사각형 학사모 쓴 졸업생들 의자에 앉아 있고,
학부모 석에서 연신 미소 머금고 있는 장누나.
S#16 OO대학교 캠퍼스
졸업생들과 가족들, 기념사진 찍느라고 여기저기 모여 서서 포즈를 잡는다.
누나에게 학사모 씌어주고 나란히 서서 활짝 웃는 장사장과 장누나.
(그 장면에서 찰칵하며 스틸 사진)
S#17 중앙동 어느 오피스 빌딩
직장인으로 첫 출근하는 장사장.
건물 옆에서 그 모습 보며 입으로 웃고 눈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장누나.
S#18 칼국수 집
(S#6의 칼국수 집)
장사장 : 직장생활 시작하자말자 곁멋이 들어서 떡하니 오토바이를 한대 샀어.
구름길 : 그 땐 그거 비쌌을 텐데?
장사장 : 그럼, 꽤 했제. 까만 색 일제 야마하, 삐까뻔쩍했제.
구름길 : 성님 무대포 기질이 내력이 있구먼.
장사장 : (웃으며) 내가 좀 그렇제. 그기 와 그리 타고 접었던지……
그런데 딱 사흘 만에 사골 낸 거야.
구름길 : 하이고, 그래서요?
장사장 : 사람을 치었는데 그걸 수습해 준 사람이 우리 누우였어.
구름길 : ……!
장사장 : 피해자 집에 좇아 다니며 울며불며 사정을 했다더만.
걱정하지 말고 ‘하는 일에만 충실해라’ 말할 뿐 돈에 관한 언급은 일체 없었어
구름길 : 성님도 대단하고……
장사장 : 우리 누우도 참 대단하제?
나중에 들으니 거의 자기 일 년치 봉급을 다 털어 넣고 마무리를 했어.
그 후론 오토바이 손도 안 댔어.
S#19 골프연습장 / 휴게실 / 오후
소파에 마주 앉은 장사장과 구름길,
커피를 한잔씩 들고 마시며.
장사장 : 그런 누우가 내가 결혼을 하니 너무 좋아 하더라고.
우리 집사람과 같이 가면 이웃들을 불러 대접하며 은근히 자랑을 하고……
사흘들이 우리 집에 반찬을 해 나르고 그랬제.
구름길 : 자형은 어떤 분인데요?
장사장 : 음……말하기 좀 그렇지만, 지금……빵에 들어가 있다.
(팔뚝을 걷어 주사 놓은 시늉을 하며) 뽕 중독자거든.
구름길 : 하이고, 누님이 참 복도 없는 분이시네.
서면 뒷골목 쓰레기통에 밤마다 주사기가 지천이라 더만.
장사장 : 그래 말이다. (한숨을 폭 쉬는) 그래도 그럭저럭 사셨어.
여자지만 생활력이야 대단했으니까.
그런 누우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온 기라.
(플래쉬 컷)
-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장사장 부부.
- 초췌한 모습을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장누나.
-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질 표정의 장사장.
- 장누나의 손을 꼭 잡는 장사장.
장사장(Na) :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누우야” 라고 튀어나온 말로
나는 통곡하고 말았어.
장누나 : (장사장 손을 두 손으로 마주 잡으면서) 니가 와이 카노.
항상 자랑스런 내 동생 장군이인데.
(플래쉬 아웃)
장사장 : 이번 일로 내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했어.
이젠 우리 누우를 내가 모실 거야.
구름길 : 성님 누님은 전생에 성님하고 모자지간이었나 싶소.
장사장 : 안 그래도 어느 스님이 그런 비슷한 이야길 하데.
(피식 웃으며) 내가 초파일에는 절에 절밥 얻어 먹으러 가기도 했다 아이가.
구름길 : 어젠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왔다가 와 도로 올라 갔소?
장사장 : 내가……그랬나?
무슨 할 말이 있었는데……그냥 얼굴만 한번 더 보고 만 거 같고.
‘동물의 왕국’을 보면 엄청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누우떼가 안 있더나?
구름길 : (장단 맞추듯) 그런 거 본 거 같고요.
장사장 : 우리 누우가 나에게 베풀어 준 사랑이 바로 그 누우떼 같은 기라.
몰아서 주는 내리사랑, 누우떼의 본능적인 대이동처럼.
(조금 뜸 들이다가) 나는 그게 안되더만.
내 밑에 배 다른 동생이 하나 있는데 글마 골통이다.
동기간에 재물을 안 나누는 내가 나쁜 넘이지만, 줄만해야 줄 거 아이가.
죽어서 싸 짊어지고 갈 거 아이다 캐도……내 또한 처자식이 있고.
글마 이야기는 담에 해주께
구름길 : 누님 수술은 언제라요?
장사장 : 음, 내일 모레. (잠시 머뭇거리다가) 오늘 아침에 성당에도 갔다 왔다.
구름길 : !?
장사장 : 옛날 맨치로 먹을 거 좀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우리 누우 수술 좀 잘 되게 해 달라고 첨으로 간절히 기도를 안 했나.
내 같은 걸, 늘 ‘자랑스러운 내 동생 장군이’ 라고 해주는 누우를 위해서.
S#20 골프연습장 / 바깥
봄이 오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경쾌한 타구음들이 울리고
그때마다 녹색 그물이 움찔움찔한다.
햇살이 서서히 기울다가 황혼이 오고,
사위가 점점 어두워져……밤이 된다.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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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몇년 전 봄에 골프스카이에 올린 글인데
뭔가를 하나 쓰야되는데....소재가 빈곤해서
대본 양식으로 쓴 글이 있었지 싶어서 다시 찾아보니 있네요.
첫장면의 침례병원은 근자에 폐업했습니다.
강성의료노조 때문에 교단에서는 병원은 절대 안한답니다.
밀어버리고 아파트 짓는다고 하네요.
제 목숨 살려준 병원인데.....섭섭합니다.
첫댓글 아우님! 이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우리 집이 이랬지 싶습니다.
누나가 중학교 중퇴를 하고 미장원에 시다로 일 하다가
정식 미용학원에서 자격증을 따고...
수입이 생겨도 용돈 한 푼 안 주던 그 누나가
병들어 이곳 제천에 왔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 다시 서울로 가서 작년에
떴습니다. 참, 인정머리 없던 누나(매형도 자신밖에 모르든....그리고 금년 3월에 간경화로...)
였는데, 가끔 아래 채를 쳐다보면 아직도 살아 잇을 것 같은 누나. 뭔 정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내 성질이 더러운데 그래도...
암튼 글을 읽으며 눈물을 한참 훔쳐 냈습니다.
누나 생각에??? 아닙니다.
아우님! 참 섭합니다.
"구름길 : 아이고 행님요. 우리 삼촌은 오십대 초반에 그 수술 했다는데
팔순도 넘기고 재작년에 돌아가셨는데요, 뭘"
바로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난 것 같았습니다.
내가 50 초반에 위암수술을 하고
여태 살아 있습니다. 아우님 얘기대로면
앞으로 10년 밖에 수명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건데....
좀 더 살고 자픈데.... 쪼금 더 햇수를 널려 주면 아니 되겠소?
아우님! 부탁 좀 하입시더. 야!
이걸 복사해두셨군요.
아이고 형님.....제가 무슨 염라대왕도 아니고 형님 수명을 늘이고 말고 하겠어요.
다만 저희 중백부님 경우를 보면 아내가 먼저 세상 버리시니 2년도 넘기시지 못하고 따라가셨습니다.
그래서 형님 오래 사시려면 형수님께 잘하세요....소리지르시거나 화내면 그 만큼 수명 마이너스입니다.
그런데 형님 장모님께서 장수하셨으니.....형수님은 아마도 100살은 넘기실듯....
그러니 형님도 아주 창창하실 것 같아요.....
@구름길 ㅎㅎㅎ...
어쨌든 감사합니다. 아우님!!
마누라와 8살 차이니 그럼 난...
108세까지...???
왜냐면 마누라 보내고 따라가야 하니깐 두루..ㅋㅋㅋ...
간단한 씨나리오 지만
읽으며
눈시울이 시큰둥 했습니다.
(카페 양도양수합의 공지글에 찬,반 댓글 부탁합니다)
그 누님 지금도 살아 계신가요?
부디 건강히 잘 사시고 계시길 바랍니다.
제가 그 후 이살 해서 그 연습장에는 거의 안갑니다.
그 누님은 잘 살아계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