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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하면 경쟁 아닌 협동하는 강의실이 된다
고대문화 2015년 여름 120호 게재
김영곤, srangni@hanmail.net
무한경쟁에서 협동으로
고려대는 염재호 총장이 취임하면서 △무감독 시험 △출석확인 자율화 △절대평가 활성화하는 ‘3무정책’을 도입했다. 무감독 시험은 1학기 기말고사부터, 출석확인 자율화와 절대평가 활성화를 2학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 요구는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 정책을 실현하면 이제까지 학생은 강의실에서 학점을 두고 무한경쟁하던데서 벗어나 서로 협동하게 된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대학의 학생 수업 평가는 전통적으로 절대평가였다. 본인도 1970년 전후 대학에 다니며 절대평가 받았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대학의 상대평가는 학점 인플레를 막기 위한 장치, 기업의 수요에 맞게 교과과정을 정하고 학점 인플레를 막아달라는 기업의 요구, 그리고 대학의 학점을 통한 학생의 통제 방식이 겹쳐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에서 비판의 자유는 1977년 교육법(현재의 고등교육법에 해당)을 개정해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하면서 금지되었다. 종신집권하려던 박정희 정권은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교수를 대학에서 ?아내고 학생을 군대로 보냈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시위하자 이 원인이 학생들에게 비판을 가르치는 강사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아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이후 교원이 아닌 강사를 전임교수에게 종속시켰고 강사는 강의자리를 유지하려 자기검열을 했다. 이런 병목을 거쳐 임용된 전임교수들은 대학을 비판하지 못하는 집단이 되었다. 이렇게 대학강사와 전임교수의 차별화를 통해 비판을 금지했다. 이에 벗어나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기에 ?겨난 교수가 600여명이었다. 이 대학체제는 39년 지난 현재에도 견고하다.
이어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문교공보분과위원회에 의해 입안된 1980년 7·30교육개혁조치의 졸업정원의 30%를 추가 모집하는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 졸업정원제는 각 대학별로 졸업정원을 정해놓고 신입생을 정원의 30%까지 초과모집하는 제도로 입학정원이 늘어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들은 초과 모집된 학생들을 중도에 탈락시켜야 했기 때문에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학점을 매기는데 출석이 주요한 요소가 되었고 학생은 이에 매여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학생회 간부는 학생회 활동 때문에 출석하지 못하고 출석미달로 학사경고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나 이 제도로 입학한 학생이 졸업하기도 전에 졸업정원 제한을 풀어 결국 대학의 정원만 늘었다.
현재 지식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주입식 교육 아래 소수가 지식을 독점하고 학벌을 구성하는 체계에 변화가 없어서는 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사회는 좀 더 다양한 의견, 민주주의, 평화, 지속가능성, 나눔 배려를 이해하고 창의성 있고 이를 실현하는 사람을 요구한다.
경쟁에서 협동으로 변화해 집단지성의 지혜를 만들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상대평가는 주입식 교육과 맞물려 있다. 미래 사회에 현재의 대학생이 사회 중견이 되는 2045년쯤에는 현재 높이 평가받은 직업의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주입식 교육에서 교육 받은 내용이 변화한 사회의 요구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학생 자신이 사회와 연결될 통로가 거의 없어 대학생은 졸업할 시점이 되어서야 인생의 목적이나 하고 싶은 일과 직업을 정하기, 직장을 찾기, 학점과 스펙을 마련하기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만약 이것을 서유럽처럼 고입단계에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학생활 내내 교수와 학생이 토론한다면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실례로 본인의 강의에서 학기중 하루는 「태양과 미생물 그리고 나」라는 주제를 주고 학생들이 야외에 풀어놓아 자연스럽게 토론하게 한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인데 어느 학생이 나는 너를 경쟁자로 생각해왔다고 하니 상대 학생도 나도 너를 경쟁자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학생들은 마음을 터놓고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찾았다.
다른 예로 최근 어느 강의에서 학생들이 「일과 행복」을 토론했는데, 한 외국인학생은 “수업듣는 것도 시험 준비도 식사도 항상 혼자서 했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졸업한 뒤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낳은 코피노(Kopino)들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만약 토론수업을 한다면 이 둘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협력하여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강의실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SNS 상의 소통은 위와 같은 학생이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뒤에 효과가 커진다.
이런 변화가 있을 때 한국 사람은 어디서나 침묵한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있다. 예를들어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폐막 기자회견장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마지막 질문은 주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어색한 침묵만이 흐르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통역을 이용해도 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기자의 질문을 기다리지만 몇번을 물어봐도 질문하는 한국기자가 없었다. 중국기자가 자기가 대신 해도 되겠냐며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질문을 원하는 한국기자들을 찾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서울의 대학보다 현실과 근접해 있는 지방의 대학이 좀 더 현실적인 학풍을 이룰 수 있다. 지방에서는 지역사회의 규모도 작고 생태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대도시보다 더 현실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탈피하는 것 즉 비판적인 연구 교육의 자유, 법정정원교수 100% 충원에 따른 강좌의 다양성, 수강인원을 법정인원으로 지키는 필요조건과 절대평가라는 충분조건이 아우러질 때 완성된다. 교수와 학생이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토론하고 시험도 문제의 본질, 대안, 실현수단을 찾는 방법으로 전개되며 출석 의무도 무의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대에서 일어난 부정행위가 문제된 것은 그동안 오도된 대학교육의 넌센스가 쌓인 결과이다.
장기적으로 “교육은 무료화되고 대학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TED, 코세라, 칸 아카데미 등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강의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다. 인터넷 교육이 보편화되면 학벌이 무의미한 시대가 올 것이다. 실제로 동영상을 통해 대학 강의를 듣는 문화가 퍼진 인도에서는 학사 졸업장이 없는 15세 소년도 취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학이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면 기존의 대학과 달리하는 김예슬의 대학거부, 대학거부운동, MOOC, 대안대학 등이 계속 나타나 큰 흐름이 될 수 있다.
기업은 현재의 대졸자가 창의성이 없다고 하고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대학이 이미 서열화했기 때문에 상대평가에 의한 학점은 신입사원을 뽑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소속 노동자에게 무한한 창의를 요구하지 않고 기업이 제시한 목표만 경쟁적으로 수행하는 제한된 창의를 요구할 뿐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A학점 학생을 기피하기도 한다. 공부만 해 현실을 타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또 국내 대학에서 배출한 학생 가운데 진정하게 창의적인 인재는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상대평가는 개별 기업의 요구 측면보다 총자본이 기업 순응형 인간을 키우기를 대학에 요구한 결과이다다. 대학이 미래의 노동자에 대해 복종과 인내심을 훈련시키는 과정이라는 미국 학자의 지적도 있다.
한국사회, 지구사회의 미래를 현재의 대학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이끌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나온다. 현재의 구도 아래서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정치는 당리당략만 생각하고, 심지어 학생운동도 정파의 이해에 편향돼 문제를 포괄적으로 바로보지 못한다. 예를들어 원자력발전소가 지닌 문제에는 NL, PD 그리고 생태환경의 문제가 모두 들어있는데 학생운동은 NL, PD 그리고 생태환경의 한 측면에서 원전 문제의 단면을 진단한다. 또 이론이 실천으로 연결되고 다시 실천이 이론의 발전을 총체적으로 뒷받침하는 변증법이 전개되지 못한다. 그 결과 지구 차원으로 전개되는 격차, 실업, 민주주의, 전쟁, 생명의 대절멸 같은 사안에 대해 종합적 판단을 하거나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상대평가에 의한 사회진출은 그 효과가 단기적이고 단편적이다. 출세와 돈벌이를 위주로 직업을 택해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주입식 지식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4,5정이 돼 직업의 세계에서 탈락한다. 그 뒤에는 다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자리 마련은 기존의 일자리를 뚫고 들어가는 방법,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 외에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생각해 전혀 창의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대학은 다양할 성향을 가진 학생을 키워 배출하고 기업을 비롯한 사회는 그 가운데 자신의 요구에 맞는 학생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대졸자의 진로를 기업 위주로 한정하여 안내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은 자영업 기업 협동조합 공공부문 정부 세계기구 등의 다양한 경영조직(노동조직)의 하나일 뿐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관을 갖고 직업을 고르고 그 직장에 들어가서도 자신의 특성에 맞는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수의 입장에서 자신이 아는 것을 주입식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던 데서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개입하며 학생들이 사회현실에서 느낀 모순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자신의 연구에 반영하고 다시 이를 학생들에게 교육할 수 있다. 연구자로서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연구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학자들이 70대가 되어도 현역 연구자로 활발하게 연구하는데 이들이 많은데, 한국의 학자들은 50대가 되면 연구 활동이 한계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비판적인 연구 교육 봉사가 이뤄질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국내 대학원 출신의 연구자의 학문 능력도 외국 유학 출신의 연구자의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 이들이 이끄는 학계는 한국사회나 지구사회가 겪는 문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절대평가란?
교육평가는 주관적 평가이고 자율적이어야 한다. 상대평가(규준지향평가, norm-referenced evaluation)는 경쟁 동기를 유발하지만 내부적인 자체 비교만 가능함으로써 어떤 외부적인 기준에 비친 발달상황을 올바르게 포착할 수 없다. 절대평가(준거지향평가, criterion-referrenced evaluation)는 수업목적 내지는 학습자의 도착점에 기준을 두며, 교육의 절대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절대기준 평가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학생이 얼마나 성취했느냐?(How much has he achieved?)라는 질문보다 학생이 무엇을 성취했느냐?(What has he achieved?)라는 질문에 더 관심이 있다.
독일에서는 “한 반의 학생들이 모두 공부를 잘 하면 모든 학생이 수를 받는 것이고, 하나같이 산수를 못한다면 모든 학생들이 유급당하는 것이다.” 황선준 전 스웨덴 교육청 재정국장은 "스웨덴은 1991년부터 학교 선택제를 실시하고 있어 우수 교육과정 운영 등에 관한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대신 학생 간 경쟁은 없으며 서열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절대평가는 교수의 일정한 평가 기준에 따라 성적을 평가한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F학점을 준다. 그러므로 절대평가에서 학점이 높아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상대평가에서 학점은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대평가(부분 절대평가)인 서울대(61.8%), 이화여대(57.2%), 한국외대(68.4%) 연세대(52.7%), 고려대(50.4%), 경희대(50.3%) 등이 졸업생 절반 이상이 A학점을 받았다. 2014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절대평가하는 과목의 학점이 경희대 전체 학생의 평균 점수보다 낮았다. 일정한 기준이 있어 가르치는 교수도 배우는 학생도 어렵다고 했다.
영미 국가에서는 대부분 절대평가하며 학점 인플레 같은 부정적 영향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호주 S대학에서는 절대평가임에도 20명 가운데 1∼2명 정도만 A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절대평가가 기본이고 성적이 나쁠 때 상대평가를 적용한다.
절대평가로 환원하는 흐름을
2012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기초교과 글쓰기 1, 2와 시민교육 교과의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여개 교양강의에 40명 이하의 학생이 토론 수업하며 절대평가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생위원회 김상미(법학 2005) 사무국장은 “경쟁에 기반하는 상대평가보단 협력정신에 기초를 둔 절대평가 방식이 더 나은 방향”이라는 것이 이유다.
2014년 연세 의대도 전 교육과정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Pass, Non-pass)체제로 전환했다. 미국 상위 25개 의대와 일본의 주요 의대는 절대평가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 가운데 모든 교과과정을 절대평가하는 것은 연세대 의대가 처음이다. 윤주헌 학장은 “전국 상위 0.1%에 속하는 우수한 의대생들에게 ABCDF로 상대평가 점수를 매기는 기존 학점제도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이번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이 절대평가를 도입하려 했으나 법조계와 타 대학 로스쿨들이 반발해 유보했다.
한편 대교협과 교육부를 대학평가를 의식해 절대평가 전환을 역행하는 흐름도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어학과목에 상대평가를 도입해 학생들의 저항을 불러왔다. 본인이 국회 앞에서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 요구하며 일인시위하며 만난 한국외국어대 학생은 남미에서 살아 스페인어를 사용하다 한국에 왔는데 학점이 나쁘게 나왔다며 스페인어를 잘하면 학점을 잘 주어야지,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 항변했다. 한양대는 절대평가를 해오던 전공과 영어강의를 상대평가로 전환할 방침을 내놓으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행해 기재하기로 했다.
고대의 현재 상황
고대는 2015년 2학기 절대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전에 고려대에서는 2003학년도 1학기 ‘자유교양’ 과목에 대한 상대평가 실시와 취득학점포기제도 도입, 2003학년도 2학기 수강신청과목 포기제도 (일명 ‘드롭’) 도입, 2004학년도 1학기 F학점 과목 재수강 취득학점 제한 A+에서 A로 하향, 2004학년도 2학기 ‘전면적 상대평가’로 전환되었다. 오직 전공과목의 수강인원이 20명 미만, 전공 및 핵심교양이나 전공 관련 교양과목이 영어강의, 교재연구지도법이나 교과교육론과 연관된 과목, 99학번 이전의 입학생, 교육실습인 경우에만 상대평가 권고과목으로 남게 되었고 담당 교원이 절대평가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되었다. 고대 국제하계학교에서 절대평가했다.
고려대는 이러한 제도들을 시행한 이유를 “그동안 교양과목의 성적분포가 A+와 A에 너무 편중되”(안승진, 「자유교양 교과목 상대평가 실시」, 고대신문 1444호)어 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하는 대학종합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 학생들 혼란」, 고대신문 1486호)이라고 밝혔다.
본인은 강사 생활을 시작하며 학생과 토론수업을 희망하며 처음에는 스무고개식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어떤 의문을 제시하고 학생이 답하면 다시 꼬리를 물어 질문하여 원하는 기준의 답변에 근접하는 방식이다. 소크라테스의 문답 강의와 비슷했다. 그러나 이것이 되질 않았다. 학생들이 학점을 의식해 질문 대답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학생이 질문과 대답을 책임지는 학생주도 토론수업으로 전환했다. 학생 스스로 주간 수업 주제의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조별로 토론 및 발표, 전체토론을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 열기가 높아졌다. 본인의 설명이 길어지면 강의 소감문에서 토론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본인의 역할은 마인드맵으로 필기하고 내용을 정리해 짚어주는 정도였다. 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학기 전반부에는 본인이 가르치는 입장이었다. 후반부에는 배우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런데 상대평가에서 학생들의 참여 정도만큼 학점이 나오지 못했다. 학생도 불만이고 본인도 학생 수업 참여는 고조시켜놓고 그것을 학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미안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본인이 학교에게 절대평가를 요구하겠고 학생들도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자고 했다.
본인은 2011년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과 고려대의 단체협상에서 강사료 인상과 함께 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했다. 당시 교섭대표인 명순구 교무처장은 TF팀을 두어 연구한바 “이제 고려대도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할 필요를 느낀다”며 전면 시행을 시사했다. 그러나 곧 상대평가를 포기하면서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불리하고 약간의 재정 지원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후퇴했고 오히려 본인은 해고되었다.
고대 안암캠퍼스 총학생회가 2014, 2015년 절대평가 확충을 요구했다.
절대평가의 정착
첫째, 고려대의 3무정책 가운데 △무감독 시험 △출석확인 자율화와 절대평가는 서로 맞물려 있다. 학생들이 절대평가를 학습권 차원에서 이해하고 절대평가하는 수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절대평가가 대학 전반에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도 학점에 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몇년하면 전문직의 직업이 될 수 있는 길을 절대평가 수업에서 찾기 바란다. 이것이 학생들이 누려야 할 학습권이다.
둘째, 교육부는 입만 열면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이것의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것이 평가이다. 고등교육법과 동 시행령에서는 수업평가를 대학에 맡기고 있다. 수업평가(성적평가)에서 상대평가를 하면 대학평가와 대학재정지원에 약간의 이점을 주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흔히 강사문제하면 강사의 ‘처우’ 즉 강사료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본질을 벗어난다. 강사 문제의 본질은 비판적인 연구 교육이 가능한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것이고, 대학교육의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사회의 입장에서 대학생의 학습권이 충분히 보장되느냐 이다.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① 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 ⑥ 교원의 임용·복무·보수 및 연금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에 따라 연구 교육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수는 기본급을 지급해야 할 일이지 강사료 몇천원 올리는 것으로 흥정할 일이 아니다.
절대평가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것이 있다. 대학교육의 질 향상의 필요조건인 강사가 교원이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연금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떼야 한다. 그래서 ‘헌법 22조 ①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를 보장해야 한다. 비교원인 강사가 주 9시간 강의하면 법정정원교수 1명으로 쳐주는, 재벌 사립대학이 주도하는 정규교수의 비정규화를 중단해 대학에서 비판적 연구 교육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법정정원교수를 100% 충원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고 수강인원으로 법정 인원으로 줄여 강의실을 살려야 한다. 이것은 강사들에게 제대로 된 교수 자리를 공급한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에서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인문사회계열이 25명, 자연 공학 예체능 계열은 20명, 의학 계열은 8명이다. OECD 평균은 15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초중등학교의 수강인원이 30명 이내이고 대입 수능 영어 평가가 2017년부터 절대평가로 전화하는 점을 대학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자연스러운 조치이다.<끝>