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분 | 내 용 |
우리말 | 깔보다, 깔축 |
해 설 | 깔보다, 깔축 ◾“놈들을 비겁하다고 깔보는 면이 있었다. 출처: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네이버국어사전] “그는 월급에서 한 푼 깔축을 안 내고 아내에게 고스란히 갖다 주었다.” ◾‘깔보다’는 ‘호락호락하게 얕잡아보다’의 뜻이며, ‘깔축’은 ‘조그만 축’이라는 뜻이다. ‘축(縮)’은 ‘흠’이라는 의미를 지닌 한자어이다. 그러면 ‘깔’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의미일까? ◾아래의 산스크리트 단어들을 살펴보면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각 단어가 지닌 공통점에 주목하면서 모두 살펴보자. ◾kaṇ : to become small; to sound, cry; to sigh.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8] ◾깐 : 작아지다. 소리 나다, 외치다; 한숨 쉬다. ◾kaṇa : a grain, grain of corn, single seed; flake (of snow); a drop (of water); atom.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8] ◾까나 : 알갱이, 옥수수 낟알, 씨앗 하나; (눈) 송이; (물) 방울; 원자(原子). ◾kana : little, small.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8] 까나 : 적은/조금의, 작은. ◾kan : young, youthful.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8] 깐 : 어린/젊은, 젊은 ◾kanā : a girl, mai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8] 까나- : 소녀, 처녀/하녀. ◾kanya : the smallest.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9] 까냐 : 가장 적은/작은. ◾kanyā : a girl, virgin, daughter.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49] 까냐- : 소녀, 처녀, 딸. ◾위의 단어들은 ‘작고/적고 약하고 하찮은’ 것들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런 단어들의 (앞부분에) 공통으로 쓰인 ‘kan[깐]’이 ‘깔보다’와 ‘깔축’에서 ‘깔’로 쓰였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아마 처음에는 ‘깐보다, 깐축’ 등의 발음으로 쓰이다가 언제부턴가 발음하기 더 편한 ‘깔보다, 깔축’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깔보다’보다는 ‘깐보다’에 더 친숙하다. 왜냐하면 내가 사는 곳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깐보다’를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깔축’의 쓰임새를 하나 더 보자. ◾“그가 직접 농사지어 보내준 사과 세 상자가 하나같이 모두 깔축없었다.” ◾여기서 ‘깔축없다’는 ‘조금도 축나거나 버릴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북한(평북, 함경)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종 간나 새끼’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간나’는 상대방을 얕잡아보는 말로 역시 범어 ‘까나’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간나’는 북한뿐만 아니라 경상도에서도 사용하는 말로 ‘계집아이’를 의미한다. 또 경상도에서는 ‘계집아이’를 ‘간내’, ‘계집/여자’를 ‘간나이’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들은 범어 ‘까냐’와 동일한 뜻으로 볼 수 있다. |
우리말 | 꼬마 |
해 설 | 꼬마 ◾“지금 꼬마들은 가시 사이에 매달린 탱자들을 따려고 열중해 있는 것이었다. 출처: 조정래, 태백산맥” [네이버국어사전] ◾“꼬마는 꺼져, 하는 걸이의 목소리. 여기서 돌아서면 난 언제까지나 꼬마라는 업심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출처: 황순원, 움직이는 성” [네이버국어사전] ◾위에서 ‘꼬마’의 용례를 살펴보았는데 다음은 그 정의를 보자.
「1」어린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 ≒꼬마둥이. 「2」조그마한 사물을 귀엽게 이르는 말. 「3」키가 작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이런 ‘꼬마’에 상응할 수 있는 범어 단어를 보자. ◾kumāra कुमार : a child, boy, youth; son; a prince; a groom.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92] 꾸마-라 : 아이, 사내아이, 젊음; 아들; 왕자; 신랑. ◾kumārī कुमारी : a young girl, one from ten to twelve years old, maiden, daughter.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292] ◾꾸마-리- : 어린 계집아이, 나이가 10∼12살인 사람, 아가씨, 딸. ◾발음으로 보나 뜻으로 보나 우리말 ‘꼬마’와 언어적 뿌리가 동일할 것으로 여겨지는 단어들이다. 산스크리트어 명사는 각기 성을 지닌다. 남성, 여성, 중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꼬마’를 얕잡아보는 말이 ‘꼬맹이’다. 그 예도 보자. ◾“상여 뒤에 꼬맹이 상제들이 인력거에 나란히 앉아 따라간 것이니 상여가 쉴 때마다 길 가던 여인네들이 혀를 차며…. 출처 : 이숭녕, 대학가의 파수병” [네이버국어사전]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근거하여 생각해 보면 우리말 ‘꼬마’는 범어 ‘꾸마-라’와 ‘꾸마-리-’ 하고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한 것 같다. 이 글을 마치면서 관련된 범어 단어를 하나 더 소개한다. ◾kaumāra कौमार : juvenile, youthful, belonging to a youth or young girl, maiden, maidenly.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316] ◾까우마-라 : (청)소년의/유치한, 젊은, 젊은이나 어린 소녀에 속하는, 아가씨, 처녀의. |
우리말 | 바라다, 바람 |
해 설 | 바라다, 바람 ◾“보수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소영으로서는 부인에게 달리 고마움을 표시할 길이 없다. 출처 : 홍성원, 육이오” [네이버국어사전] ◾“그때 민기 처의 표정은, 옳지, 바라던 바라는 그런 것이었다. 출처 : 이정환, 샛강” [네이버국어사전]
◾“바람 :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ㅂ.람<법화>←ㅂ.라-+-ㅁ】 [표준국어대사전] 산스크리트어에서 우리말 ‘바람’의 뜻을 가진 단어를 보자. ◾vara वर : "act or object of choosing", election, wish, request.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22] ◾바라 : 선택의 행위나 목적, 선거, 바람/소원, 요청. ◾varaka वरक : a wish, request, boon.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23] ◾바라까 : 바람/소망, 요청, 요긴한 것. ◾varasyā वरस्या : wish, desire, request.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23] ◾바라샤- : 바람/기원, 바람/욕구, 요청. ◾이러한 범어의 세 단어에서 공통부분은 ‘바라’이다. 우리말 ‘바람’은 범어 ‘바라’에 미음(ㅁ)을 붙여 만든 명사형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사전에서 말한 【<ㅂ.람 <법화>←ㅂ.라-+-ㅁ】과 일치한다. ◾vara[바라]는 어근 vṛi[브리]에서 파생했다. 그러므로 어근의 뜻도 보자. ◾vṛi वृ : to choose, select, choose for one's self, choose as; to choose in marriage, woo; to ask or request that; to like better than, prefer to; to like, love. [English will]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1007] ◾브리 : 선택하다, 고르다, 자신을 위해 선택하다, ∼으로 택하다; 결혼에서 선택하다, 구애(求愛)하다; ∼을 요구/요청하다; ∼보다 더 좋아하다, ∼하기를 선호하다; 좋아하다, 사랑하다. [영어 will] ◾흥미로운 일은 영어에서 화자의 ‘바람’을 나타내는 의지미래조동사 will[윌]이 범어 vṛi[브리]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will이 명사로 쓰일 때는 ‘바람, 소원, 소망, 의지, 의도, 유언’ 따위의 뜻을 갖고 있으니 우리말 ‘바람’과 같다.
◾범어 ‘브리’에서 우리말 ‘바라다’와 영어 ‘윌’이 유래하여 세 가지 언어가 한 뿌리임을 알 수 있다. 범어에서는 v를 w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어 영어로 들어와서는 will로 변한 것 같다. |
우리말 | 바람, (바람이) 불다 |
해 설 | 바람, (바람이) 불다 ◾“돛이 완전히 바람을 타기 시작해서야 대불이는 마음을 놓고 선창 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출처 : 문순태, 타오르는 강” [네이버국어사전] ◾“문 밖에서 초희가 했던 말을 흉내내며 규성이 손바닥으로 바람을 일으켜 등잔불을 껐다. 출처 : 한수산, 유민” [네이버국어사전]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바람마저도 맹렬히 불어 굵은 나뭇가지들이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출처 : 홍성암, 큰물로 가는 큰 고기” [네이버국어사전] ◾‘바람’과 ‘불다’의 용례를 보았는데 이제 범어 단어들을 보고 생각해보자. 먼저 ‘바람’의 뜻을 가진 단어들을 보자. ◾pa प :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573] 빠 ◾pava पव : air,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610] 빠바 ◾va व : air,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10] 바 ◾vaha वह :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33] 바하 ◾vahati वहति :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33] 바하띠 ◾vahanta वहन्त : air,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33] 바한따 ◾vāta वात : air,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Internet] 바-따 ◾vāyu वायु : wind, air. [Sanskrit-English Dictionary, Internet] 바-유 ◾우리말 ‘바람’의 ‘바’와 유사한 발음을 지닌 단어나 그런 음절로 시작되면서 ‘바람’의 뜻을 지닌 범어 단어들을 모아본 것이다. 공통적으로 쓰인 ‘pa[빠]’와 ‘va[바]’가 우리말 ‘바람’의 ‘바’에 가까운 발음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우리말 ‘바람’도 이런 단어들처럼 다양하게 형성된 말들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범에는 이 외에도 수없이 많다. 범어에서는 바람뿐만 아니라 다른 어휘도 같은 뜻을 지닌 단어들의 수가 수없이 많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히 어휘의 보고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바람이) 불다’의 의미를 가진 범어 단어들을 보자. ◾vā वा : to blow (as the wind); to procure or bestow anything by blowing; to blow towards or upon; to emit an odour, be diffused (as perfume); to smell; to hurt, injure; going; hurting; an arrow; weaving.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934] ◾바- : (바람이) 불다; 불어서 어떤 것을 구하거나 주다; ∼쪽으로 또는 ∼위로 불다; 냄새를 내뿜다, (향수가) 퍼지다. 냄새가 나다; 상처를 주다, 부상을 입히다; 가는, 상처를 주는; 화살; (옷감 따위를) 짜는. ◾plu प्लु : to blow (as the wind). [Sanskrit-English Dictionary, Oxford, p.715] 쁠루 : (바람이) 불다. ◾범어 단음절어 ‘바’는 ‘바람’의 뜻이며, 장음절어 ‘바-’는 ‘바람이 불다’는 뜻이다. 그래서 범어 ‘바, 바-’는 우리말 ‘바람’이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말 ‘불다’에 해당하는 범어는 ‘쁠루’이다. 그래서 우리말 ‘불다’의 ‘불’이 범어 ‘쁠루’에서 왔을 가능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쁠루 > 쁠 > 블 > 불 ◾이런 변화를 거쳐서 만들어진 ‘불’에 동사형 어미 ‘다’ 자를 붙여 ‘불다’는 동사를 만들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