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카프 궁전을 구경할 때 일이다.
입장권을 내고 정원 안쪽으로 얼마쯤 들어가다 보니
삼사십대 정도로 보이는 웬 여자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겠다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미 궁전 안으로 들어왔으니 호객 행위를 하는 잡상인이라면
저런 식으로 대놓고 사람을 불러 모을 수는 없을 것이고
혹시나 톱프카 궁전과 관련된 어떤 얘기를 해주려나 싶어 발길을 멈췄다.
다들 나 같은 생각이었을까?
잠깐 동안이었는데도 열댓명 정도가 모였고 그녀가 얘기를 시작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신들의 왕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하루는 사람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인간의 세계로 내려와
세상을 돌면서 진정 행복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의 소원이 무엇이든지 간에 들어 주기로 했단다.
하지만 단 하루 동안 만이었다.
이렇게 이야기의 시작 부분을 들으면서 터키가 그리스와 가까우니
아마도 톱카프 궁전의 어떤 것이 그리스 신화와 연관돼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처음 얘기를 시작 할 때 보다 보다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제우스 신과 포세이돈 신은 하루 종일 세상을 돌아 다니며
수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진정으로 행복해 하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단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다가가 말을 해 보면 누구나 한두 가지의 불평은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하루 해는 어느덧 저물어 가고
두 신은 다시 하늘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돌아 다니느라 다리도 아프고 갈증도 나고 해서
하늘로 돌아가지 전에 잠깐 쉬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바위투성이 산 꼭대기에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있는게 아닌가!
힘들게 그 산을 올라 문을 두드리니 노부부가 반갑게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물을 청해 마시면서 가만히 그 둘을 살펴보니 서로가 너무나 사랑하고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두 신은 이렇게 바위투성이 산에서 단 둘이 살면서 뭐가 그리 행복하냐고,
혹시 불평거리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 노부부는 비록 바위투성이 산에 있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오두막에 살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고 변변치 않지만 하루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음식이 있고
또 사랑하는 동반자가 함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깨닫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마침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을 만난 두 신은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고
무엇이든 원하는 소원이 있다면 그대로 해 주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이 노부부의 소원은 의외로 소박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기에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나이가 많아 이제 곧 세상을 떠나게 될 테니
다음세상에서도 지금처럼 둘이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당연히 두 신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줬고
다음 세상에서는 노부부를 서로 부둥켜안고 자라는 두 그루의 나무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래서 그 둘은 행복하게 오래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었단다.
THE END -
뭥미 ㅡ.ㅡ;;;
뭔가 톱카프 궁전과 관련된 이야기 일줄 알았는데
생뚱 맞게도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나무 이야기로 끝이 나버렸다.
허탈하게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녀가 “그 나무가 바로 이 나무 입니다 그리고 ‘러브 트리’ 라고 합니다” 하며 한 나무를 가리킨다
결정적인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가리키는 나무를 보니 정말로 서로 다른 종류의 두 나무가
서로 얽힌 체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내가 나무에 대해 잘 모르고 특히나 처음 보는 종류의 나무라 나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데
얼핏 보니 몇 십 년 정도, 아무리 오랜 잡는 다 해도 절대 백 년은 안되 보인다.
그러니 “러브 트리의 전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 특이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보고 지어낸 이야기 인 것이다.
특이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도 신기하고
그 나무를 보고 그리스 신화와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 누군가의 재치도 놀라와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얘기를 들려 주던 그녀가 직접 만들어낸 얘기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톱카프 궁전에 가게 되거든
이 “러브 트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입구에서 궁전으로 들어가는 길 왼쪽 편으로 있다.
그리고 혹시 운이 좋으면 어떤 여자가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해 주겠다며 사람들을 불러모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별로 어렵지 않은 영어를 구사하니 영어에 자신 없다고 들어보기도 전에 미리 겁먹고 포기 필요는 없다^^
첫댓글 가상적이든 실제적이든 상관없이 "러브 트리"얘기가 재미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먼저 내 주위에서 해결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운명적이 사랑을 꿈꾸지만
어쩌면 사랑은 정해져 있는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죠
옆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해야할 이유입니다.
여행과 젊음의 공통점이 시간이 지난후 생각하면서 " 아, 그때가 좋았어."라고 한대요.
전, 신부님 얘기를 듣다보니 톱카프 궁전이 어떤 곳인지 더 궁금해집니다.
혹시 그 궁전에 살던 왕과 왕비가 너무 사랑했던 것 아닐까요~~
이렇게 얘기를 듣고 상상해 보는 재미, 쏠쏠합니다.
왕과 왕비가 사랑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만
왕과 왕비가 아니더라도 워낙에 궁정에는 애뜻한 사랑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제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