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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진 2. 기지시 줄다리기 3. 당진 용과 중국 용 4. 용과 지네 5. 호랑이 여인 6. 김복선 |
1. 당진
이승소(李承召) <당진 가는 길에>(唐津路上)
平岡斷壟路高低 평평한 산 끊긴 언덕 사이 길은 높낮고,
滑滑靑泥沒馬蹄 미끄러운 푸른 진흙 속에 말굽 푹 빠진다.
陰壑雪消溪水漲 음지 골짝 눈 녹아서 시냇물은 불어나고,
陽坡日暖麥苗齊 양지 언덕 해 따뜻해 보리 싹이 자라네.
細思銜命懸金印 생각건대 명 받들어 금인 차고 있다마는
爭似承恩侍玉階 은혜 받아 옥계에서 모심만은 못하구나.
想得群仙陪曲宴 생각건대 뭇 신선들 곡연에서 모시다가
彤闈扶下醉如泥 술에 취해 대궐 문을 부축 받아 내려오리.
=> '금인'은 금으로 만든 도장으로, 여기서는 관찰사인(觀察使印)을 뜻한다. 충청도 관찰사가 되어 부임하는 감회를 말했다. '옥계'는 대궐의 섬돌을 뜻한다. 충청도 관찰사가 되어 외지에 나와 있는 것이 대궐 안에서 임금 곁에 있는 것만 못하다고 하면서도 즐거움에 들떠 있다.
2. 기지시 줄다리기
송악면 기지시리에서 당굿을 지내고 하는 줄다리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서당에 가는 학동을 유혹하는 처녀에게 할미꽃을 던졌더니 처녀가 지네로 변해 죽었는데, 그 재앙을 막기 위해 윤년마다 줄다리기를 해왔다고 한다. 이른 봄에 우선 마을 동남방에 있는 국사봉에서 당제를 올린다. 다음 순서로 신암사 주지의 산신경(山神經) 독축이 있고, 서낭당에서 서낭굿, 못에서는 못굿, 공동우물에서 샘굿, 마을 동서남북에서 장승굿, 그리고 당주집에서 당주굿을 차례로 했다. 다음 날에는 줄다리기를 한다. 미리 만들어 놓은 줄을 둘러싸고 농악을 울리며 밤을 새운다. 줄다리기는 도로를 중심으로 물 위와 물 아래의 두 편으로 나누어 거행한다. 줄다리기를 할 때는 암줄과 수줄을 비녀장으로 연결시켜 놓고 양편에서 수천 명이 서로 당길 자세를 갖춘 다음 신호총성이 나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줄을 당긴다. 일정시간 줄다리기를 계속한 뒤 승부를 가린다.
=> 전국 도처에 있던 줄다리기 가운데 이렇게 잘 보존된 것이 드물어 많은 참가자가 모여든다.
3. 당진 용과 중국 용
당진 고대 쪽에 가면 용두리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용에 관한 전설이 있다.
옛날부터 당진 쪽에 용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아주 서로 사이가 좋고 잘 지내고, 사람들한테 선한 일을 했다. 비가 제 때 와서 농사가 잘 되게 했다.
어떤 할아버지가 그 동네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서 피곤해 잠깐 자고 있는데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거기 다른 용이 두 마리가 있었다. 중국에 있던 나쁜 용이 와서 당진의 용들을 몰아내고 자기네가 대접 받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보니까, 중국의 용들하고 원래 용두리에 사는 용들이 마주쳤다. 중국의 용들이 용두리 사는 용들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그러자 용두리 용들이 말했다. “너희들하고 살 수 없으니까, 여길 떠나기는 슬프기는 허지만 우리가 가주마. 우리는 싸움 같은 것 하지 않는다.”
바닷가 쪽으로 막 가려고 하는데, 중국의 용들이 생각하니까 이상했다. 그냥 쫓겨가는 것이 속임수인 듯하고, 도망가다가 대들지 모른다고 따라가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난 데 없이 흑운광풍 몰아치고, 사석이 날리고 떨어졌다. 용 한 마리가 맞아 죽고, 또 한 마리는 허리가 끊어졌다. 용두리 쪽에 가면 허리가 끊겨진 산이 있다. 가을철만 되면 죽은 용들을 위해 제사를 지낸다.
=> 중국과의 갈등을 용 싸움으로 이야기한다. 당진의 용들은 당해낼 수 없는 중국의 용들을 자연의 이변이 진압했다고 하고, 침범에는 응징이 따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알려준다.
4. 용과 지네
아미산은 면천면 죽동리와 송학리 그리고 순성면 성북리 경계에 있는 높이 약 350미터 당진군내 최고봉이다. 옛날에는 소이산(所伊山)이라고 불렀다가 후에 아미산(峨媚山)으로 산 이름이 바뀌었다.
먼 옛날 아미산에는 죄를 짓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의 아들이 커다란 용으로 변하여 살고 있었고, 인접한 몽산에는 수백 년 묵은 지네가 살고 있었다. 아미산에는 많은 꽃이 피었으나 이상하게도 몽산에는 피지 않았다. 그래서 봄이면 마을 사람들이 두견주를 빚기 위해서 아미산에 진달래꽃을 따러 자주 올라갔다. 자기 마음이 곱지 못해 산에 꽃이 안 핀다는 것을 몰랐던 지네는 날이 갈수록 행패가 더욱 심해갔다. 마음씨 고운 아미산의 용은 지네의 행동이 괘씸해서 항시 벼르고 있었지만 싸움을 걸지는 않았다.
용은 산신령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늙은 사람으로 변하여 불쌍한 마을사람들을 도와주었다. 특히 마을 사람들 가운데 병든 사람이 있으면 용은 아미산에서 귀한 약초를 캐다가 그들을 치료하여 주면서 원죄를 씻고 하늘로 올라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몽산에 있는 지네는 마음씨가 어찌나 나쁘고 심술궂은지 나쁜 일만 골라서 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밭일을 하다가 들 가운데 소를 매어 놓고 가면 지네가 독을 뿜어 죽이는가 하면 농작물도 망쳐놓고 또한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해를 끼치기에 몽산 근처에는 사람들이 얼씬도 못했다.
하루는 아미산의 용이 산정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므로 용은 비명소리가 들리는 몽산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지네가 나물을 캐던 처녀를 붙잡아 죽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용이 한번 크게 으르렁댔더니 지네가 처녀를 버리고 용에게 덤벼들어 크게 한번 싸우려했으나 용은 다시 생각하고 꾹 참았다.
다음 날이었다. 용이 산봉우리에 올라와서 어슴푸레 잠이 들었다. 그때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용아! 잘 들어라. 여기 고을이 편해지려면 앞산의 지네를 없애버려야 한다. 네가 지네를 해치우고 고을을 편안하게 하면 곧 승천할 수 있을 것이다.” 용은 언뜻 용기가 나지 않아 머뭇거리는데 “너는 할 수 있다”하고 신령이 부추겼다. 용은 지네를 해치우기로 결심을 했다. 용은 그때부터 잠도 이루지 못한 채 지네를 잡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몇 날을 연구하던 끝에 묘안을 생각해냈다.
아미산 아래의 마을에 할머니와 딸이 살고 있었다. 집이 매우 가난하였는데 딸이 앓고 있었다. 지네의 독을 쏘인 다음부터 앓고 있다는 것을 듣고 용은 사람으로 변하여 약을 구해 그 딸을 낫게 했다. 딸을 살려주었다고 고마워서 어찌 할 바를 모르는 할머니에게 자기의 부탁을 하나 들어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무엇이냐고 묻자 용은 “할머니, 쑥을 두어 지게만 구해서 아미산 근처에 놓았다가 바람이 몽산 쪽으로 불면 쑥을 태워 주십시오.”
할머니는 딸을 낫게 해준 용이 고마워서 쾌히 승낙하고 들에 나가서 쑥을 베어 아미산 아래 쌓아 놓았다. 드디어 바람이 몽산 쪽으로 불자 할머니는 쑥에 불을 붙였다. 온천지를 진동시키는 쑥 냄새는 차츰 몽산 쪽으로 진하게 옮겨 갔다. 한참 후에 몽산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산등성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계속 쑥을 태우니 쑥 냄새가 더욱 독해져 천지가 떠나갈 듯한 괴성이 들렸다. 그러면서 몽산 봉우리가 뚝 잘려졌다. 그 봉우리는 하늘 높이 솟았다가 5리 밖에 쿵하고 떨어졌다. 마침내 지네가 쑥내음에 괴로워 하다가 몸부림치며 죽은 것이다. 잠시 후에 푸른 은하수가 하늘에서 내려와 용은 은하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 때부터 몽산은 봉우리가 잘려 나가 뭉뚱한 모습이다. 몽산의 잘린 봉우리는 지금도 면천면 성상리 들 가운데 떨어져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봉우리가 잘린 몽산은 그 후부터 몽둥산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 말을 간추려야 뜻이 드러난다. 용과 지네가 적대적인 관계였다고 하고, 천상에서 내려와 사람과 가까운 용은 약하고 온순하며, 지상에서 자라나 사람을 해치는 지네가 강하고 호전적이라고 둘의 특징을 명시했다. 산신령의 지시가 용에게 전달되고, 사람으로 변한 용이 할머니에게 접근해 병든 딸이 낫게 하고 들에서 쑥을 태우도록 하니 지네가 죽었다고 했다. 선량한 용은 우군이 많아 고립된 지네를 퇴치할 수 있었다고 하고, 적대적인 세력들끼리의 싸움이 어떻게 결판나는지 말해주었다. 왕권과 견훤의 싸움에서, 약하고 온순한 왕건이 지지자를 확대해 승리하고, 강하고 호전적인 견훤은 고립되어 패배한 것이 생각나게 한다. 약하면 강해지고, 강하면 약해진다고 일반화해서 말할 수 있다.
*<당진 왜목마을>
왜목마을 해수욕장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과 줄다리기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