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이영호
1991년 1월 15일부터 1월17일까지 2박3일 동안, 우리 가족은 겨울방학을 이용, 교직원 가족들을 위해 교원 연금 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딸 진희는 중2 학년, 아들 재국이는 초등 5학년이다.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는 호기심에 떠나기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들뜬 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제주도 하면 우리가 흔히 신혼여행을 하고 오는 곳,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으로, 남국풍의 이국적인 취향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지난 일이지만 결혼 때 제주도 신혼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그때 전국 계엄령으로 못 가고 온양 온천을 다녀와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나 역시 처음 가보는 곳이라 이번 기회에 자식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떠나는 당일 우리 가족은 설레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 국내선에 미리 도착하였다. 오후 2시 55분 비행기에 탑승하여 제주도를 향해 가는 도중, 두 녀석은 비행기 창가에서 기창(機窓)으로 바라보는 구경거리가 많았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구름 위로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었고 뭉게구름이 찬란하고 아름답게 떠 있는 모습 아래로 집들은 바둑판 같았고, 산과 들 바다가 넓게 펼쳐있고 빼곡히 들어서 있는 아파트와 빌딩 숲들이며 처음 느끼는 기분을 가누지 못한 듯 신기해하고 있었다,
이륙해서 제주도 공항까지 40분 만에 착륙하니 아쉬운 마음이 있는 듯하다. 주체측에서 미리 대기시킨 버스 편으로 호텔에 여장을 풀게 하였다. 첫날은 저녁 식후 숙소에서 그냥 지내고 이튿날부터 관광이 시작된다고 한다.
예정대로 이튿날 아침 일찍 호텔에서 마련한 식사를 하고, 준비된 버스 편으로 제주 명승고적을 찾아 관광을 시작하였다. 일출 명소로 알려진 성산 일출봉을 지나,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로 이동, 돌담집, 식물원에 들러 각국의 다양한 꽃과 열대 나무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어 박물관에서 해녀들의 생활상을 두루 살펴보고, 천지연 폭포도 관람하였다.
TV 또는 매스컴을 통해 평소 느끼고 있던 것을 실제 와서 직접 보니 새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다음날은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재 해수욕장을 들렀다. 겨울이라 수영은 못했지만, 해변을 거닐면서 주변의 경관을 만끽했다.
마지막 날 용두암과 삼성혈을 구경하였으며, 한라산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주변 가까이 가서 바라보기만 했다. 가는 곳곳마다 기념 촬영을 해두었다.
감귤밭에 들려 감귤이랑, 바나나값도 싸고 해서 실컷 사서 먹었다.
바닷가에 들려 싱싱한 회도 사 먹었다. 아내가 어릴 때 인천 바닷가에 자라서 회를 좋아하고 두 녀석도 더 먹고 싶은 눈치다. 한 접시에 값이 만만찮아서 주저주저하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아끼지 말고 돈 써야 한다면서 두 녀석에게 양껏 먹게 사준다. 이럴 때 돈이나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신세가 한스러웠다.
관광 안내양이 이번 여행 기간에 날씨가 드물게 좋았다고 한다. 자주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해서 한라산을 잘 볼 수 없는데, 이번 여행객들은 선명하게 볼 수가 있었다며 행운이라고 덧붙인다.
여행 중 걷는 일이 많았지만, 자식들이 이제 재발로 걸어 다니고 하니, 어릴 때 업고 안고 다니던 것을 생각하면 한결 수월하고 편안했다. 여러 즐길 거리가 있어 눈과 입이 쉴 틈 없이 바빴던 시간이었다.
아쉬운 것은 이번 여행에 아내가 몸이 좀 불편한 것이 마음에 좀 걸렸다.
지난해 여름방학 동남아 여행 때는 매우 활기가 있었는데, 평소 집안일로 피곤이 겹쳤는지, 큰 병이 난 것은 아니고(구안 와사) 응급처치해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두 녀석은 2박 3일 동안 비행기도 한번 타보고, 식사 때 특식으로 제주도 (흑) 재래종 돼지고기도 먹어보고, 해서인지 매우 즐거운 듯하다. 귀가할 때는 제주농장에서 판매하는 파인애플을 한 상자 사 왔다.
저녁 5시 귀가 비행기에서는 두 녀석이 그동안 피곤했는지 탑승하자마자 잠에 떨어졌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더욱 사랑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
내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일류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하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지낸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좀 더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경제적 여유와 시간여유를 갖고 넉넉한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1991. 1. 2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