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은 처음
산지에 정착했다. 그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보다 많은 땅이 필요했고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만들어 경작지를 일구었다. 이 좁은 계단식
농경지에는 포도나 올리브 같은 나무를 심기에 아주 좋았다. 성경은 가나안 땅을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나무와 꿀의 소산지라 네가 먹을 것에 모자람이 없다”(신 8:8-9)고 말하고 있는데 특별히 여기 포도(그림1)와
감람나무(올리브, 그림2)는 아열대성 기후에 가장 적절한 과일나무로서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농산물이다.


우리는 보통 질 좋은 포도주를 말하라면 프랑스나 칠레의 포도주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지리적으로 이스라엘과 터키
지방을 포함한 레반트라 부르는 이 지역의 포도주가 상당히 인기가 있다. 이미 이 지역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에 포도주를 짜는
장소가 있었고 포도재배가 기원된 장소로서 고고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또한 우리는 성경에서도 노아가 아라랏산 즉 현재의 터키
지역에 도착해 처음 포도나무를 재배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고대 이 지역의 포도주는 질 좋은 것으로 앗시리아와 이집트에까지
수출한 포도주 강국이었다. 앗시리아와 이집트의 덥고 건조한 기후는 포도를 재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직 적은 양의
포도주만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포도주는 석회석이 많은 근동지역의 물을 희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음료 중 하나로 일상적인 식탁에도 항상 오르내리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음료였기에 포도주의 수입은 중요했고 이스라엘은 성경시대
주변 국가들에 많은 양의 포도주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레반트 땅의 경제에 포도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가는
성경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사야는 모압 땅의 멸망에 대해 “즐거움과 기쁨이 기름진 밭에서 떠났고 포도원에는 노래와 즐거운
소리가 없어지겠고 틀에는 포도를 밟을 사람이 없으리니 이는 내가 그 소리를 그치게 하였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포도는 보통
8-9월에 수확하여 암반을 편평하게 넓게 판 장소에 담고 발로 밟았다. 이렇게 해서 생긴 포도즙은 암반의 다른 끝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흘러 옆에 있는 통에 모이게 되어 있었다(그림 3). 포도를 밟을 때는 가족의 전 구성원이 참석했고 기쁨과 환희의 연회가
베풀어졌기에 이 소리가 그친다는 것은 곧 황폐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레미야도 유다 왕국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때
“사람이 이 땅에서 집과 밭과 포도원을 다시 사게 되리라(렘 32:15)”는 상징적인 예언을 하고 있다. 포도원의 회복은 곧
그들의 경제적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도나무와 마찬가지로 레반트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나무는 올리브나무다. 한국어 성경은 올리브를 감람나무로
번역한 바 있다. 성경이 처음 번역되던 시기에 한국인에게 올리브는 생소한 열매였고 아마도 올리브와 유사한 열매가 열리는 중국의
감람나무로 번역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 올리브와 올리브 기름은 이미 파스타라든가 피자 같은 지중해성 음식으로 인해
익숙하기에 여기서는 감람나무가 아닌 올리브로 소개하고자 한다. 올리브나무 역시 지중해 지역의 덥고 건조한 여름과 춥고 비가 많이
오는 겨울의 기후를 필요로 하는 나무이다. 특히 적은 토양의 바위 산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재배되는 레반트의
수출 효자 상품이다. 올리브 역시 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서 재배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기원전 6000년경에 야생 올리브를
제조했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올리브 기름도 포도주처럼 넓고 편평한 암반에 열매를 깔아 짜서 사용했는데 올리브의 경우는 발로 밟은
것이 아니라 커다란 원통형 돌을 굴려 으깼다(그림 4).

열매를 으깬 후 뜨거운 물을 부어 위에 뜬 기름을 거두었는데 이를 첫 번째 짠 순수한 기름 혹은 처녀 기름(Virgin
oil)이라 부른다. 이 첫 번째 짠 기름은 오직 성전의 촛대를 피우는 데만 사용하는 거룩한 기름이었다. 한 번 으깨진 열매들은
짚을 엮어 만든 바구니에 담아 돌을 추로 사용한 기구에 다시 여러 번 짜서 각각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였다(그림 5). 여러 번 짠
것일수록 가치는 떨어졌다. 이러한 시설은 특별히 블레셋의 도시로 잘 알려진 에그론에서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곳에 구약시대에 올리브
기름 공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근동 지역의 석회석을 함유한 물은 포도뿐만 아니라 올리브를 먹어 희석시킬 수 있었고 올리브 기름의
인기는 상당히 높았는데 앗시리아와 이집트는 올리브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호세아에 의하면 올리브
기름은 이집트로 수출되었으며(호 12:1), 심지어 뵈니게아와 그리스 지역에까지 수출되었다.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를 심고 양질의
열매를 수확하게 되는 시기는 5-6년이 지나서이기에 이 나무들의 재배는 곧 영구적으로 정착한 이들의 생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올리브나무의 경우 열매는 격년으로 맺히기 때문에 이 나무들을 재배한다는 것은 다음 세대의 경제를 위한 재배라고도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의 경제는 농업뿐만 아니라 목축이 함께 발전한 것으로 성경에는 백 가지 이상의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가장 많이
사육된 동물들은 양과 염소였다. 목동들은 겨울과 봄의 비가 오는 시기에는 가축 떼를 데리고 나가 풀을 뜯게 했고 여름과 가을에는
미리 모아 건조한 식물을 먹였다. 이러한 광경은 유다 산지에서 지금도 볼 수 있는 베두인이라 불리는 유목민들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양을 우유와 고기 때문에 길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양고기도 먹긴 했지만 주로 울 생산이 중요했다. 울
생산은 겨울의 추위를 막아 줄 따뜻한 옷을 만드는 목적과 동시에 무역 상품으로 상당히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압왕 메사는
“새끼 양 십만 마리의 털과 숫양 십만 마리의 털을 이스라엘 왕에게 바쳤었다”(왕하 3: 4). 양털은 주로 봄에 깎았으며
포도주를 밟던 날처럼 축제의 날로 온 가족이 모여 연회를 베푼 것으로 보인다. 삼천 마리의 양과 천 마리의 염소를 소유하고 있던
나발이 갈멜에서 양털을 깎고 있을 때 다윗은 이곳에 나타나 음식을 요구했다(삼상 25:2-10). 고기와 우유를 주로 제공한 것은
염소로, 염소의 우유 산출은 양보다 두 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히 이스라엘산의 염소 치즈는 유럽에서 인기있는 식품 중에
하나이다. 부드러운 양털과는 달리 거친 염소털과 가죽은 부대자루와 천막용 천을 제조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