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독일유학생활하면서 유학선배들과 만나 얘기를 나눌 때마다 아주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독일에서 공부하는 우리 한국유학생들 대부분이 아주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집안자랑 돈자랑 해가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과시하고 있는 유학생들도 보이긴 하지만 이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도 실제 속사정을 캐보면 다른 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쪼들리며 살고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한국의 보통 대학생들보다도 독일에서 훨씬 더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것을 꼭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대만 갔다 오면 허리와 무릎관절을 꽤 상해가지고 나오듯, 우리나라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단지 배움의 욕심이 너무 크다는 이유만으로 독일유학을 나와, 너무 심하게 절약을 한 나머지 사람이 삭고 곯아버려서, 정작 국내에 돌아와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면 이는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소하게 유학생활을 한다는 것은 비단 학업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구조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도, 또 더 광범위하게는 자연자원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밖에도 절약하려 노력하다 보면 공부밖에 할 게 없으니 자연히 학업을 더 빨리 진척시킬 수 있게 되며, 최소한의 생활비만으로도 사람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게 습관을 붙인다는 것은 그만큼 돈 때문에 부당한 권력과 부조리 앞에 자신이 비굴해지지 않아도 된다거나, 나중에 남 눈치에 상관 없이 자기 고집에 충실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 될 수도 있다.
(2) 우선 여행을 많이 다니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코딱지만한 방 안에 침대와 TV, 그리고 그 옆에 옷박스, 책박스 몇개만 쌓아놓고 하루 두끼만 먹으며 살아가는 극빈자 유학생들(나 역시 이런 생활을 약 석달간 했었다)도 매년 금전지출내역들을 보면 장난 아니게 많은 돈을 지출하며 살아가는 경우를 우리는 가끔 발견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웬수같은 놈의 "여행"때문이다.
한달에 돈 몇십 EUR를 아끼기 위해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입고 싶은 옷 못 사입으며 살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다른 한국인들 앞에서 자랑하며 과시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또는 독일유학기간 중의 좋은 추억거리를 남기고 싶다는 이유로,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국, 그리스,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지로 툭하면 여행을 떠나고, 이런 데 한번 여행 갔다 올 때마다 돈 몇 백 EUR씩을 펑펑 쏟아붓는데 생활비가 남아날 턱이 없다. 그런 데 여행 다닐 돈으로 책을 사면 얼마나 많은 책을 살 수 있고, 그런 데 여행 다닐 시간에 논문 한 줄이라도 더 쓰면 얼마나 유학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지 모르는 게 아닐 텐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악착같이 여행을 다니는지... 그런 걸 보면 정말 우리 한국사람들 외화내빈은 못 말린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내가 보았을 때 유학생활을 검소하게 하려면 괜히 짜잘한 돈 아끼지 말고, 이런 쓰잘 데없는 여행에 들어가는 뭉텅이 돈을 아끼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정말 답답해서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주말할인티켓을 구입해서 가까운 근교로 기차여행이나 훌쩍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왕복으로 20 EUR면 떡을 치고, 스트레쓰도 그만하면 충분히 풀린다.
좀 더 먼 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여름을 이용해 캠핑배낭이나 침낭 또는 텐트가방 둘러매고 잠은 길바닥에서 자면서 독일전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다. 숙박비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행의 낭만 역시 더 살릴 수 있다 (저녁때마다 유스호스텔 찾기 위해 버스 타고 택시 타고 헤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특히 독일 어디나 기차역 근처 은행건물 앞 현관에는 보송보송한 카페트가 깔려있는데, 그 위에 젊은 독일남녀 배낭족들과 드러누워 별을 헤며 이런저런 얘기 독일어로 나누다가 서로 부둥켜 안고 자면 얼마나 정취 있고 아름답게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지 모른다.
기차는 Bahnkarte(60 EUR에 구입)로 25%할인 받아 다녀도 되지만, 신용카드만 있다면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이 내가 보기엔 훨씬 더 싸고 경제적이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서 뮌헨까지 ICE로 갈 경우 원래 요금은 110 EUR이지만, 인터넷(www.bahn.de)을 통해 표를 사면 60 EUR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대개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의 표값이 가장 싸다). 배낭여행족들의 경우 유레일패쓰 끊어서 유럽 명승지만 골라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관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는 착실하게 살아가는 유학생족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짓이다. 유레일패쓰 자체가 그리 값싼 것이 아닌 데다, 여행은 그렇게 한번에 몰아서 다니면 아무리 좋은 데만 골라다녔다 해도 감흥이 경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그런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며, 젊은이가 할 수 있는 여행 중에서는 최고 촌스러운 여행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뭐 우리가 80년대 아줌마 관광객인가?)
패키지 여행사에 가서 여행상품을 골라볼 수도 있는데, 'Rainbow'가 가장 싸구려지만, 다른 더 값비싼 여행사도 가끔은 꽤 싸게 갈 수 있다. 여행 떠나기 이틀전에 갑자기 연락해서 빈 자리를 알아보면 최고 75%까지 값을 깎을 수 있다. 물론 여러군데 연락해서 가장 싼 곳으로 골라가야 만의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바가지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여행은 괜히 영국, 프랑스와 같이 비싼 곳으로 가려 하지 말고, 이왕이면 헝가리나 체코 같이 값싸고도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을 골라 가는 것이 돈 아끼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데 가면 심지어 자기 집에서 혼자 밥해먹는 것보다도 더 값싸게 식사를 해결하며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헝가리나 체코도 외국인들을 위한 이중가격표를 만들어 적잖이 바가지를 씌운다고 한다). 물가 비싼 영국이나 프랑스는 나중에 40대쯤 되어 돈 많이 번 다음에 여유있게 관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3) 자가용을 장만하지 말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
결혼도 안 한 총각처녀 유학생이 멋드러지게 자가용 한 대 뽑아 굴리고 다니면서 돈이 없네 가난하네 그런 소리 하고 있으면 정말 많은 상념이 내 머리를 스쳐가는 걸 느끼곤 한다. 그런 애들한테 자동차가 얼마나 비싼 데 그걸 샀냐고 물어보면 별로 안 비싸다고 끝까지 우기지만, 참고로 독일 자동차 가격을 여기서 말하자면 대략 1만5천~2만5천 EUR (1,700만원~2,700만원) 정도 한다 (정말 '별로 안 비싸'군~). 비교적 싸구려인 폭스바겐 폴로가 1만5천 EUR, 메르세데스 벤츠 A160이 1만 8천 EUR, 한국 유학생들에게 유난히 인기 좋은 폭스바겐 골프는 2만 EUR, 오펠 벡트라카라반은 2만 천 EUR, 오펠 사피라는 2만 2천 EUR, 폭스바겐 파싸트는 2만 4천 EUR 정도 들어가니, 웬만한 유학생들 3~4년 생활비 모두 합친 것과 같다.
자동차값이 이렇게 비싸다 해도 독일은 휘발유값이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싸기 때문에 어쩌면 자동차를 한 대 장만하는 것이 이익일 수도 있다. 국제유가변동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리터당 휘발유값이 1 EUR (약 1,200원) 정도밖에 안 하므로 기름값 부담은 적은 편이다. 그리고 신차가 아니라 중고차를 구입하면, 위 가격보다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특히 자식까지 딸린 집인 경우 자가용 구입은 대중교통수단 이용보다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총각처녀 신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베를린 함부르크처럼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된 곳에서 공부한다면, 자가용은 가급적 구입하지 않는 게 좋고, 설령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도시에 산다 하더라도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4)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아라.
여행비 이상으로 돈을 많이 잡아먹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방값이다. 방값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데, 대도시 지역은 방 하나, 거실 하나, 좁은 부엌에 화장실 정도밖에 없는 다락방이라도 600 EUR~700 EUR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물론 변두리로 가면 더 싸진다). 하지만 중소 대학도시나, 특히 동독지역 대학도시는 그 절반값만으로도 비슷한 크기의 주거공간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대도시건 중소 대학도시건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에 들어간다면 방값을 아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 중소도시 기숙사는 대략 100 EUR 정도면 월세를 해결할 수 있고, 거기는 또 학생수도 부족하므로 방 얻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방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함부르크나 프랑크푸르트라 해도 기숙사만큼은 대개 160 EUR 정도이니 그리 비싸지 않다. 방이 여러개 딸린 부부기숙사도 면적은 꽤 넓은 데 비해서 방값은 그리 비싸지 않다.
(5) 언제나 슈퍼마켓을 이용하고 외식을 가급적 줄여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독일에서도 외식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웬만한 레스토랑은 음식값이 최소한 10 EUR 정도 하는데, 집에서 직접 조리해먹을 경우 같은 음식을 5 EUR도 안되는 돈으로 맛있게 해먹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재료를 슈퍼마켓에서 사다가 직접 요리해먹는 버릇을 평소 들이는 게 좋다. 만약 어쩌다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게 될 경우가 생기면 먹다 남는 음식은 반드시 집에 싸가지고 오도록 하라. 다음날 아침 일어나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면 얼마나 기분좋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밖에 콜라, 생수, 맥주, 우유를 비롯한 모든 음료수는 구멍가게에서 사지 말고 반드시 슈퍼마켓에서 사도록 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가격이 거의 두세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비단 음료수 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 생필품은 반드시 슈퍼마켓에서 사도록 하고, 슈퍼마켓도 Spar나 Plus보다는 Minimal이나 Aldi를 이용하도록 한다. 특히 Aldi는 가격이 정말 환상적으로 싸기 때문에 기숙사를 고를 때에도 가급적 Aldi 근처에 있는 기숙사로 고르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싸다고 해서 쓸모도 없는 것까지 무조건 사서는 안된다. 특히 슈퍼마켓에 갈 때 굶주린 상태로 가면 배고픈 김에 필요 이상으로 먹을 것을 많이 사니 슈퍼마켓에 갈 때는 물배라도 채우고 가야 한다. 또 슈퍼마켓에서 유제품은 항상 제일 뒷쪽에 있는 것이 신선하므로 제일 안쪽에 있는 것을 골라 사고, 빵 종류는 상점 문 닫기 10분 전에 가면 50%를 깎아 살 수 있으니 아침에 먹을 빵은 가급적 방과후 집에 돌아오면서 저녁시간에 사도록 한다.
그밖에 내가 유학생들 중에서 가장 딱하게 생각하는 부류는 한국학생들끼리 툭하면 모여 Kneipe에 몰려가 맥주를 마시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Kneipe는 한국유학생들이 독일어 배우기 위해 독일친구들과 어울려 가서 술 마시는 공간이거나 심심할 때 혼자 가서 아름다운 독일여성 유혹해보는 공간이지, 한국유학생들끼리 몰려가서 술마시는 장소가 절대 아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50 EUR 이상 돈이 계산되어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일 정도로 독일의 Kneipe는 술값이 비싸다. 하지만 우리 한국남자들은 이런 데에 들어가는 돈을 별로 아까워하지 않는 것 같다.
독일인이 아니고 한국유학생들끼리 마시는 경우라면 같은 돈으로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사다가 집에서 단촐하게 마시는 게 정말 용돈도 절약하고 국가와 민족경제에도 공헌하는 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홀스텐비어의 경우 슈퍼마켓에서는 30~40 Cent면 캔 하나 큰 거를 살 수 있는데, Kneipe에서는 대개 2~3 EUR는 줘야 큰 걸로 한 잔을 주문해 마실 수 있다.
(6) 모든 물건은 제철이 거의 끝나갈 때 사라.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상식이지만, 모든 물건은 제철이 좀 지났을 때 사야 가장 싸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1월엔 사과, 시계, 카메라, 겨울옷, 달력, 자전거, 가구를 사고, 2월엔 겨울스포츠용품, 자동차, 3월엔 컴퓨터, 오디오, 티브이, 5월엔 침구, 6월엔 가죽제품, 7월엔 구두, 여름옷, 8월엔 스포츠용품, 캠핑용품, 9월엔 파인애플, 장난감을 사야 하는 식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독일 백화점은 매년 1월 마지막 월요일과 7월 마지막 월요일에 정기 대바겐세일을 시작한다. 이때면 독일의 수많은 구두쇠들이 백화점에 몰려가 제철이 약간 지난 옷이나 구두, 침구 등을 사느라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그런데 이때 정말 마지막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 전전날인 토요일날 백화점에 한번 가보는 게 좋다. 이미 그때부터 대바겐세일은 시작되어 있으며, 이때 미리 좋은 물건을 사두어야지, 그렇지 않고 만약 다음 월요일까지 기다리면 알짜는 다 놓치게 된다.
(7) 인터넷구매로 돈을 절약하라.
유학생들은 가만 보면 학교 도서관 앞 좌판에서 파는 지저분한 헌책들을 구입하는 데 상당히 많은 돈들을 지출하는 것 같다 (정작 집에 갖고와 읽지도 않을 거면서. 하여튼 헌책 많이 사고 복사 많이 하는 유학생들치고 공부 많이 하는 유학생들 별로 못 봤다). 그러나 헌책은 이런 좌판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인터넷 www.justbooks.de 같은 사이트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러면 훨씬 값싸게 필요한 것만 구입할 수 있다.
그밖에도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무지막지하게 싸게 살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CD 같은 것은 음반가게에서 절대 사면 안된다 (하긴 음반가게 중에서도 예를 들어 Mueller Drogerie 같은 데는 비교적 CD를 싸게 파는 것 같다). 음반가게보다 인터넷사이트인 www.telecd.de 에 들어가면 자기가 원하는 CD를 아주 체계적으로 꼼꼼히, 또 간편히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거의 3분의 1 내지 6분의 1 가격으로 CD를 구입할 수 있다.
한국으로 커다란 소포를 부칠 때에도 미련하게 우체국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www.billigerschicken.de 를 통해서 사설우송회사를 알아보는 게 좋다. 운이 좋으면 절반까지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밖에 사소한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예를 들어 강제집행, 보증금체불, 가옥수선문제 등) 괜히 공부에 바쁜 법대유학생들 붙잡고 묻지 말고, 독일의 유명한 법률포탈사이트를 이용하는 게 더 간편하고 확실하다. www.jusline.de 나 www.rechtplus.de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자기 고민사항을 검색어로 검색하면 관련판례, 법조문, 상담사례, 참고서적 등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8) 컴퓨터는 AMD와 Comtech을 추천할 수 있다.
컴퓨터는 컴을 전공하거나 거기에 취미를 갖고 있는 학생이 아닌 한 중고로 약간 구형을 구입하는 게 좋다. 나같은 경우도 펜티엄II (메모리 48메가, 하드 3기가 짜리)를 모니터, 프린터까지 합쳐 900마르크에 중고로 구입했는데, 1년 5개월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해왔다. 괜히 성능 좋고 용량 큰 최신형 컴퓨터를 구입할 경우 컴퓨터게임, 인터넷이나 많이 하게 되고, 이는 곧 유학생활 망치는 길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참고로 내 독일친구들 말을 인용하자면 펜티엄보다는 AMD가 가격도 훨씬 싸고 성능도 더 좋다고 한다. 대략 AMD K6-3 정도면 펜티엄 III와 같은 성능에 가격은 그보다 훨씬 더 저렴한 컴퓨터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유명한 컴퓨터 전문점은 Media Markt, Pro Markt, Comtech, Vobis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독일인들은 Comtech를 가장 많이 추천한다. Comtech에서 컴퓨터를 사면, 예를 들어 Media Markt에서보다 같은 가격으로 하드용량이 10기가나 더 큰 컴퓨터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넉달만에 한번씩 나오는 Aldi-PC를 사는 것도 좋다. 가격이 거의 환상적으로 쌀 뿐만 아니라, 부품과 성능 역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독일애들이 Aldi-PC만 나왔다 하면 무조건 앞뒤 안가리고 Aldi 슈퍼마켓에 몰려가 진치며 기다리는 것도 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만약 이 행렬에 끼어들어 Aldi-PC를 구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독일유학생활 중 봉을 한번 확실히 잡은 셈이 된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필수적으로 프린터때문에 골치를 썩게 된다. 그런데 레이저프린터를 쓸 경우 토너 구입하는 데 돈이 만만찮게 깨진다 (보통 토너 하나 새로 사는 데 50 EUR 정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중고토너를 구입해선 안된다. 가격은 정품의 절반을 넘는 반면 사용기간은 정품의 절반도 안되고, 인쇄의 질도 형편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로 인해 프린터가 망가지게 되면 프린터회사에서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9) 인터넷은 Flatrate로 알아보라.
요즘은 정보화시대이므로 유학생들은 인터넷비용으로도 꽤 많은 돈을 지출한다. 인터넷 없이는 거의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안할 수는 물론 없고, 결국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외롭고 심심한 김에 인터넷을 많이 하게 되는데, 심할 경우에는 한달에 200~300 EUR까지 인터넷비용을 지출하는 수도 있다. 기숙사에 산다면야 독일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숙사 학생들에게 무료로 LAN을 연결해줘 24시간 환상적인 속도로 인터넷을 무료접속할 수 있으니 별 걱정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개인적으로 대학의 유료써버를 이용하거나 인터넷회사와 계약해서 인터넷접속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나같은 경우는 유료 대학써버를 이용했는데 속도가 빠른 반면 가격이 비싸, 작년 7월까지 하루에 5분밖에 인터넷을 못 하고도 한달에 전화비로 50~60마르크씩 지출하는 고역을 치르곤 했다 (독일은 한국에 비해 전화비가 많이 비싸다).
그러나 요즘 풍부하게 나오는 Flatrate 상품을 이용하면 하루 24시간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접속하면서도 돈은 한달에 35 EUR 정도밖에 안 내고 사용할 수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절약이다 (물론 전화비까지 그 속에 다 포함해서다). 속도가 일반 써버로 접속하는 것보다 심한 경우 10배 가까이 느리지만, 인터넷 하면서 팔굽혀 펴기도 하고 책도 읽고 이빨도 닦는다는 식으로 여유로운 마음가짐만 가질 수 있다면 상당히 괜찮은 선택이다 (나는 주로 이렇게 느리게 인터넷하는 동안 옆에 독일어 전공책 갖다 놓고 소리내어 읽곤 했다).
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되면 가장 좋은 것은 소프트웨어를 인터넷 ASP(Aplication-Service-Provider)로 간단히 다운받아 빌려 쓸 수 있어 굳이 소프트웨어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역시 인터넷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정말 자기 컴퓨터에 직접 인스톨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면(그런데 그런 소프트웨어가 공부하는 데 바쁜 유학생한테 과연 얼마나 있을까?) 중고나 옛날버젼으로 사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에 업데이트버젼으로 바꾸면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10) 가구는 중고시장에서 알아보라.
가구는 "IKEA"가 아니라 "Hin und Mit"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다. 그 다음 싼 곳 역시 "IKEA"가 아니라 "Moebel Unger"이다. 한국유학생들이 그토록 값싸다고 좋아하는 "IKEA"는 이보다 조금 더 비싼 가구들을 판다. 가구를 살 때는 고지식하게 제값을 다 주지 말고 항상 종업원들과 입씨름을 벌여 가격을 많이 깎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가구의 경우 어느 한 모델이 고정돼있는 게 아니라 다 상품이 제각각이므로 종업원에게 판매재량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가구를 길바닥이나 학교에서 줏어오거나 벼룩시장에서 중고가구로 약 20 EUR 선에서 구입해 모조리 거의 공짜로 장만했다. 자가용도 없는 뚜벅이 처지에 그 무거운 가구를 지하철역까지 짊어지고 오고, 집까지 질질 끌고 온 다음, 또 5층에 있는 내 방까지 뜸어갖고 오느라 가구가 얼마나 많이 상하고 나 역시 그때문에 얼마나 자주 온몸의 근육에 알이 박힌 채 몇시간을 몸져 눕곤 했는지 모른다 (어떤 때는 계단에서 가구와 함께 굴러떨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돈은 그만큼 확실히 굳었고, 돈 아낀 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았기에 내 몸 아픈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