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큰딸이 2박 3일간 수학여행을 간단다.
인생의 첫 합법적 외박이다.
얼마나 기대되고 좋을꼬.
게다가 장소가 제주도란다.
부럽다.
4번이나 제주도에서 한달살기를 해서 지겨울 만도 할 것 같은데, 가기 전부터 좋은지 소리를 지르며 온 집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난 그러다 눈을 감으며 나의 수학여행을 생각했다.
80년대~90년대 되겠다.
분명 초, 중, 고 3번의 수학여행을 갔을 건데 왜 기억이 잘 나질 않을까?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는 경주로 여행을 갔겠지?
아마도 경주 유스호스텔에서 잤을 것이며 불국사 계단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겠지.
전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사진 찍는다고 친구들을 불러대던 힘든 기억, 온종일 버스만 탔던 기억, 버스에서 내내 잤던 기억뿐이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재미있었겠지?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그 느낌은 알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제주도를 갔었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던 신비스러운 경험과 함께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한라산을 정복해야 한다며 종일 한라산에 올라갔더란다.
남자 고등학교라 그런지 선생님들 그리고 모든 학생이 전투적으로 한라산 꼭대기를 향했다.
그 당시 내 발바닥은 불이 났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 수학여행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고 뭘 했는지도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래돼서 그런 건지 고통스러워서 그런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이후 가족과 함께 제주 한달살기를 4차례나 했는데 그때는 참 좋았다.
많이 싸우고 힘들었지만 제주살기의 기억은 현재 우리 가족을 끈끈하게 묶어주고 지탱시켜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
여행은 단체로 가는 건 아닌 건가?
아니면 고생해야 기억에 남는 건가?
수학여행을 앞둔 딸은 이 여행을 어떻게 기억할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나처럼 다 잊어버릴까?
아니면 우리 가족여행처럼 오래도록 기억할까?
내심 바라기는,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다.
안전하게 잘 다녀오기를 바라며...
제주도로 떠나는 딸에게 용돈이나 두둑이 챙겨줘야겠다.
#수학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