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은 불가능하다
김태욱
21세기 들어 국내에서 많은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불매운동은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벌이는 거부 운동으로, 보이콧의 일종이다. 최근 일어난 불매운동 중 크게 일어난 것들은 2016년 옥시 제품 불매운동,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 2022년 SPC 상품 불매운동이 있다. 그러나 일련의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목표를 달성했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졌냐 하면 다소 의문점이 든다.
처음으로 옥시 제품의 불매운동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파악하지 않고 판매하여 수많은 사망자를 낳은 사건의 후속 대처가 이어지며 소비자와 시민들이 큰 분노를 느껴 일어난 불매운동이다. 옥시 사, 그리고 옥시 계열의 제품은 이지오프 뱅, 옥시크린, 물먹는하마, 덴톨, 개비스콘, 스트렙실 등의 기능성 제품들이었다. 불매운동 선언 직후 2016년 5월 2일 트라이튼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96.5%가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약사들도 매장에 제품을 구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불매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2017년 상반기 한국옥시의 매출은 불매운동으로 인해 10분의 1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옥시그룹은 2019년 이후 코로나 19로 인해 매출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같은 제품들도 꾸준히 광고하며 판매되고 있다.
이것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게 일어난 불매운동은 2019년에 일어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다. 가장 주된 원인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일부 수출 품목에 대해 제한을 건 조치 때문이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NO 재팬’이라는 구호와 심볼까지 제작하며 불매운동에 참여했다. 이 불매운동에는 기업과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일본제 제품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식을 불매한다며 인터넷에 가게를 공유해 애꿏은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거나, 일본 기업의 한국 지부가 철수하는 등 실제로 일본과의 무역에 영향을 끼치기는커녕 민간인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일본 불매운동을 사회적으로 몰아가며 일본 제품을 사용하거나 구매하는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몰아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또 일본산 제품인지 모르고 사용하거나 알면서도 선택적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 아성다이소와 같이 대부분의 지분이 한국의 소유인 기업을 일본 기업으로 몰아가며 매출에 지장을 주는 사례가 숱하게 일어났다. 당연히 일본 본토의 기업들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다시 일본산 제품을 구입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일어난 불매운동은 SPC사의 공장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함께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어난 운동이다. SPC의 계열사로는 파리바게뜨, 삼립, 샤니 등이 있으며 던킨도너츠와 베스킨라빈스의 운영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불매운동을 전개했지만, 삼립이 기업 단위로 배급하는 B2B 거래의 물량이 많아 전부 불매하기 힘들며 위의 사례와 같이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다시 발생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은 일시적으로 매출이 30% 감소하는 등 불매운동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불매운동들은 상당히 비슷한 전개 양상을 보인다.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어 불매운동을 전개하지만, 일시적인 피해에 그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차츰차츰 불매운동을 잊어가며 기업이 정상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는 불매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고, 개인 사업자나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며 대안 제품을 찾기 힘들다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특정 국가의 기업을 상대로 한 일본 불매운동은 말할 것도 없다. 비판 측에서는 불매운동이 감정적인 대응에 불과하는 점을 근거로 든다. 물론 부당한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대응이지만,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민청원이나 시위 등 문제되지 않는 방향으로 대안을 요구하는 방향도 있을 수 있다. 불매운동의 효과를 제대로 알고 올바른 방안을 찾아나가는 태도는 현대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임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